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수암골, 이야기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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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수암골, 이야기 둘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1.09.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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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상 충청리뷰대표

<이야기 하나>청주의 명소로 떠오른 수암골 드라마 촬영지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드라마 촬영 세트장 건립공사를 일부 주민들이 몸으로 막고 나섰다. 2009년 ‘카인과 아벨’ 2010년 ‘제빵왕 김탁구’의 최고 시청률로 이어진 수암골의 성공신화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어쩌면, 주민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은 예견할 수 있었다. 청주시는 수암골 관광객 유치에 ‘올인’한 반면 살고있는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은 미봉책으로 넘겨왔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의 세트장으로 쓰인 빵집이 ‘특수’를 누리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커졌다. 주민들도 자체적으로 파전도 부치고 막걸리도 팔았지만 ‘포크레인 옆에서 삽질’하는 격이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엉뚱한 데서 챙기’는 씁쓸함을 이해할 만 하다.

그러던 차에, ‘모래시계’로 유명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KBS 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지로 청주 수암골이 결정됐다. 청주시 일대에서 촬영하는 것을 조건으로 3억원을 제작지원하기로 했다. 수암골을 드라마 명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기회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두차례 학습효과를 거친 주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윤여정 수암골 통장은 “드라마 촬영과 관광객 출입으로 소음, 쓰레기, 주차장, 조명 피해 등이 거듭되고 있다. 주민 생활불편 개선과 마을에 실질적인 혜택이 없는 드라마 촬영은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출동하면서 주민들의 현장봉쇄는 풀렸고 세트장 공사는 다시 진행중이다. 하지만 동네 인근의 드라마 촬영을 막겠다고 벼르고 있어 사태는 끝난 것이 아니다. ‘영광의 재인’ 세트장은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의 집인 ‘국수집’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 부지를 무상제공한 청주 모제과점이 드라마의 유명세를 업고 ‘우동국수집’을 개업할 것이다. 그동안 원성을 샀던 ‘빵집’이 ‘우동국수집’으로 재현되지 않을까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수암골은 드라마 속의 명소로 추억되겠지만 그곳 주민들은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이웃이다. 그들은 드라마속의 주연도 조연도 아닌, 도심의 벼랑끝으로 내몰린 달동네 주민일 뿐이다.

<이야기 둘>인터넷 검색어로 ‘드라마, 지자체’ 두 단어를 입력시키면 지자체가 제작지원한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세금먹는 하마’ ‘예산 낭비’ ‘무용지물’ 제목부터 부정적이다. 지자체가 예산지원해 경쟁적으로 유치한 드라마 촬영 세트장이 관람객 급감과 사후관리 부실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전국의 26개 지자체가 유치한 영화·드라마 세트장 32곳의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 도내에도 5곳의 촬영장이 있는데 제천시 청풍호의 ‘태조 왕건’세트장은 2000년 14억원을 들여 조성했지만 관람객이 끊겨 올해말 철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필자의 사견으로 청주 수암골은 드라마 명소로 ‘롱런’할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촬영 세트장을 드라마 종영이후 민간 소유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추가 재원이 필요없다. 이미 복수의 인기드라마를 촬영한 유명세를 업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인 유인효과가 클 수 있다.

단발성이 아닌 다발성 콘텐츠의 생명력은 덧셈이 아닌 곱셈으로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심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고 청주시의 병풍인 우암산을 끼고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무엇보다도 충북도가 추진중인 청주 출신의 유명 방송작가 김수현씨의 기념관을 유치할 경우 이른바 ‘킬링(killing)콘텐츠’로 대단한 동반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시종 지사의 요청대로 김 작가가 청주를 무대로 한 드라마 대본을 써준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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