경부운하 ‘반대… 우려’ 4인4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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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운하 ‘반대… 우려’ 4인4색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8.01.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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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개발硏 워크숍, 분야별 전문가 ‘득보다 실 클 것’
충북개발연구원이 지난 11일 개최한 ‘경부운하에 대한 타당성 검토 워크숍’에서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주요 사안에 대한 충북개발연구원의 내부 워크숍이었지만 10여명의 취재진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등 경부운하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특히 17대 대통령선거 이후 도내에서 처음으로 경부운하와 관련,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눈것이어서 이를 계기로 다양한 공론화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충북개발연구원이 마련한 ‘경부운하에 대한 타당성 검토 워크숍’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우려’와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경부운하 반대측 발제자로 염우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전병제 한얼경제사업연구원장, 김지학 충주대교수(토목공학), 안형기 건국대교수(행정학) 등이 토론자로 참석, 분야별로 격의 없는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하지만 경부운하 찬성측 발제자로 참석할 예정이었던 정동양 한국교원대교수는 불참했다.

염우 -‘궁해도 제살 뜯어내서는 안돼’

   
 
  ▲ 염우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경부운하 반대 측 발제자로 나선 염우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운하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토목사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라며 “아무리 굶주려도 씨오쟁이 떼어 내다 팔진 말라고 했듯이 궁해도 제살 뜯어 내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처장은 운하는 도로와 철도 등 육상교통 수단이 부족했던 18세기에나 적합했던 것이지 현대적 수송방식이 아니며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수송분담률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15조원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이명박 당선자 측 주장에는 유지관리나 교량교체, 토지보상비가 누락돼 적어도 40~50조원 이상 필요하며 비용대 편익비율이 0.02~0.26에 그쳐 ‘100원을 투자해 많아야 26원을 회수’할 뿐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운하건설로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주장했다.

염 처장은 “운하는 강에 물을 채우고 수중보와 갑문들로 차단해 유속이 감소하는데 수질악화와 선박이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국민들의 식수원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독일의 RMD운하에서 연간 500여건의 선박사고가 발생하고 수백톤의 기름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등 서해 기름유출 사태의 악몽이 언제든지 재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운하는 물을 항상 채워야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는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로 대재앙을 불러올 홍수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며 생태계 몰살과 문화재 수몰 등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염 처장은 “수심확보를 위한 준설과 직강화 작업은 하천생태계가 초토화 되며 실제 독일의 경우 수변공간의 80%가 훼손되고 RMD운하로 인해 46종의 생물이 사라지거나 개체수가 급감했다. 특히 한강과 낙동강을 잇기 위해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환경과 생태를 차치하고서라도 민족성과 역사문화적 상징에 대한 철학적 접근도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부운하 건설에 따라 반경 500m 내에 72개소의 지정문화재와 반경 100m 내의 매장문화재 177개소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병제 -‘충주 내륙항 국제항 불가능’

   
 
  ▲ 전병제 한얼경제사업연구원장  
 
전병제 한얼경제연구원장은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의견을 풀어 놨다. 내륙운하는 바다를 통한 수출입과 직결돼야 하지만 현재의 계획은 결코 ‘국제물류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경부운하에는 2500~5000톤급 선박이 운항하지만 대양을 오가는 선박은 적어도 5만톤급 이상이어서 컨테이너를 옮겨 실을 수밖에 없어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전 원장은 “수많은 갑문을 통해 이동해야 하는 경부운하와 수출입 선박을 연결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를 옮겨 싣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때 접안료와 상하역료, 대기·보관료, 야간·휴일할증 등 적잖은 부대비용이 발생하며 내륙운하 운항시간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 원장은 국제내륙항이 들어설 것이라는 충주지역의 기대는 ‘착각’이라고 단언했다.
충주가 내륙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화물선이 드나들어야 하는데 경부운하의 수심으로는 절대 불가능해 ‘나룻터’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1998년부터 추진됐던 경인운하는 선박 규모가 4600톤으로 결정됐었다. 이 경우 평균 수심 6.3m를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 5000톤급 선박이 운항할 경부운하도 이와 비슷하지만 5만톤 이상의 국제선은 경부운하를 이용하지 못한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작은 배(피더선)로 옮겨 싣고 운항해야 한다. 한마디로 충주 국제항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충북이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고 지역논리를 개발해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학 -‘남한강 물 낙동강에 주는 것이 목적’

