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는 미술] ⑥ 공공미술의 미래(마지막)
예술가들을 부르는 시대, 삶의 방식부터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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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미술] ⑥ 공공미술의 미래(마지막)
예술가들을 부르는 시대, 삶의 방식부터 바꾸자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9.01.0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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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지속성 확보하고 주민을 생산자로 개입시켜라
작품 훼손에 대한 유지 보수 예산 확보해야

“공공미술 작가는 도시, 공간을 읽을 수 있는 지각과 재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및 사람들을 조직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서울 도시 갤러리 책임 큐레이터인 이광준 씨가 내린 공공미술작가에 대한 정의다. 이광준 씨는 지난해 12월 말 충북민예총이 주최한 문화예술경영아카데미에서 공동체 문화를 위한 문화마케팅을 강의했다.

그는 “예술가들의 역할 변화와 이를 수용할 커뮤니티 구성이 관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공공미술 작업이 기금에 의존하는 데 자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된 기구 형태를 띠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메세나가 아직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자립하기 힘든 구조다. 커뮤니티(협의체)구성여부가 성공의 키워드인 셈인데, 가령 재래시장 프로젝트를 펼친다고 하면 예술가들은 상인회와 상가번영회를 찾아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술의 사회적인 의미를 스스로 찾아나가고, 예술가들의 삶의 방식을 바꿀 때 예술도 변할 수 있다.”

공공미술의 새로운 변화는 예술이, 예술가가 사회성을 덧입었다는 것이다. 사회를 위한 미술을 선언한 공공미술 작가들은 실제 일상의 공간에 파고들었고, 소소한 변화들을 낳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일어났다. 주민이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전락하거나, 일회적인 이벤트성 행사로 차라리 '안한 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고인쇄박물관 계단에는 까치 호랑이가 그려졌다. 두 그루의 소나무와 까치호랑이가 어우러져 길운을 의미하는 민화를 연상시킨다. 이를 완성한 구들 C&C 감연희 대표는 짜투리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 아트 걸음마 단계
이광준 씨는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예술가들이 커뮤니티에 들어가 살면서 지속성을 찾아가고 있고, 커뮤니티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전국에서 공공미술 바람이 분 지 꽤 오래다. 비엔날레와 같은 매머드급 행사를 통해 ‘조형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또 지난 2년간은 문화관광부 소속 독립기구인 도시 갤러리 프로젝트,한시적이었지만 아트 앤 시티와 같은 대형 사업들이 기획됐다. 또한 공공작업소 심심의 전주 동성로 프로젝트, 공화국 리라의 망원동 마리아 프로젝트 등 게릴라 프로젝트 그룹이 전국에서 일어났다.

마포구 문래동에서는 10명의 예술가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월드컵 평화공원에서 ‘노네임 노샵’을 운영하면서 각자 인생을 파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각자 자전거원리를 이용한 이동이 가능한 개성 넘치는 가게를 만들고, 때로는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 마켓’을 보여주고 주민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등 새로운 실험에 천착하고 있다.

청주에서도 지난 2007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조형물 사업 프로젝트를 펼치면서 기관이 펼치는 공공미술 사업의 막차를 탔다. 결국 도심 곳곳에 조형 작품이 설치됐지만 지역주민, 공간과의 소통이 단절된 작업인지라 일부 예술가들을 위한 예산 나눠 주기 식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공공미술 작품에 대한 유지 보수 예산이 사후에 책정되지 못해 몇몇 작품은 도심의 흉물로 남기도 했다. 비엔날레 때 만들어졌던 작품은 청주예술의전당과 한국공예관 등에 뿌려졌지만 이러한 작품이 왜 설치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고, 또 공간과의 맥락도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행사 기간 반짝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작품들은 이제 주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이처럼 프로젝트가 지속성을 담보해내지 못한다면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하고, 설치 후 개보수 문제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다. 반면 시카고 시의 경우 공공미술 작업에 대한 유지 보수 예산이 아예 책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유지 보수에 대한 예산을 다양한 사회기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예를들어 벽화 프로젝트에 예산을 지원했다면 지원자 및 단체에 대한 이름이 표기되고, 향후 유지보수를 거쳤을 경우도 동일하게 이름이 표기된다.

“동사무소에서 먼저 전화와요”

   
   
안덕벌 예술제에는 문과 문패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과의 예술적 소통을 시작했다. 개성있는 문패작업에는 상가주인들의 의견도 첨부됐다고 한다.

몇 년 사이 예술가가 사는 동네라면 거리에 조형물이 설치되고, 골목길마다 작품으로 물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 캠프는 지난 3년 간 안덕벌 예술제를 펼쳐왔다.

조송주 하이브 캠프 기획팀장은 “3년이 돼서야 비로소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에는 상가에 개성 있는 문패를 달아주거나, 문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벌였는데 주민들이 디자인에 대해 요구를 해 작가들과 의견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가 주인들이 안덕벌 거리 환경조사를 위한 설문조사를 벌였고, 동사무소에서는 거리 간판이나 조형물을 설치할 때 하이브 작가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술다방을 통해 작가와 주민으로 만나는 단계였다면 올해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미약하나마 작가와 예술가의 손잡기가 시작됐다”고 자평했다.

지난 2006년 공공미술 구들 C&C를 간판을 걸고 용암동 동사무소 벽화, 여성발전문화센터 로비 아트 마켓 설치, 고인쇄 박물관 까치호랑이 작업을 펼친 감연희 씨는 “공공미술을 통해 죽은 공간이 살아나고, 일상의 공간이 활력을 되찾는 점이 중요하다”고 소회를 밝힌다. 그러면서 “작가 개인이 지역사회와 연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지역사회가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고 매개의 역할을 한다거나 작가들도 아르바이트가 아닌 공공미술에 대한 비전을 품고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송주 씨는 “기금 지원을 받은 사업이 왜 사회성을 확보해야 하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청주 미술판에서 공공미술이 작업이 보여줄 수 있는 파장은 클 것이다”고 예견했다.

지금 지자체마다 ‘디자인 도시’를 표방하며,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때 문화 도시의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역의 예술가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또한 도심 내 유휴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청주시여성발전문화센터 뒤에 있는 전경막사는 몇 년 째 빈 건물로 방치돼 있고, 비어있는 주민자치센터도 많다. 감연희 씨는 “짜투리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공공미술의 한 작업이다. 개인적으론 고인쇄박물관에서 문화예술체육회관으로 이어지는 직지교 아래 빈 공간에 의자를 놓고, 벽화 설치 작업을 통해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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