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은 탄력받고, 한나라당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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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은 탄력받고, 한나라당은 속앓이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3.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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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임 정국 충북정가의 득실 계산
자민련, “보궐선거 잘못되면 큰일” 긴장

재신임정국은 충북정가에도 여러 갈래의 희비를 안겼다. 가장 반기는 쪽은 물론 통합신당측이다. 이들의 요즘 행보엔 힘이 실렸다. 그동안 신당추진의 주체세력을 놓고 말못할(?) 신경전을 벌였던 신당파들은 모처럼 찾아 온 호기를 길들이며 내부 결속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충북의 신당 세력은 사실 한동안 소강기를 거쳤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대거 신당쪽으로 옮겨 갔지만 대세의 흐름을 형성하는게 여의치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현실로 나타나 집권당을 자처하면서도 음성.증평군수 선거에 자체후보를 내지 못했다. 자치단체장을 만들기는커녕 자칫 잘못하면 창당도 하기전에 초장의 분위기를 망친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신당의 분위기가 아직 썰렁한 것이 후보를 내지 못한 속내다.

재신임정국이 신당쪽에 훈풍을 안기는 이유는 자명하다. 노사모를 비롯한 노무현 지지파들의 결집이 신당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충북에서 신당의 가장 큰 고민은 인물난에 있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들이 대거 신당으로 옮겼지만 ‘개혁’이라는 대명제를 놓고 볼 때 이를 선두에서 이끌만한 ‘간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성향보다도 대중성의 함량미달이 고민이었다.

이 때문에 인물 보다는 시스템 위주의 조직관리로 신당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일종의 대안론이 부상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재신임정국은 이런 고민을 한꺼번에 해소해 준 꼴이 됐다”고 분석한 신당 관계자는 “어쨌든 재신임투표까지 자발적 지지층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당으로선 내부 갈등 및 알력만 유발하지 않으면 된다”고 전망했다.

신당의 입장에선 정당간의 극심한 정쟁으로 급속하게 확산됐던 총체적 정치불신이 다시 보혁구도로 전환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재신임 정국으로 신당의 운신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현재 신당이 우려하는 것은 역시 재신임정국에 대한 역풍이다. 재신임카드로 일거에 정국을 주도하는 현재의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쉽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수도건설 변수에 촉각

노무현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강경-조정-자진(自盡) 등의 분위기가 교차한 한나라당의 경우 중앙과 마찬가지로 지방에서도 추이를 놓고 득실계산이 분주하다. 최근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당론결정이 쉽지 않다는 최병렬대표의 발언이 여론화되면서 이의 파장도 당으로선 몹시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쥐고 있던 정국주도권을 일부 빼앗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일종의 ‘이벤트성’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여론을 타지만 유권자들이 상심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해프닝으로 끝난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놓고 앞으로 중앙당과 어떻게 의견을 조율하느냐 하는 점이다.

어쨌든 충청권에선 행정수도건설이 내년 총선논쟁의 최대 이슈다. 재신임 정국 때문에 충북에서 신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말이 신당이지 기존의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 오죽하면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정치신인들이 그쪽으로 많이 꼬인다고 하는데 그들은 말 그대로 신인들이다. 총선이 무슨 초등하교 반장선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번 재신임정국과 관련, 도내 한나라당 인사들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국민투표에 대한 한나라당쪽의 반격과 문제제기가 그대로 정쟁으로 매도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렇게 될 경우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관련 불리한 여론을 탈 게 뻔하다.

“만약 최도술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노대통령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면 분위기는 급속히 반전되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전혀 딴 판의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를 의식, 현재 중앙당이 특검발언 등으로 배수진을 치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지속적이지 못하다는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재신임의 허구성, 다시 말해 정치적 계략임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보궐선거 실패하면 “끝장”

민주당과 자민련의 입장은 분명하다. 초지일관 강경 드라이브다. 제일 먼저 노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한 자민련의 분위기는 지방에까지 미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민련은 이길 밖에 없다”는 한 당직자의 말에서도 절박함이 뭍어난다. 재신임 정국이 청와대-신당측과 한나라당-민주당측간의 세싸움으로 번질 경우 자민련의 공간은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양측간 대립구도가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자민련의 입지는 애매모호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 및 민주당과의 보조를 의식하면서도 독자 목소리를 반드시 내야할 필요가 있다. 강경발언의 배경은 바로 이런 것이다.

실제로 자민련이야말로 충북에서 최대 도박을 벌일 판이다. 당초의 우려를 불식하고 10월 30일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은 어쨌든 다시 깃발을 꽂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증평과 음성군수 선거에서 현역인 정우택의원의 후광으로 만약 한 곳이라도 건진다면 이기는 게임이지만 두곳 모두 실패한다면 어렵게 붙인 불씨마저 꺼뜨리는 상황도 무시못한다.

특히 증평군 출범의 일등공신인 정의원의 자민련이 이곳에서조차 당선자를 못내면 결과는 불문가지. “10월 30일 선거에 실패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당 관계자의 말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 재신임정국은 자민련의 줄타기정치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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