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관리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장 전횡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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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관리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장 전횡 '골치'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1.2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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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성정·관심은 좋지만 모든 사람 예비범죄인 취급 못 참아"
청주 H아파트 입주민, 연대서명 통해 손배소 내용증명 '눈길'

▲ 최근 입주민들로부터 탄핵의 대상이 된 청주 분평동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이 인터뷰전 관리사무소에서 자료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 네모)사진은 해당 아파트 현관문에 나붙은 내용증명 공고문.
이웃사촌이란 옛말이 무색케 할 정도로 최근 공동주택 입주민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전에는 아파트 시행사나 시공사와 입주민 대표회의 간에 하자보수를 둘러싼 소송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아파트 운영과 관련해 입주민 간에 또는 전·후 입주자 대표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입주자 대표회의가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의 업무 전반에 걸쳐 시시콜콜하게 문제를 삼으면서 아파트 운영 전반이 마비되어 입주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투명한 아파트 관리를 위해 워치독(Watchdog·감시견)의 역할을 해 주면 다행이지만 지나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실례로 청주 사직동의 L아파트는 한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들을 고발하면서 아파트 운영 전반이 마비되어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최근까지 이어졌다. 업체 선정과정에서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있었다는 진정 사건이었지만 경찰 조사결과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같은 기간 아파트 운영 전반이 마비되면서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는 위탁관리보다 자체관리를 하는 아파트의 경우가 더욱 심각했다. 실례로 청주 분평동의 W아파트는 수년 전 자체관리로 전환하면서 경비절감을 톡톡히 봤다. 자체관리를 제안한 사람은 입주자 대표회장이 되어 수년 동안 아파트 관리 전반에 관여했다. 하지만 경비 절약을 위해 최저가 입찰을 선호했던 이 입주자대표회장은 몇 년이 가지 않아 입주민들로부터 탄핵의 대상이 되었다. 값이 저렴한 소방호스 노즐(관창)을 구입했지만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녹이 슬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를 전수 교체하는데 예산이 더 들어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장의 전횡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입주민들이 연대 서명을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아파트 현관마다 붙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아파트도 자체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께 청주 분평동에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아파트인 H아파트의 각 동 현관 유리문에는 14일자 우체국 내용증명 소인이 찍힌 공고문이 나붙었다. H아파트 관리 정상화를 촉구하는 주민일동이란 출처의 내용증명에는 모두 89명의 주민들이 크게 7가지의 사안에 대해 요구하고 서한을 받은 지 2일 안에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잇단 의혹제기로 업무 마비
또 내용증명에서는 앞서 지난달 6일 열린 주민공청회 결과와 참석자들의 결의 및 건의사항을 주택법시행령과 아파트 관리규약에 따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6일 주민공청회를 통해 아파트 현관 자동문 설치를 기존 업체인 K사에 맡길 것인지 아니면 제 3의 업체에 맡길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참석인원 25명 중 대다수가 K사의 공사 속개를 찬성했고 이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관리소장은 "입주자 대표회장이 지난 달 27일 열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동대표가 2명만 참석해 의사정족수 미달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소개한 제3의 업체에게 공사를 맡기려 한다"며 "5억6000만원이란 공사대금 중 3억6000만원이란 중도금이 이미 지급되었고 나머지 세대별 인터폰 공사 등만 마무리 하면 되는 상황에서 신규업체를 선정해 별도의 비용을 들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양부터 차이가 나고 세대수가 비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자꾸 인근 아파트 설치사례를 들어 반대 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입주자 대표회장 K씨는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달 4일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앞서 소장이 회계 담당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정리된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했지만 최종 결제를 해야 하는 관리소장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K씨는 “관리소장이 자신의 계정으로 회계프로그램 접근이 가능했는데 경리직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필요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전해왔다.

K씨는 현관 자동문 설치와 관련해서도 전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 회장을 검찰에 고발해 지난해 1년 동안 검찰 조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혐의 처리가 됐고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변호사 선임비로 관리비를 사용해 지적을 받고 있다. K씨는 “검찰 조사가 무혐의 처리 되면서 변호사 선임비 전체를 되돌려 받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K씨는 시공업체인 K사와 전 입주자대표회장에 대한 의혹을 여전히 제기하고 있다. 당초 설계도면에는 8∼12㎜의 픽스 및 강화도어 유리를 설치하도록 했지만 실제 시공은 5㎜ 강화도어 유리를 시공했다는 것이다.

분쟁조정위도 유명무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설치 과정상의 문제로 지난해 2월 11일 입주자 대표회의는 시공업체인 K사와 부속합의서를 작성했다. 강화 도어유리를 6㎜로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역시 설치된 현관문 유리 두께는 5㎜ 강화도어 유리였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시공 상 유리두께의 오차범위 내에 있어 불법 시공으로 보긴 힘들다”는 의견이었다. 또 입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승강기 유지보수 업체를 수의계약 한 것에 대한 것도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새롭게 출근하는 관리소장마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K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해  일부 동대표로부터 전화로 동의만 얻은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장 K씨는 "책임질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설계 도면대로 시공하지 않은 해당 업체를 신뢰할 수 없어 1억5000만원이면 시공이 가능하다는 제3의 업체를 소개하려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총회 결과는 전 관리소장에게 게시하도록 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공고하려 해서 못하도록 제지했을 뿐이다"며 "내게 죄를 지으라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아파트 정상화를 촉구하는 주민일동은 "K회장은 한 번 제명당한 사람으로 취임 당시인 지난해 4월은 관리규약이 개정되기 전이라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었다"며 "성정이 올바르고 강직해 투명한 아파트 관리 경영에 관심을 갖는 것은 높이 살만 하지만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을 예비범죄인 취급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관리소장과 동대표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꼬집었다.

K회장은 "나 때문에 관리소장들이 그만 뒀다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다. 일부 물의를 일으킨 소장들이 있었음을 말하고 싶다"며 "나는 회계부정 없이 투명하게 아파트가 관리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나를 입주자 대표회장으로 뽑아 준 것도 동 대표들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충북도회 김태섭 사무국장은 "자치단체가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극단적인 소송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일방이 원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는 행정지도는 할 수 있어도 강제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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