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택시기사가 몰고온 ‘에이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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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택시기사가 몰고온 ‘에이즈 공포’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3.18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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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속옷 절도범, 복용 약 때문에 감염사실 드러나
8개월이나 연락 끊고 잠적 했어도 보건당국은 뒷짐만

에이즈에 감염된 20대 택시기사가 몰고 온 에이즈 공포가 충북을 넘어 전국을 떨게 하고 있다.

제천경찰서가 지난 11일 택시기사 전 모씨(26)를 여성 속옷 절도 혐의로 붙잡고 보니 에이즈 감염자였고 심지어 70여명의 여성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특히 전 씨 사건을 계기로 보건당국의 에이즈 환자 관리가 허술한 정도를 넘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까지 일며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알면서도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져온 전모씨가 경찰 조사를 받으며, 괴로워하고있다.
감염 확인 불구 엽기적인 섹스 행각
여성 속옷만을 골라 훔친 혐의로 전씨가 검거될 때만 해도 경찰은 변태 성욕자 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전씨의 에이즈 감염 사실이 확인되고 5년여 동안 수십명의 여성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져 왔다는 것이 드러나며 사건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동성과도 관계를 가졌고 휴대전화 영상파일로 성관계 장면이 저장된 여성만 8명이나 확인되는 등 전씨의 섹스 행각은 상상을 뛰어 넘는 엽기적인 수준이었던 것.

전씨 스스로도 10여명의 여성과 100여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힐 뿐 몇 명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지만 경찰은 그의 휴대폰에 저장된 260개의 전화번호 중 70여개가 여성의 것으로 확인돼 최소한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전 씨는 택시기사로 일하는 5년여 동안 새벽시간 술 취한 30~40대 여성 승객, 단란주점, 노래방도우미로 일하는 종업원 등을 주로 섹스 파트너로 공략해 관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를 통해 하나 둘 사실을 확인하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마치 여성에 굶주린 듯 엽기적인 섹스행각을 벌여 왔다. 오히려 전씨를 신고한 여성이 전혀 없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씨가 이미 2003년 군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사실을 알았으며 그 뒤로 더욱 성관계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실제 전 씨는 대부분 콘돔 조차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경찰에 진술하고 있어 사회에 대한 보복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검거 당시 전씨가 살던 원룸에서 200여벌의 여성 속옷이 발견되는 등 일단 변태 성욕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씨 스스로 동성애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믿고 있고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무분별하게 콘돔도 사용하지 않은채 성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화풀이일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감염 사실 약 때문에 들통
자칫 전씨의 에이즈 감염사실이나 엽기적인 섹스행각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될 뻔했다.

신원조회 등 경찰 수사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기록에서도 전씨의 감염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 감염 사실은 피의자를 배려하려는 경찰의 세심한 관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전씨의 원룸에서 훔친 여성 속옷과 함께 많은 양의 약품을 발견했고 피의자 건강이 우려돼 함께 가져왔던 것이다.

   
▲ 전씨의 원룸에서 발견된 200여장의 여성속옷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복용해 왔다 해도 무슨 약인지는 알고 건네줘야 할 것 같아 캐물어 에이즈 감염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여성 속옷을 훔치는 등 변태 성욕자적인 모습 때문에 성관계 사실을 추궁해 엽기적인 행각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만일 경찰이 단순한 변태성욕자의 범죄로 처리했다면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경찰은 즉각 전씨의 휴대전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에 대해 성관계와 에이즈 감염 여부 조사에 들어갔지만 이

또한 인권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다행히 현재까지 전씨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감염자 잠적해도 보건당국은 태연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으로 확인된 보건당국의 안일한 에이즈 감염자 관리 실태다. 전국에 6206명의 에이즈 감염자가 있고 이중 충북에서만 100이 넘는 감염자가 생활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한해 동안 새로 확인된 환자만 800명에 이르는 데도 사실상 치료와 관리 여부를 감염자 본인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에이즈환자의 경우 감염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감염인 에게 치료 또는 요양을 하도록 권고할 수 있을 뿐, 인권문제로 본인이 진료를 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치료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당국은 전 씨의 감염이 확인된 2003년 이후 30여 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약을 먹고 있는지 확인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8월 이후 연락이 끊겼는데도 전씨의 소재를 파악한다거나 하는 추가조치는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3년 8월부터 제천시보건소에 에이즈 감염자로 등록돼 관리를 받아 왔지만 전씨는 아무런 제약 없이 수 십 여명의 여성을 만나 무분별한 섹스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에이즈 지역 아니다’ 시민들 하소연
예비 사돈 ‘검사하고 와라’ 면접서도 ‘괜찮나’ 질문

전씨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제천시민들은 지역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이미지 추락 뿐 아니라 나아가 갖가지 불이익 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딸이 올 봄 결혼이 예정돼 있는데 예비 시댁에서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라는 요구를 했다며 펑펑 울었다. 외지에 사는 지인들에게 고개를 못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민도 “최근 취업을 위해 면접시험을 치렀는데 면접관이 제천에 에이즈 환자가 많으냐는 질문을 던져 매우 불쾌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에이즈 감염자가 제천에는 몇 명 살지도 않는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타지역에 비해 제천은 매우 치안상태도 좋고 특히 에이즈를 포함한 각종 질병으로부터도 청정지역이라 할 만큼 안전하다. 하루빨리 제천에 대한 불명예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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