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2만원 벌려고 보따리장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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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2만원 벌려고 보따리장사 합니다"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5.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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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시간강사에만 부여된 교원자격·강의료 인상
노동력 착취에 시간때우기 응수… 수업질 저하 우려

   
▲ 시간강사, 겸임교수란 미명아래 4대 보험 혜택도 없이 최저연봉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비정규 교수들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비정규직 김달손씨 시간강사를 말하다>충북대학교에서 심리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 째 대학 강단에 서고 있는 김달손(45·가명)씨. 그는 4가족을 건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월급 때문에 시간강사를 시작했다. 도내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C대, K대, H대, J대, CC대 등 무려 5개 대학 강단에 서고 그가 받은 월 평균 강의료는 80만원이 안됐다. 말 그대로 최저 연봉 고급 인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나는 찾아주는 대학이 많아 형편이 나은 편 이었다"며 "일부 학과 전공자는 자리 구하기가 힘들어 주말 대학생과 고교생 과외부터 고시학원 출강까지 마다하지 않는 일명 보따리 장사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시간강사'란 직업을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주부가 심심풀이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극단적인 표현까지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시간 강사 5년 만에 겸임교수가 되었지만 인건비를 아끼고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멍에에 불과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내 국립대학인 C대의 시간당 강의료는 6만원인 반면에 사립대는 4만원, 전문대는 2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한 대학 시간강사의 자살로 정부가 시간강사에게 교원자격을 부여하고 시간당 강의료를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정부안과 비교하면 사립대의 경우 절반도 안 되는 강의료를 받고 있다는 셈이다.

#과외학생 강의실서 마주치는 '비애'#
김 씨는 "동료 시간 강사들 중에는 자신이 학원이나 개인 과외를 통해 알게 된 학생을 대학 강의실에서 마주쳤을 때에 비애를 느끼기도 한다"며 "이런 이유에서 돈을 주거나 전임교수 논문 대필을 해서라도 전임 자리를 따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그는 "교과부의 올해 집계에 따르면 전국의 비정규 시간강사는 7만7000여명에 이른다"며 "아마도 전업강사와 비전업 강사가 절반씩 될 것이다. 흔히 정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로 부르는 전임교원도 7만여 명으로 거의 비슷하다. 다만 겸임, 초빙교수 등 이름만 교수인 비정규교원도 시간강사 이외에 2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지난해 말 서울대 법인화 등과 함께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대학 시간강사 강의료 지원 대책은 국립대 시간강사에게만 적용 된다"며 "거의 80%에 달하는 사립대 시간 강사들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남은 20%의 국립대 시간강사들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비전업 강사는 올해 초 기준 시간당 강의료가 6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 2월 각 대학으로 내려 보낸 공문을 통해 비전업 시간강사에게 3만원만 지급하라고 규정한 바도 있다. 즉 전체 시간강사의 80%에 이르는 사립대 시간강사는 원천적으로 인상된 강의료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또 "이 사회는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를 철저하게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이 존중 받아야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가르치려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시간강사를 많이 배출하고 대학은 이를 악용해 저렴하게 시간강사를 이용하고 있다"며  "대학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많이 필요한 전임보다 시간강사를 쓰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더욱이 4대 보험 등 추가 지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선 우선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실력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길이 처우개선과 각종 부정을 예방하는 길이 될 것이다. 나이는 들고 전임교수의 길은 좁으니 사립대의 경우 '1억 원 정도의 기부금이 필요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논문 대필에 심사비까지 부담한다는 언론보도가 지면을 장식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전임교원 충원 100% 수업질도 높아져#
그는 "최저 연봉에 사는 시간강사의 비애도 비애지만 사립대학들의 노동력 착취가 더 문제다"며 "국립대의 시간당 6만원 강의료는 그나마 만족한다. 하지만 사립대는 학생들에게 수업료는 비싸게 받고 강사료를 줄이려 전임교수 충원대신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를 채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전문대 2∼3만원, 4년제 사립대 4만 원 이하의 강의료는 시간강사의 사기를 꺾을 뿐 아니라 수업의 질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사실 많은 강사들은 각 대학의 강사료에 따라 강의의 수준을 달리한다. 당연히 강사료가 적은 곳에서는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곧 학생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고 그 대학의 수준이 정해지는 것이다. 즉 상대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자 시간 때우기 식 수업이 진행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시간강사 처우개선 법, 정확히 말해 고등교육법 14조2항 개정안은 겉으로는 대학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처우개선을 미끼로 전임교원 내부에 시간제 교원을 추가해 장기적으로 전임교원의 지위와 처우를 비정규직화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며 "비정규 교수들에게는 생존권의 문제이지만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대계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투자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전망을 여는 대학교육 체제 개편의 큰 틀에서 시간강사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현행 70%에도 못 미치는 대학별 전임교원 충원율을 100%로 확충하고 OECD 평균인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15명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30여명 수준이다. 현재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강의시수 기준으로 100% 충원하게 되면 거의 모든 대학 시간강사를 전임교원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먼저 재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국립대 일부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립대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처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기적으로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고 사립대 전입금 출연, 건물 증축비용 절감 등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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