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거나 치욕스런 원로교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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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롭거나 치욕스런 원로교사의 길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8.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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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에서 평교사로, 충북교육청 희귀한 인사에 '보은 인사' 논란

▲ 경남 창원시 교육삼락회가 김신일 전 교육부장관을 초청한 자리에서 원로교육자의 역할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흰머리가 힐긋힐긋한 원로교사가 평교사로 교단을 지키는 모습을 우리 지역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풍부한 교직경험을 정년까지 제자들을 위해 힘 쏟는 아름다운 모습이라기보다 조금은 치욕스런 모습이 될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도내에서는 교육장급 인사 8명이 승진하면서 대거 자리 이동이 이뤄졌다. 특히 특정고교 출신 5명이 이름을 올리면서 이기용 교육감의 보은 인사 논란이 대두되기도 했다. 여기에 교장 중임심사에서 제외된 제천의 한 중학교장이 지난달 23일 평교사로 진천의 한 중학교로 발령받으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희귀한 인사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4년 간의 교장 임기를 마친 제천의 한 중학교 A교장은 중임심사에서 배제돼 평교사로 재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통상적으로 중임심사에서 배제되면 스스로 용퇴를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A교장은 교단에 남기를 원해 평교사로 발령했다는 것이다.

A교장은 지난해 말 교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체육용품 납품 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대상자 중 하나였다. 당시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A교장은 불구속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 받아 도교육청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었다. 이후 소청심사를 통해 정직으로 감경되었지만 교장 중임심사에선 배제됐다.

"교장임기제 업무지침 따랐다"
이는 현행 '교장임기제실시업무처리지침' 1차 임기만료 교장에 대한 중임 절차와 교육공무원인사관리규정 제28조를 근거로 하고 있다. 교육감은 1차 임기가 만료되는 교장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중임여부의 심의를 요청하고 인사위원회는 개인별로 특별한 결격사유의 유무를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교장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정신 건강 상태' ,'학교관리능력상 결함의 유무','교장의 직무수행이 곤란한 사유의 유무','금품·향응 수수, 상습폭행, 성폭행, 성적조작 등 교원의 4대 주요 비위'등 관련여부에 따라 중임 심사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기만료 교장의 원로교사 임용 시 희망서를 제출하는 인사에 한해서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인사위원회는 교육국장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각 초·중등 교육과장, 학교정책과장, 외부위원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A교장의 경우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어 4년 교장 중임과정에서 배제됐다"며 "본인이 교단에 남기를 희망하고 있고 원료교사로 지역에 재직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듯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의견수렴을 거쳤으나 역시 거절의사를 분명히 해 지역에서 정년까지 노력 봉사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비리교사, 고액 호봉 챙기려"
사실 교육계 원로에 따르면 원로교사는 크게 2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영예롭거나 치욕스럽거나"이다. 이는 교육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일찌감치 교장으로 승진한 인사의 경우 4년씩 8년간 교장을 연임하고서도 정년(62세)까지 2년 안팎을 원로교사로 지내다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다.

그러나 A교사는 징계를 받아 명예퇴직을 할 수도 없는 형국이고 결국 교직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원로교사직을 수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원로교사로 지내도 호봉에 따라 급여가 책정되기 때문에 직책수당 몇 만 원 정도 감경되는 선에서 꼬박꼬박 고액 연봉을 챙기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신의 과오를 씻기 위해 제자들을 위해 노력 봉사 하는 기회라면 다행이지만 금품수수 전력이 있는 교사가 과연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결국 치욕스럽지만 교육계가 생계방편을 마련해 준 꼴이다"고 꼬집었다.

<TIP>
교사들, 왜 개혁의 무풍지대인가?

일각에서는 개혁의 무풍지대인 교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수많은 공직이 인력감축의 대세를 따라 왔지만 교사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공무원의 50%가 교사들이고 공무원 인건비의 대다수가 교사들 급여로 지급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는 퇴직 연금도 마찬가지란 것.

우리나라 전체공무원 90만 명 중 40만 명이 공립학교 교사로 가장 많고 다음이 경찰 공무원으로 10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40만 명이 소방관, 직업군인, 교정, 검찰, 법원, 세무, 관세, 외무, 검사, 판사, 일반 행정직 공무원 등으로 나누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 공직자는 "교사들이 엄청난 혜택과 특권을 누리는 권력집단이란 걸 알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공직자들을 배려해야 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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