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선택의 자유를 막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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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선택의 자유를 막아야 하나
  • 염귀홍 기자
  • 승인 2011.09.0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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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귀홍 사회문화부 기자

지난해 월드컵이 한창이던 때 강원도 원주에서 소개팅을 했다. 다소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여자사람’이 그리웠던지라 거리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용실도 갔었다. 설렘의 시간이 지나가고 헤어져야 하는 때가 되자 상대방 여자는 택시를 잡았다. 멀어져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눈은 택시 번호판을 주시했다. 소개팅을 주선했던 친구가 ‘매너남’으로 남고 싶으면 택시번호판을 기억해 소개팅 여인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강력히 ‘명령’한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결과 역시 좋지 못했다. 마지막 소개팅. 생각하면 우울하기만 하다.

소개팅을 주선한 친구는 왜 택시번호를 외워 그녀에게 보내라고 했을까.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택시기사들의 범죄가 빈번하다보니 그런 매너가 생겨난 것으로 추측해본다.

남성들을 귀찮게 하는 이 매너는 없어질 수 있을까. 그 이전에 늦은 밤에 술 취한 여성이 택시를 타도 안전한 귀가가 보장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의 원인은 아무나 택시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택시기사를 기피하는 현실에서 택시법인들은 노는 택시들을 줄이기 위해 기사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법인택시를 개인에게 도급하는 일도 왕왕 일어난다. 관리의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 자격증은 그저 최소한의 기준만 넘으면 된다.

법은 일부 전과자에 한해 택시자격증 취득을 제한하고 있다. 특정강력범죄와 더불어 성범죄, 마약범죄 정도다. 전과 조회가 시작된 것은 2006년, 그 이전에도 해당 범죄 전과자들은 택시자격증 시험에 응시했고 자격증을 획득했다. 전과 조회를 실시하는 지금도 1년에 2~5명씩 해당 범죄 전과자들이 나타난다. 다른 범죄의 경우 전과의 상관없이 자격증 취득이 가능한 상황이다. 얼마 전 전과21범 택시기사의 범죄도 이런 상황이 전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전과자들의 택시자격증 취득을 막을 수는 없다. 전과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는 이상 최후로 택시를 찾는 이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택시기사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나오는 이야기지만 답보 상태인 택시기사의 처우개선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한다.

언제까지 같은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 땅의 사람들은 누구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아무나 택시기사를 하는 상황에서 귀갓길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누구나 택시기사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청주시가 추진하는 안심택시가 잡음을 털고 제대로 안착되었으면 한다. 부디 남자들의 귀찮은 수고를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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