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박람회도 바늘구멍 취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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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박람회도 바늘구멍 취업문
  • 이승동 기자
  • 승인 2009.09.30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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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면접 1486명중 132명 가까스로 턱걸이
적성검사,메이크업 등 부대행사도 ‘문전성시’

-르포 채용박람회 현장으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공무원 시험 준비를 4년 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어요. 결혼 문제도 있고,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일반회사에 취업하려고 채용박람회에 참가했습니다”

지난24일 청주대학교 체육교육과 체육관에서 만난 김모(32)씨는 청주대학교 법학부를 졸업 한지 5년이 지났지만 공무원 시험준비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뒤늦게 일반회사에 취업할 계획으로, 이날 열린 ‘2009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다. 

   
▲ 정장차림의 취업준비생들이 한 업체 인사 담당자의 질문에 응하고 있다.
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대학교가 주관한 이 날 채용박람회에는 김씨 외에도 행사시작 전부터 수백여명의 20~30대 구직자들이 몰려 19년만의 최악의 취업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오전 11시. 정장을 잘 차려입은 구직자들은 채용계획과 면접방법 등을 문의하기 위해 업체가 입점한 부스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등 구직활동에 여념이 없었다. 또 삼성화재해상보험, 현대캐피탈 등 대기업 계열사를 비롯해 자화전자(주), 심텍(주)등 지역의 중견기업체 등 43개 업체 인사담당 직원들도 즉석 면접 등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고 구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모(25·여)씨는 “큰 희망을 갖고 온 것은 아니지만 취업이 워낙 힘들다 보니 일단 정보라도 얻고 면접경험을 쌓아볼까 싶어서 바쁘게 업체 부스 여러 곳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업체 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 한 증권회사 인사담당자는 “취업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대체로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서두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근성이 부족해 보이고 인성부분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진지할 수는 없다’

   
▲ 홍보자료를 꼼꼼히 훑으며 메모를 하고 친구들과 진지하게 상의하는 취업준비생들 모습
오후1시. 채용박람회 현장은 신종플루 확산도 별다른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발열검사, 손 소독 등 관계자들의 권유에도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오로지 구직에만 몰두 하는 모습이었다. 입구를 서성이는 굳은 표정의 한 구직자를 만났다.

모 언론사 파견사원으로 일하던 박모(30)씨는 지난해 2월 회사를 그만둔 후 ‘백수’로 지내고 있다. 그동안 수십 곳에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왔다는 박씨는 “무슨일이 있어도 올 안에 일자리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다양한 부대행사로 마련된 부스로 수 십 여명의 구직자들이 한꺼번에 모여드는 등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무료로 얼굴 화장법 등을 알려주는 메이크업뷰티클리닉 코너부터 청주대 사주관련 평생교육원에서 나온 수강생들의 취업사주 코너까지 갖가지 상담을 해주는 등 부대 행사도 인기를 끌고 있었다.
사주코너 김수경(33·여)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업사주를 보는 구직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부분이 적성관련, 올해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오후 3시. 홍보자료를 꼼꼼히 훑으며 메모를 하고 친구들과 진지하게 상의하는 구직자들의 모습은 최근의 취업난을 다시 한번 체감케 했다.

   
▲ 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보러가기 전 채용박람회 부대 행사로 열린 메이크업 뷰티클리닉 코너에서 화장법을 배우고 있다.
생명보험회사 부스에서 상담중인 친구를 기다리던 박모(26)씨는 “전공과 관련해 취업을 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조건만 적당히 맞으면 상관없다”며 “예전에는 교수님이 학생들의 취업을 도와줬다고 선배들에게 들었는데 요즘은 생각도 못할 일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나던 취업준비생 박람회장으로
한편 박람회장 구석구석에는 대학 신입생부터 30대 구직자까지 직업선호도검사에 여념이 없었다. 당장 취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 1~2학년생들도 박람회장을 찾아 진지한 모습으로 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마련한 검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무료로 문제지가 제공돼 적성검사 결과를 우편으로 통보해 주고 있다. 이 검사는 개인의 직업흥미를 알아보기 위한 검사로 다양한 활동, 직업, 분야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박람회에 참석하지 않는 일반학생들도 행사장을 지나는 길에 참여하는 등 검사지가 모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에 열중하고 있는 이모(31)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도 했지만 취업에 실패하고 오로지 공무원 시험 준비만 했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하다 요즘 졸업한 학교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박람회가 행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지나는 길에 답답한 마음도 있고 적성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졸업 예정자들 뿐 아니라 졸업생, 대학 초년생들까지 취업을 조급해 하고 있었다. 또 일부 부스에서는 인턴십 과정을 문의하려는 2,3학년 학생들이 미리부터 자발적으로 박람회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취업하기 전에 박람회 구직자들의 분위기, 실무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해 졸업을 앞 둔 선배들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인사 담당자들과 상담을 나누려 시도하고 있었다.

최근의 구직난을 그대로 보여준 이번 박람회에는 2700여명의 구직자들이 대거 몰려 지난해 행사보다 3.5%가 늘었다. 한편 청주대에 따르면 즉석면접을 본 구직자 1486명 가운데 132명이 취업되거나 취업이 예정됐다. 이는 지난해 채용 예정됐던 125명보다 7명이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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