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고공행진에 금은방들도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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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고공행진에 금은방들도 ‘포기’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05.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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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돈 20만 7000원…사는 사람도, 기대심리에 파는 사람도 끊겨
봄 결혼예물 성수기도 옛말…청주지역 금은방 3년새 30% 감소

금값이 정말 금값이다. 금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결혼 특수가 사라진 것은 물론 문을 닫는 금은방이 늘고 있다.

“금값이 오르니 사는 사람도 없고, 기대 심리때문에 파는 사람도 거의 없다.” 도내 금은방들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금은방이 몰려있는 성안길 웨딩타운 거리는 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한산하기만 하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24일 현재 순금 1돈(3.75g) 기준 소매가격은 20만7000원이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한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환율급변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금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 24일 현재 금 1돈 소매가격은 20만 7000원까지 올라섰다. 봄이면 결혼특수를 누리던 성안길 내 금은방들도 높은 금값으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15년간 금은방을 운영해 온 김 모씨는 “손님이 절반이상 줄었고, 매출은 그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부터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문을 닫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래도 수도권은 투자상품으로 금을 매입하는 사람들이라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예물세트 NO 커플링 OK
금은방은 3월부터 성수기를 맞는다. 결혼예물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귀금속판매업청주지회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예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박재규 씨(39)는 “예전에는 예물을 한다고 하면 금 세트(팔찌·목걸이·반지·귀걸이)와 진주 세트, 사파이어 세트 등 4~5세트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여기에 예물시계까지 판매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1세트만 구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하며 “상당수의 예비부부들은 목걸이나 팔찌 등은 하지 않고 커플링만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철용 청주지회장은 “예물을 간소화하려는 추세와 보석값은 오르지 않았지만 금값이 크게 오르며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 소비를 위축시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시민들이 금은방을 찾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예물을 구입하거나 돌반지를 구입하기 위한 것. 그것도 아니라면 금을 팔기 위한 것이다. 박 씨는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으로 인해 장롱 속 금은 이미 대부분 소진된 데다 최근에는 돌잔치에도 가족들 외에는 금반지를 선물하지 않아 거래 물량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값은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큰 폭의 상승세 이어갔다. 2007년 1돈에 7만원대를 유지하던 금값은 2008년에 들어서면서 10만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3년만에 20만원을 돌파했다.

높은 세금에 이중고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금은방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청주지회에 따르면 2008년 130여 곳이던 금은방이 5월 현재 93개로 줄어들었다. 최 회장은 “현재 추세라면 문닫는 곳은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감소와 함께 비싼 세금이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금지금(金地金)에 대해 3%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부가세도 10%를 징수하고 있다. 금을 주재료로 하는 귀금속에 대해 선진국은 과세를 하지 않은데 반해 우리는 26%의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며 “세금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제대로 세금을 내고는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무자료거래를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통상 카드매출에 얼마간의 현금매출을 올린 것을 매출로 신고한다. 지금도 카드로 구매하면 1돈에 20만 7000원이지만 현금으로 사면 17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은 카드로 하면 왜 그렇게 비싸나고 하지만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오랜 불황으로 청주지역 금은방들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이다. 하루 빨리 금값 고공행진이 진정되고 시장도 활기를 찾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금 투자 금융상품은 전성기
수익률 예금금리보다 3배 높아
금은방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금 투자 금융상품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금값 덕에 인기를 얻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대표상품인 '골드리슈'는 실물거래 없이 일정 금액의 돈을 넣어놓으면 은행이 시세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을 사서 적립해주는 상품으로 최소 1g 단위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수익률도 정기예금 금리(연 3%대)보다 두 배이상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0%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9.5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달러화(외화예금)로 직접 금을 적립해 환헤지가 불필요한 신한은행의 ‘달러앤골드테크통장’도 높은 수익율을 나타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해 1년여 만인 연간 수익률이 30%를 기록했으며 최근 1개월간 5%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KB골드투자 통장’도 2008년 출시 후 현재까지 7452좌를 기록했다. 매월 100좌 안팎으로 팔렸지만 이달들어 200좌 넘게 신규판매됐다.

골드투자통장 역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11.76%, 1년 수익률이 23.21%를 나타내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 금 투자 상품인 ‘IBK 윈클래스 골드뱅킹’도 연간 21.77%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금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유럽발 재정위기여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금 가격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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