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설립으로 방향 선회가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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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설립으로 방향 선회가 주효
  • 홍강희 기자
  • 승인 2003.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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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사단 주둔하면서 인구 한 때 4만여명으로 증가
IMF 때는 출장소 폐지 여론 대두, 주민들 궐기대회 수십 차례

증평은 90여년 만에 ‘증평군’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게 됐다. 증평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그리 길지 않은 역사속에서도 영광보다는 패배의 아픔을 간직한 곳임을 알 수 있다. 1895년 청안군에 속했던 증평은 일본이 식민통치를 하면서 지역주민들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적 수단에 의해 둘로 쪼깨진다.

1914년 지방관제를 대폭 개편해 전국의 부·군·면을 통폐합했을 때 읍내면과 동면, 근서면, 남면, 북면을 폐합하면서 근서면과 남면은 증평면이 되고 북면은 도안면이 돼 괴산군에 통합됐다. 그 후 증평면은 1949년 8월 증평읍으로 승격됐다. 인구는 많지 않았으나 향토사단인 37사단과 예비사단인 67사단, 그리고 13공수여단 등 3개 사단이 주둔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 한 때 주민들은 ‘증평시’ 승격을 꿈꾸게 된다.

사단 유치운동도 벌어져
지난 55년 창설된 육군 37사단은 실제 인구증가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송기민 전 증평문화원장은 이 사단을 유치하기 위해 당시 유치운동까지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1954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당 공천으로 출마해 당선된 안동준 의원이 국회 국방분과위원장을 맡을 때 데 국방정책 일환으로 각 도에 예비사단을 창설했다. 이 때 충주·보은·옥천 등지에서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는데, 증평은 괴산 출신인 안의원 덕을 보게 됐다”는 게 송 전 원장의 말이다.

사단이 들어오기 전에 2만명도 안되던 상주인구가 4만명을 넘어서자 괴산출신의 김종호 의원은 주민들에게 시승격을 약속했다. 그래서 한동안 시승격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내놓는 단골메뉴가 됐다. 하지만 후에 내무부가 상주인구에서 주민등록인구로 기준치를 바꾼데다 증평인구가 오히려 3만명대로 떨어져 ‘5만명 이상’이라는 시승격 기준을 넘지 못했다. 지난 90년 설치된 출장소는 시승격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끝내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충북도가 인구의 자연증가라는 소극적인 기대만 하고, 도시기반 조성에는 관심밖 이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91년 전국적으로 지방자치 바람이 불었으나 증평만은 출장소 체제로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방자치의 사각지대’라는 말은 이 때 생긴 것이다. 이뿐 아니라 지난 98년 IMF 체제하에서는 출장소 폐지론까지 대두, 주민들이 궐기대회를 갖는 등 강하게 반발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는 주민들이 독립 자치단체 설립을 주장하며 하나로 뭉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짜로 얻은 것 아무 것도 없어
증평이 ‘군’을 설립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은 몇 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인구 기준선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본격적인 증평군 설립운동은 지난 2002년 시작됐다. 지역주민과 출장소에서는 정우택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시점에 맞춰 관련 국회의원을 찾아가고 이메일과 서신 보내기, 성명서 발표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였을 당시 충북지역 현안과제로 증평 자치단체 설립을 제시하며 힘을 실었다.

수십 차례의 궐기대회와 상경투쟁, 토론회 등은 끝났지만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인구 3만명에 무슨 ‘군’이냐는 여론에 대해 이들은 “증평과 인구 및 면적이 유사한 자치단체가 전국에 20여개 있고, 재정자립도도 전국 군 평균 22%보다 많은 30%대에 이른다”고 항변해 왔다. 증평은 군이 됨으로써 다른 자치단체와 나란히 경쟁 대열에 섰다. 그동안 다른 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을 끄집어내 육성·발전시킨 것에 비하면 상당히 늦었다. 증평은 예로부터 인삼과 씨름이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민도 많다. 이렇다하게 특성화할 만한 것이 많은 것도 아니고, 청주라는 도시에 인접해 있는 관계로 도시의존도가 높아 자칫하면 ‘이 것도 저 것도 아닌 작은 군’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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