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을 쓴 대학입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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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탈을 쓴 대학입시정책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0.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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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구 극동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매년 이맘때가 되면 우리사회는 치열한 대입경쟁이라는 홍역을 치른다. 수시모집 전형이 도입되면서 요즘에는 8,9월부터 내년초까지 일정이 지속된다.

長期전도 이런 장기전은 드물다. 뿐만 아니라 수시1·2차, 정시, 일반전형, 특별전형, 기회균형, 입학사정관, 수능, 내신, 논술면접, 반영교과, 실질반영률, 백분위, 등급, 표준점수 등 전형요소나 용어를 매뉴얼로 만들자면 가히 백과사전이다. 대학 입시요강이 보험회사 약관만큼이나 복잡하다.

수험생에게 많은 기회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라지만, 수험생과 학부모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전형방식이 대학마다 시기마다 제각각이니, 그것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일이 수능시험을 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학부모는 새로운 전형방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만사를 제치고 동분서주해야만 된다.

생업으로 그럴 형편이 못되는 부모는 방법이 없다. 결국 자녀는 그처럼 다양하다고 하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만다. 아무 걱정없이 자녀에게 올인할 수 있는 부모야 무슨 걱정이겠냐 만은 대부분의 서민가정은 그러질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게다가 입시기간이 왜 이리도 긴지. 이것은 많은 기회가 아니라 긴 고통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미국에서 도입했다는 ‘입학사정관제’이다. 성적위주의 획일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으로 선발한다니 참으로 그럴듯하다.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고, 교육기회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획일적인 교육풍토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이다. 오히려 특목고 열기는 달아오르고,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수험생을 대상으로 건당 수백만원의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고, 고급호텔 등에서 고액 논술과외가 은밀하게 이루진다고 한다. 보통 가정에서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서울 일부 사립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특목고와 외국고교 출신을 최고 65%까지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방식을 아주 다양(?)하게 만들어 눈속임으로 운용하는 대학도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뿐만 아니라 이른바 ‘스펙’ 쌓기는 더 심각하고 불공정한 과정을 부추기고 있다.

내신점수와 수능점수 이외 자기소개서, 추천서, 봉사활동 기록과 점수, 독서활동 기록, 교내외 수상 기록, 특별활동 기록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신성적을 확보하고 이같은 요건도 갖추어야 한다.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도 괴롭지만, 괴롭힐(?) 능력도 없는 부모는 어쩌란 말인가.

美制라고 다 좋은가. 이 정도면 버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사회는 출신대학이 평생을 좌우한다. 명문대에 입학만하면 죽을 때까지 명문이고, 출신대학 서열이 인생서열로 매겨지는 사회이다. 그러니 대학입시에 목을 매지 않는가. 그런데 대학은 신뢰를 잃고, 기득권층은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아무리 대단한 입학제도라 할지라도 무용지물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절실한 요소는 공정성과 투명성일 수밖에 없다. 이것부터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대입정책은 핵심은 “대학=사회적 신분”으로 엮어지는 썩은 사회적 메커니즘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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