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도 살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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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도 살수 없었어요”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6.25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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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생활고 비관 3명 자살
청주,생계형 자살은 사회적 타살

   
▲ 지난 19일 단 하루동안 생활고를 비관해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자살예방시스템 구축이 절실해 지고 있다. 하지만 도내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19일 청주에서 단 하루 동안 생활고를 비관해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른바 ‘생계형 자살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또 다시 자살에 대한 경각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무원시험에 수차례 낙방해 취업문제로 고민 하던 20대 남자가 아파트 20층에서 투신한데 이어 사직동 한 모텔에서는 60일 동안 장기 투숙해오던 40대 일용직 노동자 김모(43)씨가 목을 매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그동안 빚 때문에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특별한 외상이 없고 방안을 확인한 결과 외부 침입 흔적도 없던 점으로 미뤄 김 씨가 스스로 목을 맨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봉명동 빈 건물 1층에서 최근 채무 문제로 고민 해오던 이모(41)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생활고에 따른 카드 빚 때문에 40대 남성이 목을 매거나 경제문제로 고민하던 30대 여성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등 올 초부터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들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불황의 늪에서 적절한 치유방법도 찾지 못한 채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20~40대 청·장년층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자살 증가율, 세계최고
자살은 정신적 불안, 사회적인 압박 등 여러 가지 이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자살 세태의 다수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오고 있다. 경제 위기로 인한 사회불안이 자살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김영랑 청주의료원 제1정신과장은 “요즘, IMF때와 마찬가지로 생활고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려 상담을 신청하는 외래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면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현재의 자살은 결국 사회적 ‘타살’로도 풀어 해석할 수 있다. 한 번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두 번 세 번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자살 충동자와 실패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끝이지 보이지 않는 불황으로 인한 생활고가 결국 자살로 내모는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과장의 분석이다.

자살은 물론 개인의 문제다. 하지만 그 이유는 빈곤층을 끌어안지 못한 우리 사회의 느슨한 사회 안전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살은 사회의 빈곤함을 추측 할 수 있는 한 수단 일 수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데도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의 증가세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점은 현재의 사회적 불안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는 ‘정부의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이유다.

청원군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불가피한 질병이나 사고 때문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는 만큼 더 이상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자살 충동자들을 상담해 주는 전문 상담단체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현실적 방안으로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 자살예방 프로그램과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심지어 청주에는 자살예방과 관련한 전문적인 시스템이 전무하다.

다만 흥덕·상당 보건소 두 곳에 정신건강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른 민간센터로 연결 해주고 있을 뿐이다.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체계를 구축, 제공하지 못하면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자살예방 시스템 미흡
다만, 청주 흥덕보건소 가족보건담당 정신건강관리프로그램 담당자는 “자살충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화 상담을 하며 얘기를 들어주고 원하면 가정방문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문적인 자살예방센터가 아닌 정신질환자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만큼 대부분 청원군 정신보건센터로 안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청원군과 제천시, 충주시, 음성군, 진천군, 보은군, 단양군 등 7곳에서 정신보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물론 정신보건센터도 전문적인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상담 해주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청주에는 없다.

연현진 청원군정신보건센터 팀장은 “5년 전에 개소해 5명의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상담을 하고 있다. 전화로 상담이 들어오면 1차적으로 진정시키고 긴급한 경우에는 출동서비스를 나가고 있지만 자살상담전문가는 없다”며 “자살과 관련해서 상담이 그다지 많이 들어오지 않아 자살예방을 위해 특별히 제공해주는 것은 없다. 정신질환이나 알코올 중독 상담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내 자살방지시스템을 보면 한심하다. 그나마 있는 자살상담 시스템도 홍보가 되지 않아 시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살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사회 양극화로 인한 빈곤층의 증가 등으로 인해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살예방종합대책에는 시·도 단위 자살예방을 위한 자살위기대응팀(광역정신보건센터) 구축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재 자살위기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 경기, 인천 세 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도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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