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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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만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1.12.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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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 은사님·친구들 전화로 격려…"모교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청주 세고 국가고시 합격자 무더기 배출 '화제'>신흥 명문고로 발돋움하고 있는 청주 세광고등학교가 국가고시 최다합격이란 진기록을 세워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먼저 올해 사법고시 합격자 총 707명 중 김진성(44회·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이경환(49회·서울대 법학과 졸업), 차윤제(50회·서울대 법학과 4년 휴학중) 등 3명이 세고 졸업생이다.

또 행정고시 합격자 총 260명 중 김경용(44회·서울대 국문과 졸업), 이종성(47회·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손종욱(49회·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박세훈(50회·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 휴학중) 등 4명이 마찬가지로 세고 졸업생이다.

이어 김재갑(48·카이스트대 졸업)이 변리사에 합격한 것까지 합하며 모두 8명이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실 세고는 지난 2005년 서울대 입학 정원이 5000여명에서 3300여명으로 줄면서 서울대 입학생이 줄기는 했지만 최근 10년 동안 서울대 입학생 2자리 수를 기록하면서 신흥 명문고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04년에는 30명이 서울대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비록 올해 초 서울대를 7명밖에 보내지 못했지만 수도권 대학은 여전히 적지 않은 227명이나 보내고 있다. 또 한 해 동안 국가고시 합격자를 8명이나 배출하면서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광고 김병완 교장은 "충북의 대표 사학 중 하나인 청주 세광고에서 한 해 8명의 국가고시 배출은 도내 최고의 성과로 기록될 만하다"고 말했다. /들어가는 말.

▲ 지난 달 30일 청주 세고에는 도내 국가고시 최다합격의 진기록을 세운 졸업생들이 방문해 은사님과 후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손종욱(49회·행시), 차윤제(50회·사시), 박세훈(50회·행시), 이경환(49회·사시) 졸업생이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달 30일 청주 세광고등학교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찾아왔다. 바로 국가고시 최다합격이란 반가운 소식을 모교에 전해 준 주인공 6명이 은사를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 모처럼 모교를 찾은 이들에게 허심탄회한 심경을 들어봤다. 지난 2005년 세고 50회 졸업생으로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한 차윤제(26) 학생. 그는 이번 사법고시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시험에 집중하기 위해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까지 했다. 초시 합격이후 재시 4번째 만에 얻은 결과였다. 학교 기숙사와 신림동 고시촌을 오르내리며 무엇보다 어려움은 외로움이었다고 한다.

그는 "흔들릴 때마다 은사님 또는 친구들과 나눈 전화통화가 큰 힘이 됐다"며 "한빛 학사에서 만난 친구들이 함께 서울대에 진학했고 국가고시를 함께 준비하며 서로 힘이 됐다. 만일 경쟁만 하는 사이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고교 은사님과 친구들이 용기를 많이 북돋아 줬다"며 "입학사정관제 등 갈수록 대학 입시 제도가 다양화되고 있어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고교 후배들에겐 대학 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선생님들의 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해 졌고 진학 이후에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의 우정도 잘 키워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세고 49회 졸업생으로 이번 사법고시 최종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경환(27)씨.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순탄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4전5기의 사법고시 패스를 하기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이번 사법고시 최종합격이 성취감 보다는 안도감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번 기회가 없었으면 힘들게 생활하는 주변 친구들을 되돌아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오랜만에 선생님을 뵈었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후배들이 참 수고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상투적이지만 경쟁이 싫든 좋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훈(26) 학생은 이번 행정고시를 위해 다니고 있던 서울대 경제학부를 휴학했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놓고 행시 최종시험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05년 세고 50회 졸업생인 박 씨는 "학교에 와 보니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졸업생들을 잊지 않고 관심을 가져 주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여기서 끝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제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모교에 감사하고 그동안 개인과 학교를 위해 공부를 해 왔다면 앞으로 공무원으로서 국가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끝으로 뛰어난 친구들과 마음 놓고 경쟁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 모교에 감사하다. 또 자극을 받아 대학공부는 물론 행시까지 합격하게 해 주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마련해 준 모교와 선생님,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 2월에 세고 49회로 졸업한 손종욱(27)씨. 그는 "지난 3년 동안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꿈을 키웠던 곳이다.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열심히 지도해 준 은사님께 감사하고 3년 동안 꿈을 잘 키워 서울대에 진학한 것만으로 감사할 일인데 행시까지 합격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았다"며 "5급 사무관 경쟁 채용시험이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도한 관심에 오히려 부끄럽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며 국민들의 머슴으로서 공인답게 책임감을 다 하는 것으로 앞으로 나날들을 채울 생각이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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