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떡값 거부운동 2년 “정말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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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떡값 거부운동 2년 “정말 달라졌네”
  • 장동렬 기자
  • 승인 2003.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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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 선물 관행 확 줄어… 돈 봉투 옛날 얘기

진천군 선관위 “마음만 받겠습니다” 정중한 거절공직자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아직 우리들이 관료사회를 말할 때 무사안일과 비리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이는 비록 보수는 사기업에 비해 적지만 떡고물이 만만치 않고 한번 임용되면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군이란 특수성 때문이다. 더군다나 군사독재시절 공무원들이 보여준 구습과 뇌물수수, 각종 비리, 게이트 때마다 공무원들의 얼굴이 빠지지 않는 것도 이미지를 흐리는 요인이다. 그런 공직사회가 점차 맑아지고 있다. 이번 추석은 변화하는 공직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는 평가이다.

공무원 노조의 명절 금품 선물 안받고 안주기 운동이 2년째 접어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진천군 공무원노조는 지난 3일 추석을 즈음하여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내 기업, 기업체 및 이장들께는 서한문 7백여통을 발송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관행과 미풍양속이라는 미명으로 행해왔던 떡값과 선물 공여 행위가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온정의 차원을 넘어 뇌물이나 청탁의 방법으로 변질, 이용됨으로써 온갖 부정부패의 연결 고리가 되고 있다며 공직사회가 부정부패 집단으로 오인 받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등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선물, 업무와 관련된 금품 수수 관행 근절은 물론 한 걸음 더나가 직장내 상하간에도 선물 금품 안받고 안주기 운동을 생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노조는 대자보와 플래카드를 내걸고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불합리한 사례에 대한 고발을 받는 등 낡은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그 결과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공무원은 “검소하다 못해 썰렁한 추석이 됐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며 “아직 농협에서 신권으로 교환하는 행렬 등 구시대적인 행태들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예년에 비해 명절 선물 풍토는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김상봉 공무원노조 충북지역본부장은 “예전 명절에는 각 과, 계별로 돈을 걷어 특수계층의 선물 경비로 썼고, 하위직 공무원들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변태지출을 하거나 업소에 금품을 요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노조에서 앞장서 깨끗한 명절 보내기 운동을 전개한 결과 외형상으로는 선물 보따리가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부분 바뀌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추석 떡값을 전달했다 거절당한 사례도 있다. 한 지역 정치인의 경험담.
그는 추석 전 진천군 선관위를 찾았다.지난 선거에서 정치 초년병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이런저런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보답키 위해 손수 농사지은 쌀을 들고 찾았던 것. 돈 봉투도 비싼 갈비세트도 아니고 스스로 추수한 햅쌀을 차례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 선관위를 노크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보은은 실패로 끝난다.그는 선관위 직원에게 사례를 전하자 사무과장이 “성의는 고맙습니다만,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이런 선물을 받을 수 없다”며 “마음은 받은 것보다 기쁘니 부담 갖지 마시고 자주 들러 달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단돈 만원도 안 되는 데다 손수 농사지은 쌀을 거절해 당시에는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변화하는 공직 분위기를 보았기에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명절을 전후해 진천에서 일고 있는 이 같은 ‘아름다운 거부’ 바람은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지역 공직사회도 동참하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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