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 저녁회식…나는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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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장, 저녁회식…나는 워킹맘!
  • 충북인뉴스
  • 승인 2010.12.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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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희 충북도청 공보관실 뉴미디어담당

같은 해 결혼해 세 살짜리 아이를 둔 나에 비해 아직도 출산 계획이 없는 친구 하나가 있다. 대기업 ‘대리’로 일하는 친구는 내년에 세워둔 수많은 계획 중 ‘출산’계획은 없다. 내년이면 승진인데 임신한 여자라는 이유로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워킹맘(working mom · 일하는 엄마)은 ‘직장동료, 가족, 사회적 시선 등 만인과의 전쟁을 벌이는 신분’ 이라고 말하는 친구. 직장에서 워킹맘으로 살아남기가 그만큼 힘들단 얘기다. 이달 초 빅로거(도 블로그 기자단)가 도내 워킹맘 40명을 만나 그 애환을 듣고 함께 공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할 말 많은 워킹맘’들이 쏟아내는 불편한 진실.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며 사는 그녀들의 삶은 녹록치 않아 보였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며 여러 번 어려움에 봉착해 위기를 겪었다.

밤새 고열로 펄펄 끓는 아이를 억지로 놀이방에 맡기고 출근해야할 때,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겠다고 엉엉 우는 아이를 떼어 놓아야 할 때, 유난히 병 치례가 잦아 마음을 아프게 할 때….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완벽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욕심이 유난히 컸던 나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한없이 약해졌다.

하지만 나에게 큰 변화의 계기가 된 일들이 있었다.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일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해 나는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에 큰 변화를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일하는 것이 조금은 쉬워졌다.

일하는 엄마가 흔히 갖는다는 ‘미안함’도 조금은 버려뒀다. 너무 일찍 놀이방 생활을 하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 직장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대신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려 마음먹었다. 나는 아이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오전과 저녁시간으로 최대한 활용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10분간 아이와 침대에서 뒹굴면서 아침 인사를 건네고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아이와 함께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눈다. 무조건 아이 수준에 맞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면서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하게 됨을 느낀다.

도내 워킹맘들의 애환을 그 누구보다 마음 깊이 공감하지만, 그에 앞선 것은 바로 ‘생각의 전환’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처한 상황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일임을 생각하며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끔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마음이 소란스러워질 땐 아이를 가만히 안아본다. 그러면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면서 큰 위로를 받게 된다. 자식이 부모에게 사랑과 위로를 받으며 쑥쑥 클 것 같지만, 부모가 자식을 통해 받는 사랑과 위로가 몇 배는 더 큰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어제 저녁 알림장을 챙겨보지 않고 아이를 놀이방에 보낸 것이 여전히 찜찜하고, 오늘 저녁 회식에 참석하지 않기 위해 어떤 핑계를 대야할지 고민하는 걸 보면 아직도 건너야할 세월이 많은 완벽하지 않은 ‘워킹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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