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공부방 ‘푸른학교’ 시드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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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공부방 ‘푸른학교’ 시드는 사연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8.12.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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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내 동일시설 있어서 허가 안 나고…자격 갖추자 ‘책자 지침’이 걸림돌
미인가 시설이었던 저소득층 공부방 청주 푸른학교의 정남득 대표는 지난해 말 드디어 시설 인가 조건을 갖추고 등록을 하기 위해 청주시를 찾아갔다. 하지만 담당자는 “800m인근에 동일한 시설(지역아동센터)이 있기 때문에 허가가 어렵다”며 “복대동이 아닌 송정동에 가서 센터를 운영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2006년 설립된 복대동 푸른학교는 그동안 시에서 운영비 및 인건비 보조를 한 푼도 받을 수 없었다. 현재 시는 인가시설에 한해서만 한 달에 200~240만원을 교사 2명의 인건비로 지원하고 있다.

사실상 푸른학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 후원금마저 끊긴 상황. 설상가상으로 올해부터는 보건복지부에서 파견되는 아동복지교사 지원도 사라지게 됐다. 2007년과 2008년은 파견 교사를 지원받았지만 4대보험에 가입한 생활복지사가 없다는 이유로 이제는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자비를 털어 센터를 운영해왔다. 아동복지교사마저 월급의 일부분을 후원금으로 내놓았고, 충대 사범대생들로 구성된 1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줘 어렵게 꾸려나갔다. 집세 45만원에다가 부식비 등 기본적으로 드는 예산을 더 이상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인가가 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는데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청주시내에만 적용되는 지침
푸른학교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다. 경기도 지역에서 출발한 푸른학교는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90년대 후반 IMF시절을 겪으면서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건립됐다. 방과 후 학습 지도 및 석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청주에는 모충동 푸른학교(99년 설립)와 복대동 푸른학교가 문을 열었다. 현재 복대동 푸른학교에는 초등생 2명, 중학생 12명이 있는 데 차상위계층, 한 부모 가정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다. 물론 무료로 운영된다.

문제는 시 담당자의 답변처럼 송정동에 센터를 내면 되겠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송정동에 센터를 다시 낼 형편도 안 되지만 이렇게 할 정당성도 찾지 못하겠다는 것. 정 대표는 “복대동에 살고 있고 복대동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단 한 가운데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며 “지난 2007년에 남상우 청주시장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공부방 이야기를 꺼냈다. 시설 자격 요건만 갖추면 등록을 해주겠다고 장담해 철석같이 믿었는데 정말 암담하다”고 억울해했다.

시설 자격 요건은 공부방 인원이 20명 이상일 경우 근린시설 2종에 85㎡공간을, 20명 이하일 경우는 60㎡을 사용하고 있으면 된다. 청주시 담당자는 “시내 지역은 지역아동센터가 많기 때문에 2007년부터 ‘800m이내에는 안 된다’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단지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온 아동복지사업 안내 책자에 나온 지침 중에 한 부분일 뿐이다. 시 담당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이러한 내용을 각 시도로 공문을 보내왔다”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근린시설에 입주하고, 인가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그래서 타 지역 상황을 알아봤지만 그러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더라. 왜 청주시만 이렇게 까다로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매번 겨울방학 1주만 쉬고 다시 문을 열었지만 올해에는 우선 2주를 쉰다. 지금으로선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며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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