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린 내나라,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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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린 내나라,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다”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8.11.04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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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 동포 81명 영주귀국...청원 오송에서 ‘새인생’

 

사할린 동포 40세대 81명이 충북 청원 오송에 둥지를 틀었다. 이를 선두로 650명(311세대)이 내년 3월까지 영주 귀국하게 된다.
이번 영주귀국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내 마무리 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인 사업이다. 청원 오송을 시작으로 충남아산, 경기 화성, 강원 원주, 부산기장, 경기 김포 등에 위치한 국민임대 아파트에 입주한다. 올 들어 처음으로 영주 귀국한 81명의 동포들은 비로소 충북 청원군 강내면 오송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그들은 마지막 여생을 20평 남짓 하는 오송 주공 임대아파트에서 보내게 된다.
사할린동포 40세대 감동의 입주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 영주귀국 축하의 꽃다발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사할린 동포

한시도 잊지 못했던 고국땅 
지난 30일 저녁 청원군 오송 주공아파트에서는 때 아닌 눈물바다가 연출됐다. “꿈에서만 그리던 내 나라에 이제 서야 돌아왔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서투른 고국 말을 꺼내며 눈물을 훔치던 노부부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언어소통에는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한겨울에나 입는 두터운 외투에 짐을 들기가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 늙고 지쳐 보이는 모습. 하늘한번 사람 한번 두리번거리며 어색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그들.
1940년 초반 일제 강점기 때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되었던 사할린동포들이다. 약간 어눌하지만 한국말을 전혀 잊지 않고 있었다. 단한시도 고국을 잊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들은 부모와 함께 러시아로 끌려가 하루하루를 고된 노동과 설움으로 보낸지 60년만에 청원군 오송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사할린 동포 지하라 순자씨는“ 60년 한을 풀기에는 늦었지만 돌아오니 마음만은 편하다”라며 “모국에서 꼭 남은여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늦었지만 행복한 여생 살고 싶다”

또 함오길(65)씨는 “다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꼬박 반세기 넘게 걸렸습니다.” 라고말하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물만 흘렸다. 함께 영주 귀국한 딸 함순이(23)씨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으며 한국 문화를 배웠다”면서 “그때 아버지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할린 동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농사, 공장노동직이나 탄광일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특히 1년 내내 추운 그곳의 날씨는 따뜻한 고국을 더 그립게 만들었다.  그들은 고층의 새 아파트를 보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사람들의 환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20여 명과 청원군청 직원들이 마련한 조촐한 환영식을 마치고 배정 받은 아파트로 향했다. 영주 귀국한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짐이 너무 간소해보여 관광객처럼 보이기도 했다. 김대바우(64)씨는 “이제 조금씩 살림살이를 마련 할 것이다.

마음은 부자가 된 것 같다” 라며 아파트로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적십자 충북지사 권오길씨는“ 이미 지난 달 1일부터 오송에 지원캠프를 개소하고 적십자 자원봉사원을 조직했다. 이를 적극 활용하여 입주예정 아파트에 대한 입주준비, 전화 및 가스시설연결, 비품설치, 지자체와 협조를 통해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왔다”라며“사할린동포들이 어떤 모습을 지을까 궁금하다”며 흐뭇해했다.

한인동포 1세대에 자원봉사 한명이 안내를 맡아 신속하게 아파트 배정이 이루어졌다. 그중 춘정수(65)씨 부부를 뒤따라가 보았다. 춘씨 집은 14층이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층수를 직접 누르는 그의 모습은 긴장 하고 있었다.

드디어 1405호. 현관문에 적혀있는 호수를 확인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부인 춘홍자(62)씨는 “이렇게 좋을 수가... 집이 너무 넓고 깨끗하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를 반복하며 “아들과 손자가 마음에 눈앞에 아른거린다. 웬만큼 정착이 되면 자식과 손자들을 꼭 초대해서 하루만이라도 함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적십자 충북지사 권오길씨는 “영주 귀국하는 사할린 동포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생활보호대상자로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국적판정 절차 직후 한국 국적을 회복하거나 귀화를 조건으로 한국에 만 1년 거주한 경우 한국 국적을 부여 받는 등 정부의 국적취득 간소화 혜택을 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 내년 초까지 이들의 정착을 위해 행정기관, 문화 체험 안내 등 정착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도울 것이다. 청원군도 청원군민으로 생활하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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