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무성간 신도로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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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무성간 신도로 ‘득보다 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0.06.1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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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 삼거리 급회전 때문에 수십년째 목숨 걸고 길 건너
일부도로 폐도·중앙분리대 설치에 도로변 점포들 반발

 안전성·생활권 침해 논란
충북도가 지방도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성-무성간 도로 확포장공사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하고 나섰다. 새롭게 신설되는 도로가 기존 도로에서 드러난 위험구간의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도로변에서 식당·주유소 등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들은 신설도로로 인해 재산피해가 발생한다며 노선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상당산성에서 미원방면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이 잘못된 도로설계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주민들은 현재 진행 중인 도로확포장공사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사진은 상당산성-무성간 도로 가운데서도 사고다발지역인 현암 삼거리(사진 왼쪽)와 조실교차로.
공동으로 도로설계를 진행 중인 다산컨설턴트와 홍익기술단은 지난 4일 낭성면사무소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신설도로가 건설될 2개안의 노선을 공개했다. 상당산성-무성간 도로는 기존 도로가 교통량 증가로 인해 잦은 정체를 보이는데다 편도 1차선 도로라서 농기계 통행이 어렵다는 점, 위험구간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성-무성간 도로는 총 10.5km로 상당산성 교차로부터 미원방면 4차선 도로(국지도 32호선)를 잇는 도로다. 충북도는 전체 사업구간을 3구간으로 나눠 올 연말까지 1구간(상당산성-목련공원 삼거리·2.5km)과 3구간(이목교차로-할뫼마을)의 실시설계를 마치고 내년에는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주거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공개된 노선은 거주민들에게는 득보다 실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기본설계를 진행 중인 다산컨설턴트 담당자는 “주민들에게 설명한 노선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제가 제기된 구간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곳곳 도로 건설 기준 어겨
가장 문제가 되는 곳은 현암 삼거리다. 현암삼거리는 현암리 주민들이 유일하게 마을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로 지난 수십년간 현암리 주민들은 목숨을 걸고 이곳을 통과했다. 주민 김종권 씨(59)는 “청주방향에서 진입하려면 좌회전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신호등도 설치해주지 않고 있다”며 “승용차를 타면 그나마 낫다. 농기계를 타고 좌회전을 하려면 말 그대로 목숨을 내놓고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신호등도 없는 횡단보도와 반사경 하나가 현암 삼거리의 유이한 안전장치다.

급회전 구간인 현암 삼거리에서 좌회전 시 시야가 확보되는 거리는 50m안팎이다. 마주오는 차가 제한속도 60㎞를 지키더라도 2~3초면 도달할 만큼 시야확보가 어렵다.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도로 건설당시 관련법에 정한 도로건설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속도 60㎞인 도로는 회전반경이 최소 140m이상이어야 한다. 회전반경이란 회전하는 구간의 도로를 원으로 볼 때 원의 반지름을 말한다. 반지름이 크면 원이 커지는 것이고, 그만큼 완만한 회전구간이 형성된다.

다산컨설턴트 관계자는 “설계를 위해 측량한 결과 현암 삼거리의 회전반경은 90m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법규정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무리한 도로설계로 수십년간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신설도로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주길 바랐다. 한 주민은 “신설도로안도 산의 한 귀퉁이만 깎거나 터널을 만드는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제시된 안보다 더 완만해야 한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 먼저 살아야”
3구간에 포함돼 있는 골드나인 골프장 앞 조실교차로도 마찬가지다. 급회전을 의미하는 화살표 표지판이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지만 이곳 역시 사고 다발지역이다. 다산컨설턴트는 회전구간을 완만히 하기위해 기존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우회하는 도로를 신설하는 방안을 택했다.

하지만 현재 이 구간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점포들은 이 같은 제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 점포 주인은 “다산컨설턴트의 안대로 도로가 신설되면 우리는 다 굶어죽는다. 터널을 뚫는 비용이나 교각을 세우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 기왕이면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 아니냐. 다리를 2개나 세우며 도로를 새롭게 내느니 현재 도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터널을 뚫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을 죽이는 도로를 건설할 바에는 지금 이대로가 낫다”고 덧붙였다.

도로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업주들은 신설도로의 설계속도에도 불만을 토로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시속 60㎞까지는 중앙분리대를 세우지 않아도 되는데 시속 70㎞로 설계하는 까닭에 중앙분리대를 세워야 한다. 전에는 오가는 손님들이 들렀는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면 반대방향에서 오는 손님은 모두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를 건설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이동성과 접근성이다. 고속도로가 이동성에 중점을 둔 것이라면 접근성에 중점을 두는 대표적인 도로가 지방도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경우 관습도로가 많은 농촌의 특성상 마을 진입이 크게 부자연스러워진다.

이와 같은 불만에 대해 다산컨설턴트 관계자는 “이동성·접근성과 함께 경제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선형이 불량하지 않은 곳은 기존도로를 확장한다는 입장에서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영업장들도 최대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충북도와 상의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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