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칠하는 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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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칠하는 녹색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0.2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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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청주시 문화관광과장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예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지키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한고…’ 질펀하게 흐르는 판소리 사철가 한 대목이 생각나는 가을입니다.

뜬금없이 사철가 타령이냐고요? 사실 만산홍엽의 가을정취 뒤에 살짝 숨은 황량함을 어찌할 수 없어 그냥 한 번 풀어보았습니다. 생로병사가 자연의 이치거늘 가을이 오면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언제부턴가 괜스레 허탈해하며 욕망을 끈을 오래도록 붙잡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무병장수를 갈구하고 젊음이 오래오래 머물기를 소망합니다. 젊음은 곧 청춘이요, 청춘은 녹색으로 이미지가 연상되죠. ‘녹색바람’이 대세인 요즘 청주시의 ‘녹색수도’ 방향설정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하고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친환경적인 각종 시설, 에너지 절약시책 등등 가시적인 사업들이 많이 펼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마음에도 녹색을 입히는 일이 아닐까요? 비록 생물학적 노화는 진행되더라도 마음만은 청춘으로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에, 문화예술의 혼을 시민들 가슴 가슴마다 불어넣는 일이 그 지름길이라면 견강부회일까요?

개발연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야말로 매진해 왔습니다. 새마을운동으로 촉발된 잘살기 운동은 도로를 뚫고, 농지를 개량하고, 치산녹화를 하고, 또 중공업을 집중육성하면서 우리나라를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의식주를 해결해도 뭔가 가슴 한 곳에 맴도는 허전함이 있으니 바로 문화의 욕구입니다. 어느 정도 살만해졌으니 ‘삶의 격조’에 눈길을 돌리는 건 어쩜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요? 음악회나 연극공연도 보고 싶고 근사한 미술전이나 우아한 무용회도 구미가 당깁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민의 문화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여러 가지 일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365일 공연이 흐르는 거리를 만들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품격 높은 축제로 쇄신하기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 국정원부지에는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여 다양한 문화욕구들을 충족시켜 나갈 것입니다.

복합문화센터는 문화예술교육 아카이브 센터로서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생활체육시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하여 시너지효과가 잘 발현되도록 운영할 계획입니다. 비록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알찬 콘텐츠를 통하여 내실을 기한다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메카이자 청주의 랜드마크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하여 시민의 허전한 마음이 젊은 녹색으로 채워지는 날, 그야말로 ‘녹색수도 청주’는 그 소임을 다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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