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 비리보도 ‘억울해도 참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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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비리보도 ‘억울해도 참아라’(?)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8.02.1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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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 도의원 해외골프·성접대 의혹기사 파문
해당 도의원-도의장 언론상대 고소전에 ‘대략난감’
설날 연휴를 앞두고 충북도의회에 낙뢰가 떨어졌다. 지난 4일 ‘도의회 의장선거 해외골프·성접대 파문’이란 제목의 기사가 <동양일보> 사회면 머릿기사로 게재됐다. 기사의 핵심내용은 의장선거를 염두에 두고 동료의원에게 해외관광을 통해 골프·성접대와 금품제공까지 했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적시한 3가지 의혹사안 중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유지하기 힘든 중대한 내용이었다. 신문기사에는 해당 의원들의 이니셜조차 명시하지 않았지만 그 시점에 외유를 떠났던 모상임위 소속 의원 4명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 최근 도의장 보궐선거가 2표차로 당락이 결정되면서 후반기 의장선거를 앞둔 도의회 내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시점에 터진 도의원 향응접대, 금품수수 의혹기사를 놓고 사실조사와 배후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 사진=육성준기자  
 
해당 의원들은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의장단에 공식적으로 수사의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신문사에 “허위내용을 제보한 당사자를 밝혀내 명예회복을 하고 정치적 배후를 가려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동양일보>는 엄청난 의혹기사를 단 한차례 보도한뒤 입을 다물고 있다.

지난 2월 4일자 <동양일보> 1면 톱기사의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월 중순께 도의장 보궐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한 4~5명의 의원이 태국으로 3박4일간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둘째, 특정 의원으로부터 현지에서 골프·성 접대는 물론 용돈까지 제공받았다. 셋째, 이번 접대여행은 도의회 후반기 의장선거와 관련이 있으며 ‘돈선거’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사의 문구는 ‘알려졌다’ ‘전해졌다’는 간접확인 방식이었지만 마지막 부분에 도의회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특정 의원으로부터 사전에 여행경비를 개인별로 지급받은뒤 각자가 갹출하는 방식을 취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밝혀 도의회 내부에서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음을 암시했다.

반론없는 비리보도 다른 배경있나
하지만 본보 확인결과 <동양일보> 기사는 행선지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의원들은 태국이 아닌 필리핀으로 다녀왔으며 참여인원은 4명이었다. 이들은 같은 상임위 소속으로 골프를 친다는 공통점으로 도의회 회기를 피해 필리핀 골프여행에 함께 나섰던 것. 또한 도의원들 이외에 충북도 교육위원 1명, 도교육청 장학관 1명이 합류했고 필리핀 현지 일정은 청주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상공인 2명이 호텔예약과 안내를 맡았다.

특히 필리핀 여행의 길라잡이 역할을 한 상공인 A씨는 방학때면 자녀들을 필리핀 한인목사가 운영하는 국제학교로 보내 영어교육을 시켰다. 따라서 현지 사정에 밝았고 같은 친목회원인 도의회 Q의원의 부탁으로 필리핀 골프여행을 안내하게 됐다는 것.

“해외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청주출신 한국인 목사가 운영하는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맡겨왔는데 원어민 영어강사 교류를 위해 충북도교육청과 자매결연을 추진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은사이신 도교육청 모 장학관님께 부탁드려 현지 방문을 하게됐고 친분있는 도교육위원님까지 두 분을 모시게됐다. 도의회 Q의원은 작년에도 필리핀 여행을 안내해 주었기 때문에 선뜻 응하게 됐고 도의원 일행과 교육위원, 장학관님은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들 이외에 상공인 A씨의 부인과 필리핀 국제학교 영어연수 학부모 1명까지 총 10명이 지난 1월 12일 필리핀으로 향했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골프여행지인 클락에 도착한 뒤 도의원 일행과 도교육위원 일행은 별도의 호텔에 투숙했다.

동행한 상공인 W씨는 “서로간에 연령차도 있고 기관이 다르다보니 함께 투숙할 입장이 아니었다. 도의원 일행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장에서 하루 27홀씩 라운딩을 했고 숙소로 돌아오면 피곤해서 식사하고 쉬려는 분위기였다. 도교육위원 일행은 교육도시인 바기요로 가서 국제학교와 원어민 강사 인적교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별도로 움직였다. 나중에 한차례 도의원들과 라운딩을 했지만 일정차이로 귀국 시점도 서로 달랐다”고 말했다.

고소하려 해도 ‘당사자 부적격’
도의회 Q의원은 “골프·성접대가 사실이라면 가정파탄이 날 일이고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면 구속수사를 받을 일이다. 이런 엄청난 내용을 당사자 확인전화 한통없이 게재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같은 허위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한 사람을 가려내 정치적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R의원은 “기사의 내용이 도의장 선거를 배경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아 누군가 의도를 갖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으로 보인다. 동양일보측에서 정정보도를 하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언론중재위보다는 수사기관을 통해 허위 제보자를 가리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동양일보> 관계자는 “외국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당장 후속취재는 어렵지만 동행했던 일행간에도 얘기가 다른 상황이다. 일부는 파친코에 갔다고 시인하고 있고 해당 의원들의 움직임을 보고 후속보도 여부를 판단하겠다. 반론보도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지만 정정보도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의원 4명은 <동양일보> 기사가 특정인 이름이나 이니셜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소를 하려해도 ‘당사자 부적격’이라는 변호사 자문을 받았다는 것. 따라서 지난 11일 4명의 도의원들이 이기동 도의장을 찾아가 도의회 차원의 고소접수를 요청했다.

이에대해 이기동 도의장은 “고문변호사와 상의한 결과 도의장도 명예훼손 고소는 ‘당사자 부적격’이지만 해당 의원들은 직접 고소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다만 도의회 차원에서는 해당 신문사에 정정보도 요청이나 언론중재위 신청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들었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과 다시 상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놓고 도의장과 해당 도의원들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은밀한 해외여행, 어떻게 꼬리잡혔나

충북도의회는 오장세 전 도의장의 의원직 사퇴로 지난 1일 임시회를 열고 전반기 잔여임기 의장선거를 실시했다. 이날 선거에는 이기동 의원(음성1)과 박재국 의원(청주4)이 출마해 이 의원이 전체 의원 30명 중 16표를 얻어 14표를 얻은 박 의원을 2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낙선한 박 의원이 1명만 더 확보했으면 동점이고 2명을 끌어들였으면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간발의 차로 승패가 엇갈리자 자체적으로 표분석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1월 필리핀 골프여행 사실이 흘러나왔다는 것. 4~5명이 골프여행을 하며 특정 후보 지지의사를 확인했는데 그 가운데 모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지목받은 것.

문제의 <동양일보> 기사 내용을 보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거 전략을 숙의했으며, 후반기 의장선거에서는 해외여행에 동행한 모 의원의 당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기사 앞머리에 ‘후반기 의장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해 동행한 특정 의원을 겨냥한 의도가 엿보였다.

이에대해 해당 도의원은 “기사가 보도된 직후 해당 기자의 연락을 받고 만난 적이 있다. 해당 기자가 우리 일행중에 누가 그렇게 말을 하고 다닌 것처럼 얘기하길래 ‘선출직 공직자가 자기가 접대받고 돈받았다고 떠벌리고 다니겠느냐,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마라’고 돌려보냈다. 사실상 그때까지만 해도 오장세 도의장이 사퇴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한 의원이 많았다. 그런데 무슨 특정후보를 밀고 후반기 의장선거를 논의한단 말인가”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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