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점자블록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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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점자블록 ‘무용지물’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9.2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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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무관심·무지로 수년째 그대로 방치
지침어기며 설치··오히려 장애인안전 위험

청주시내 점자블록 있으나 마나
청주시내 보행자도로에 시각장애인 보행기준선인 점자블록이 없는 곳은 다반사고, 보도 끝에 아무렇게나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파손되거나 시설이 노후 돼 일반보도와 전혀 구별을 할 수 없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제 청주 시내를 관통하는 미평~율량동 간 보행자도로만 봐도 상황을 쉽게 파악 할 수 있다.

   
▲ 현행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점자블록과 볼라드의 거리는 최소 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횡단보도와 보도 중앙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우후죽순 격이다. 규정상 계단이나 화장실, 승강기 등 에 설치해야할 36개 돌출점 점형블록을 일반 보행도로에 설치해 놓는가 하면, 유도방향에 따라 평행하게 설치해야 할 4개 돌출선 선형블록을 규정에 맞지 않는 곳에 아무렇게나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

그나마 이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무용지물인 점자블록도 모자라 블록 끝을 구조물이 막고 있는 등 대충 설치된 점자블록은 탁상행정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충북시각장애인복지연협회 김용태 실장은 “점자블록이 규정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파손돼 있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각장애인이 적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지자체에 수차례 건의를 해봤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 보겠다”며 “도로안전 설치 및 관리지침에 횡단

   
▲ 파손된 점자블록과 함께 돌로 만들어진 대형 화분이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다. 블록을 더 이상 따라 갈수 없고 자칫 장애인들이 충돌해 다칠 수 있어 위험하다.
보도에 점자블록을 설치하도록 규정해놓고 있지만 에 꼭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점자블록 문제점에 대해서는 큰 도로 및 특별한 곳 외에는 각 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통약자이동 편의증진법상 횡단보도에 연접한 양쪽 보도와 지하도 및 육교의 출입구 부근, 공원과 연결되는 보도 등은 시각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점자블록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무성의한 시공, 장애인 곤혹
인도 곳곳에는 무늬만(?) 점자블록이 판치고 있다. 점자블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인양 도내 인도 곳곳을 채우고 있지만 지자체의 무관심과 무지로 개선 없이 수년째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지침대로라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점형·선형으로 구분) 제품은 30㎝×30㎝ 규격으로, 점형블록의

   
▲ 보행구간에 멈춤을 요하는 점형블록이 설치돼 있어야 하지만 선형블록이 설치돼 있다. 또 물론 화강암으로 된 돌덩이가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경우 돌출 점의 수가 36개이어야만 한다.

이를 축소하거나 형태를 변형해서도 안 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상식을 뛰어넘는 마구잡이식 설계다.
보행구간에 멈춤 또는 주의를 요하는 점형블록이 설치되는 등 용도에 맞지 않는 무성의한 시공으로 시각장애인들은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이 엉터리로 설계된 점자블록의 표시만을 믿고 인도를 보행할 때 차도로 내몰리거나 장애물 없는 한적한 길에서도 고립될 수 있다.

이렇듯 행정 당국의 무관심으로 빚어진 주먹구구식 점자블록 설계는 시각장애인들을 대형사고위험으로 내몰면서 약이 아닌 독이 되고 있다.

김용태 실장은“예산낭비의 안타까움보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시각장애인용 점자유도블록에 대한 관심과 사전교육이 선결돼야만 인도설계나 개보수 시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시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작은 부분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해 진정 장애인이 살기 좋은 지역의 면모를 갖춰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점자블록 믿다가 장애물과 충돌
청주 금천동 한 아파트 단지 앞 횡단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 끝은 차량 인도 진입을 막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또 시민들의 통행이 많은 시내 세계사 안경 앞 횡단보도도 파손된 점자블록과 함께 돌로 만들어진 대형 화분이 점자블록을 가로막고 있어 블록을 더 이상 따라 갈수 없고 자칫 장애인들이 충돌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차도와 점자블록 간의 거리는 150㎝도 되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장애물에 걸려 넘어질 경우 안전사고 위험도 높다.

특히 차량이 인도로 올라갈 수 없도록 하는 볼라드의 경우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인도의 턱 낮춤 구간마다 무분별하게 설치돼 시각장애인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다. 현행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점자블록과 볼라드의 거리는 최소 3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높이는 시각장애인이 미리 감지할 수 있도록 손이 닿을 수 있는 높이인 80~120㎝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볼라드는 높이 50~60㎝에 불과한데다 단단한 화강암 또는 금속 재질로 만들어져 시각장애인들에겐 지뢰나 다름없다.

시각장애 1급인 박모(46)씨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인도는 거의 없지만 볼라드와 신호등은 물론 차도 또는 건물과 너무 가까워 점자블록을 믿고 따라갈 수 없다”며 “일반인들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중요한 길잡이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볼라드의 재질과 높이를 엄격히 규제하는 등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인도를 통행할 수 있게 관련법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개정이 되면 시에서도 철저하게 개,보수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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