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 신당 의미는 물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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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에서 신당 의미는 물건너간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09.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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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민주당의 신장개업 성격, 차별화 난망
“이젠 지역의 양심세력이 나설 때” 여론 비등

신당논란에 있어 적어도 충북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다른 지역은 참여여부를 놓고 정치인들의 주판알 계산이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충북에선 기존의 민주당이 고스란히 신당으로 전환될 판이다. 아무래도 호남에 뿌리를 둔 구주류 주도의 민주당 잔류로는 내년 총선을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 사수파의 내부 결속과 여론형성이 만만치 않을 경우 도내 정치인들중 일부가 흔들릴 소지도 있지만 현 민주당 세력들의 신당행은 불문가지다. 결국 충북에선 기존의 민주당 공조직 책임자들이 신당의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 실제로 현 민주당 인맥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신당체제가 굳혀질 조짐이다.

이 때문에 정치개혁을 모토로 하는 신당이 충북에선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 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재야와 노동계에선 이미 이러한 추세를 싸잡아 비난하며 “구시대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신당은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와중에서 역대 정권을 통해 행정관료와 정치역정을 이어 온 홍재형의원과 이용희 전의원에게 화살이 꽂히기도 한다.

냉정히 판단하면 충북의 민주당 공조직은 신당의 정체성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애초 신당논란은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을 통해 결정된 노무현 후보를 선거 막판까지 당이 흔들어 댐으로써 촉발된 것으로, 이런 맥락에서 경선 초기엔 이인제 대세론이었다가 노후보로 결정된 뒤에도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까지 식물조직으로 공전했던 도내 민주당 공조직은 사실상 명분을 상실하고 있는 것.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관계자는 “사실 충북의 민주당이 신당으로 전환하는 것은 무임승차나 다름없다. 그동안 과도기 때마다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못 내다가 신당이 만들어진다니까 다시 그쪽으로 쏠리는 꼴이다. 정치적 신념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식의 신당이라면 결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신당이라고 해봤자 결국은 기득권유지에 불과할 뿐이다. 이런 분위기를 당내 인사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변화에 소극적이다. 앞으로 신당이 충북에서 분명한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려면 지금같은 추세로는 안 된다.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일종의 통합적 성격의 신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견제보다는 앞으로는 참여를
이와 관련, 지역 정가에선 지역의 양심세력과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신당 관여를 주문하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다.
민주당의 리모델링도 아닌 그야말로 간판만 바꾸는 신장개업에 불과할 신당의 한계를 이미 인식하는데 따른 것이다. “아직 정치세력화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이미 수도권에선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다. 어쨌든 정치개혁의 한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도내에선 별다른 목소리가 없다. 정치에 대한 대자적 견제도 중요하지만 이젠 유권자 스스로가 나서야 할 때다. 참여정치의 취지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지역의 양심세력들이 지역의 신당창당 과정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분위기가 산다. 양길승 사태는 이들 양심세력들이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번 생각해 봐라. 지역의 대표성도 없는 인물들이 그렇게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는가. 더 기분나쁜 것은 외지에선 마치 이들이 충북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신당의 공론화가 절실하고 책임있는 인사들이 그 키를 쥐어야 할 것이다. 신당이 꼭 민주당과 매치돼 인식되는 현실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정치를 개혁하자는 것인데 특정 정당에만 국한시키면 곤란하다. 신당이 정치변혁을 위한 토양이 되어야지 특정인 정치입신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하는 한 지역 인사는 충북의 경우 신당을 민주당에만 맡겨서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단언했다.

특무상사 언제까지…
도내 민주당의 신당화와 관련,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조직개혁에 걸림돌이 됐던 구 인물들의 인적 청산이 물건너간다는 점이다. 이른바 ‘특무상사’로 통칭되는 이들은 독특한 조직문화를 형성하며 당의 체질변화에 항상 대척점으로 기능했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이들의 정리가 해묵은 과제였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역시 충북 민주당이 신당으로 전환할 경우 대거 신당에 안착할 공산이 크다. 한 관계자는 “물론 이들의 공적도 많다. 지난날 정치적 토양이 척박한 충북에서 지금 민주당의 맥을 이어 온 장본인들인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김대중정부 이후 지금까지 도내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이유를 한번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항상 말만 많았지 역동적인 모습을 좀체로 보여주지 못했다.

각종 투서와 음해 때문에 툭하면 사람들이 중도하차하기 일쑤였고,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고스란히 당의 위상실추로 이어졌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인위적인 견제에 의한 물갈이도 가능하겠지만 이 보다는 스스로가 용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못박았다.

만약 현재 민주당의 공조직 책임자들이 그대로 신당을 계승할 경우 당의 체질변화는 더욱 요원하게 된다.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당장 한 표가 아쉬운 이들이 ‘메스’를 자처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후 도내에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당 쇄신을 위한 노력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적당히 분위기만을 잡다가 신.구간 전략적 ‘동침’으로 끝내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 4월의 도지부 당직개편에서도 이런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결국 이것이 종양이 돼 양길승사태같은 상상외의 일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신당을 민주당에만 맡길 수 없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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