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도우미는 왜 젊고 예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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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도우미는 왜 젊고 예뻐야 하나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1.09.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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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위원

   
얼마전까지 청주시청 본관1층 로비에는 안내도우미 여성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당연히 젊고 예뻤다. 도우미가 하는 일은 청사 안내였다. 바로 앞에 경비실이 있었음에도 안내 도우미를 따로 뽑았다.

나는 이 곳을 지나갈 때마다 ‘짧은 치마 입은 여성이 왜 저렇게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요기 거리가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 중에도 굳이 이런 안내도우미가 필요할까 생각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청주시는 지난 2001년부터 안내도우미를 뽑았고, 지난해 말 이를 중단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바로 앞 사무실에 청원경찰이 근무하고 있고 시설안내 도우미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 이 자리를 없앴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이를 없앤 것은 다행이다. 10년 동안 시 청사를 드나든 사람들은 아마 한 번쯤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안내도우미를 쓰고 있다. 도교육청에는 여성 안내도우미가 본관 1층 로비에 한 명, 민원실에 한 명 근무하고 있다. 이들 역시 젊고 예쁜 여성들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서비스 전문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그 업체에서 파견한다. 우리가 용모를 보고 선발한 것은 아니다. 경비실이 청사 입구에 있고, 로비에는 청원경찰이 없어 어차피 안내하는 사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 힘든 쪽은 여성이다. 그러다보니 대졸 여성들도 이런 도우미를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쪽으로만 본다면 이런 자리도 자꾸 생겨야 한다. 하지만 유독 젊고 예쁜 여성들에게 짧은 치마 입혀서 로비에 앉혀 놓는 것은 눈요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시설 안내는 왜 이런 여성들만 해야 하는가.

비행기를 탔을 때, 백화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호텔 커피숍에 갔을 때 안내하거나 시중드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예쁘다. 연령층도 대부분 20~30대로 보인다. 요즘 부쩍 늘어난 행사도우미들도 그렇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보면 그렇지 않다. 특히 외국 비행기를 탔을 때 승무원들이 50대 이상의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이어서 놀란 적이 많다. 전세계 항공사를 볼 때 대한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가장 젊고 예쁘다는 말도 있다.

외국에서 몇 년 동안 살다 귀국한 지인이 한국에는 유난히 감정노동자가 많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자는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려고 특정한 감정상태를 연출하는 것이 요구되는 노동자들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감정노동’이라는 책에서 항공기 승무원 사례에 초점을 맞춰 이를 처음 개념화했다. 이런 노동자들은 감정관리 활동이 직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행정기관의 안내도우미, 행사도우미, 엘리베이터 안내자들도 감정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축제나 박람회 같은 데 가보면 하루 종일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웃고 있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청주에서 열리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도 이런 여성들이 많다. 안내도우미들은 왜 이런 차림으로 있어야 하는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관람객들에게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주최측의 의도가 읽혀진다. 우리사회는 여성의 용모를 지나치게 따진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가 됐다. 그래서 행정기관부터 발상의 전환을 하라고 요구하고 싶다. 안내도우미가 정 필요하다면 능력으로 뽑으라고 말이다. 행정기관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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