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에도 웃지 못하는 농심
상태바
수확의 계절에도 웃지 못하는 농심
  • 윤상훈 기자
  • 승인 2011.11.03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가안정 명목 비축쌀 헐값 방출 … 김장용 채소값도 폭락

가을을 맞아 농가마다 추수에 바쁘다. 그러나 농민들의 표정에는 저마다 그늘이 짙다. 수확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먼저 햅쌀값이 심상찮다. 물가인상을 감안한 실질 쌀값이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흉작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연초부터 쌀값이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잇따라 쌀값 인하정책을 펼친 탓이라는 분석이다.

▲ 쌀과 김장용 채솟값이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단경기 쌀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정부는 4월부터 9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정부 보유곡을 헐값에 방출했다.

쌀값이 떨어져도 별다른 소득 보장책을 내놓지 않던 정부가, 반대로 쌀값이 올라갈 조짐만 보이면 즉각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쌀값을 떨어뜨리는 모순된 정책 행태가 이 같은 문제를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지역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추곡수매제가 사라진 이후 쌀값 불안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득보전직불제 같은 보완책 역시 제도적 한계로 농가소득 보전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27일 국회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이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 의뢰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쌀 판매액에 직불금을 합한 쌀농가 총소득은 올해 8조 9588억~9조5974억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경우 쌀값 폭락으로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지난해와 비슷하다는 게 강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장용 무와 배추 가격도 폭락 조짐이다. 올해 김장용 가을배추와 무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도 좋아 산지의 무·배추 값이 급락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시장격리 등 가격 안정대책을 서둘러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27일 농식품부는 김장용 가을배추·무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 3만t, 무 5,000t을 조기에 산지폐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올해 가을배추 최저 보장 가격은 10α당 60만 8000원, 무는 58만 8000원이다. 산지 가격이 이보다 낮아지면 폐기처리된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와 무 평균 도매가격을 기준으로 산지폐기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올해 배추 최저 보장가격을 가락시장 기준으로 환산하면 10㎏ 한 망 당 2400원(포기당 802원), 무는 개 당 500원 가량이다.

문제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목전에 둔 지난 27일 가락시장 평균 가격이 이미 최저 보장 가격을 밑돌았다는 점이다. 이날 가락시장 배추 평균 가격은 2310원으로 최저 보장 가격보다 90원 낮게 팔렸다.

농식품부는 지난 1일 산지폐기와 품위 저하품에 대한 출하 제한, 소비촉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농업인·소비자·정부가 참여하는 유통협약을 체결했다. 산지폐기가 임박했다는 반증인 셈이다. 한국무배추생산자연합회도 배추 포기 당 중량이 2.5㎏ 이하이거나 상품성이 낮은 배추는 출하를 억제하는 등 자구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배추 생산농가 김모 씨(제천시 백운면)는 “대부분 산지에서 생산되는 배추와 무는 밭떼기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지역마다 밭떼기 가격이 서로 달라 대표적인 산지가격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 정책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