   
 
  ▲ 김지학 충주대학교 교수  
 
김지학 충주대 교수는 토목공학적인 분석으로 경부운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수량의 차이가 크고 경사가 심한 우리나라 하천의 특성상 운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교수는 “운하가 아니라 물이 목적이라고 감각적으로 느꼈다”고 발언의 수위를 높여 경부운하와 관련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김 교수는 “국토가 좁아 하천의 풍수기와 갈수기가 동시에 온다. 또한 하천 길이가 짧고 경사가 심해 물이 7일을 버티지 못하고 바다로 빠져나간다. 운하를 운용할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댐 건설이 필요하지만 주민반대와 환경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물이 없기 때문에 운하는 불가능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토목공학적으로도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 준설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다리의 기초가 모조리 드러나 대부분의 교량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천준설과 함께 직강화 작업을 해야 하고 물도 항상 가득 채워야 하는데 게릴라성 폭우가 심한 기후 특성상 홍수 대책도 없으며 기술적 검토도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교수는 “백두대간에 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고 한강의 물을 낙동강으로 보내기 위한 것으로 수도권의 식수부족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충경터널 추진이 백지화 된 것 또한 수도권 용수공급 부족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형기 - ‘국토에 메스댈 권리 없다’

   
 
  ▲ 안형기 건국대학교 교수  
 
안형기 건국대교수는 “경부운하가 단기적 경제효과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엄청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제논리 보다 생과 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경고 했다.
안 교수는 “전북 부안 방폐창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사고 위험이 없는 반면 경제적 이익이 기대되는 데에도 주민들이 반대했다. 이는 비용 대비 편익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담보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정책은 사람을 보고 하는 것이지 무생물을 대상으로 흥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경제적 이익이 기대된다 해서 인위적으로 엄청난 메스를 가해 국토를 변형시킬 수 있는 권리를 과연 누가 갖고 있냐며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을 경계했다.

안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하지만 그 여론이라는 것 또한 정치적으로 왜곡돼 온 게 사실이다. 히틀러도 여론을 등에 업고 집권했으며 과거 우리의 유신헌법도 국민투표를 거쳤다. 대재앙을 부를 수도 있는 경부운하 사업을 위한 책임회피용 여론이 능사가 아니다. 과학적인 분석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경부운하가 경제는 물론 생태계와 식수, 홍수 등 치명적 위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면밀히 검토하는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쌍방커뮤니케이션에 장애를 제거하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화 될 수 없는 만큼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장고하고 숙고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 당선자 임기중 완공이 아니라 5년 임기 내에 경부운하 건설을 추진할지 포기할지 여부만 결정해도 큰 일을 한 것이다. 그 만큼 국민의 생과사가 달려 있는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양 교수 워크숍 불참 왜?
‘찬반토론 얘기 못들었다’ 불구 공론화 부담느낀 듯

충북개발연구원이 마련한 ‘경부운하에 대한 타당성 검토 워크숍’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청계천에서부터 경부운하까지 이명박 당선자의 물 관련 정책을 자문해온 정동양 교원대교수가 찬성 측 발제자로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대측 염우 충북환경련 사무처장도 참석해 허심탄회한 찬반 토론을 기대 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두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워크숍이 끝나기 10여분 전 쯤 등장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토론자석이 아닌 취재진들 사이에 방청객의 모습으로 지켜봤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찬반토론으로 진행된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해명, 주최측의 준비소홀도 문제로 지적됐지만 경부운하의 이론적 논리를 제공해 온 장본인으로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충북이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찬반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여론을 모아야 하는 마당에 정 교수가 불참해 매우 안타깝다. 이명박 후보 중앙선대위원회 한반도운하 전문위원이자 한나라당충북도당 선대위 운하추진위원장이었던 그가 토론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는 경부운하 건설 사업에 이런저런 찬반 논쟁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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