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파에 폭우까지…하늘의 뜻에 달린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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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파에 폭우까지…하늘의 뜻에 달린 축제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09.2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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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 등 역병에 생산량 급감…비가림 시설·과학영농 '대안'

 

▲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탄저병이 걸린 고추와 작황이 좋지 않은 대추.
<농산물 축제 위기…해법 없나>지난 1일 충북 괴산에서는 이 지역의 자랑인 괴산고추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당초 나흘간 열릴 예정이었던 축제가 2일 만에 끝나면서 '고추 없는 고추축제'란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지난 여름 내린 집중호우로 탄저병 등 역병이 돌면서 고추 수확량이 급감한데 원인이 있지만 출하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

바로 가격경쟁 면에서 고추농가들의 참여율이 떨어졌고 고추 값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 시중가보다 22%정도 저렴한 고추 가격도 품귀현상의 하나의 원인이 됐다. 당시 1근(600g)에 2만3000원 하던 시장가 보다 20여% 저렴하게 고추를 매입할 수 있자 고추 상인들이 몰려 시장 개설 1시간 만에 동이 났다는 것이다.

브랜드 고추 가격은 일반 고추보다 2000∼3000원 비싸 고추 상인들이 별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는 상식을 깨는 일이었다. 즉 축제현장에서 1근당 1만8000원에 고추를 매입해도 인근 시장에서 최고 2만3000원까지 고추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고추 상인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고추 시장가가 최고조에 이르다 보니 고추 농가들로부터 축제현장의 직거래장터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괴산군에 따르면 올해 군내 최고급 고추 수확량은 2625근(157만5000㎏) 정도로 지난해 5807근(348만4200㎏)에 비해 절반 정도 감소했다.

괴산군 고추생산농가 협의회 윤관호 회장은 "고추를 6만근(3600㎏)까지 확보하고 1인당 20근(12㎏)으로 물량을 한정해 판매하려 계획을 세웠지만 고추 시세를 노린 장사꾼이 사람들을 동원해 사들이면서 시장개설 1시간 만에 동이 났다"며 "가수요(假需要)를 예측하지 못해 발생한 일로 당초 나흘간 하려던 행사를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행사 2일째에 전 물량을 풀고 방송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농산물 없는 농산물 축제

그는 "이제 노지(露地) 재배는 한계가 온 듯하다"며 "폭설로 피해를 입으며 지원이 중단됐던 비닐하우스 재배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미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괴산군을 방문해 50억 원 상당의 '비가림 시설' 지원을 약속했다. 이는 괴산군이 앞으로 비가림 시설 재배의 시범지역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에는 이 같은 농산물 축제가 모두 14개가 있다. 충북도에 신고 된 총 48개의 축제 중 29%가 바로 지역 특산물을 알리는 농산물 축제다. 도 관계자는 12개 시·군 단위의 읍·면·동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지역 농산물 축제까지 합치면 더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 축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무더웠던 지난여름 가뭄 피해를 입었던 유실수는 겨우내 냉해를 입은데 이어 올해 들어 집중호우로 인한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축제 자체에 비상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일부는 축제 기간을 연기하거나 기한을 줄여서 준비하고 있지만 축제의 주인공인 농산물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매한가지다. 먼저 지난해 9월27일 열렸던 '충주 밤축제'는 이번에 일주일 정도를 연기해 10월2일에 열릴 예정이다. 오는 10월 14일 열릴 예정인 '보은 대추축제'는 지난해 3일 만에 끝냈던 행사를 이번에는 23일까지 무려 7일이 늘어난 열흘간이나 이어질 예정이다. 표면적으론 평일이 끼어 축제기한을 주말까지 연기했다고 하지만 예년에 비해 작황이 좋지 않아 늦더위 일조량을 기대해서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인근 특산물 판매장과 연계한 농산물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21일부터 24일까지 고추축제를 준비 중인 음성군은 괴산군의 고추품귀 현상이 남일 같지 않아 인근 인삼 직거래장터와 연결해 대체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음성군은 3년 전부터 계획출하를 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 등이 참여하는 검품과정을 거친 음성군은 2만근 확보를 위한 수매 과정을 거쳤다.

과다시비, 감나무 약화 원인
당초 2만5000근 정도 수매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었으나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1만9000여근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음성군 농정과 김장섭 팀장은 "3년 전부터 음성고추영농조합법인과 고추 파종 이전에 출하 물량을 약정한다"며 "이번에 출하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6000근 정도 줄고 전체 생산농가의 수확량이 절반 이상으로 급감했지만 하루 5000근 이내의 한정 판매로 물량을 조정하고 인근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활용한 대체판매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고 전했다.

박대현 보은 대추농가 연합회장은 "예년에 비해 작황이 떨어지고 수확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잘된 면도 있어 평년작은 된다"며 "축제기간 지난해 생산된 건대추 등 3000kg의 대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축제를 여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평일이 끼면서 축제 기간이 길어져 조금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영동곶감축제를 준비 중인 영동군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 현제영 감 연구회 대표는 "지난해 여름 열대아를 겪고 겨울엔 이상한파로 동해를 입었던 나무들이 올 여름 폭우까지 맞으면서 수분 증산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해 데미지를 입어 전체적으로 20% 이상 작황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며 "짧은 시일에 수확량을 끌어 올리려 농가들이 무분별하게 비료를 주면서 나무들이 약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고 전했다.

김의중 (사)충주 밤재배자협회장은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도 부족해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그래서 축제기한을 일주일 정도 연기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2일 열릴 예정인 충주사과축제에 대해 충북원협 김세연 차장은"추석이 일주일 이상 빨라 과일 공급에 차질을 빚었지만 10월 말이면 다양한 품종의 사과가 쏟아져 나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비가 많이 와 예년에 비해 작황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며 2∼3%의 가격동락은 소비자 심리가 많이 작용한 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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