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취업 後 진학 꿈 여전… "병역특례 업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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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 취업 後 진학 꿈 여전… "병역특례 업체 좋아"
  • 경철수 기자
  • 승인 2012.03.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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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 정용진· 농협 한봄·(주)준텍 김건

<고졸 취업자에게 듣는다>대학을 졸업해야 성공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편견을 깨고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사회에 당당히 나선 사회 초년생들이 있다.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고졸 신입행원을 뽑았다는 금융권에서는 전국적으로 총 486명이 신입행원이 되는 행운을 안았다. 이 중 2.7%에 이르는 13명이 충북에서 나왔다. 우리은행 1명, 기업은행 2명, 산업은행 2명, 농협 5명, 삼성증권 1명, 교보생명 2명 등이다. 정부의 고졸취업자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국내 대기업들이다. 지난해 말까지 삼성(3274명), LG(1463), SK(122)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총 5439명을 채용했다. 이중 도내에서는 8.1%에 해당하는 442명이 취업의 기회를 맞았다. 충북에서도 삼성에 취업한 고졸 취업자가 32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향토기업인 LG(96), SK(7), SKC(3), 포스코(3), 한화(3), 롯데(1), CJ, 대우조선해양, STX, KT, 현대자동차가 각 1명씩 입사해 뒤를 이었다.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 졸업생들도 공직 선호현상이 두드러졌다. 공공기관 진출은 전국 총 296명 중 7명(2.4%)이 도내에서 나왔다. 서울대병원(1), 한국교직원공제회(1), 대한지적공사(2), 한국수력원자력(1), 우체국시설관리지원단(1), 한국수자원공사(1), 도로교통공단(1) 등이다. 이로써 올해 2월12일 현재 금융권, 대기업, 공공기관에 취업한 전국 특성화고 취업자 총 6225명의 7.4%(462)에 충북 특성화고 졸업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도내 특성화고 졸업자 중 공공기관과 금융권, 기업체에 취업한 이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도 좋았다"
정용진(충북공업고 금형디자인과 卒)씨 한국수자원공사 입사

▲ 정용진(충북공고금형디자인과 졸)씨 한국수자원공사 입사
한국 수자원공사 충청지역본부 관리과 신입사원 정용진(20)씨. 그는 올해 초 충북공업고등학교 금형디자인과 3학년을 졸업하고 한국수자원공사 공채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올해 처음 도입된 고졸전형 채용시험에서 금형디자인 분야 기능사 자격증 소지자로 가산점을 받은데다 인격테스트 역량검사와 수리 검사를 통과했다. 사실 청주 폴리텍대학에도 합격했지만 그는 한국 수자원공사를 선택했다.

지난 달 20일부터 10일 동안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K-water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지난 5일 현장에 배치됐다. 충청지역 근무 신청자 2명을 뽑는 시험에서 10명이 몰려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는 "서류전형과 시험에 합격해 실무에 배치됐을 때에 전공과 업무가 다소 달라 혼란스러웠지만 '인성이 중요하다'며 지도해 주는 선배들이 있어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는 채용과정의 차별은 없었다. 다만 직급의 차이는 있어 앞으로 현장경험과 경력을 쌓아 대학 공부도 하고 싶다. 군 입대 문제도 있어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졸자와 사고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사회 경력에서는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3이 되면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 어떤 길을 가든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
한봄(청주대성여상 경영과 卒) 농협 신입행원

▲ 한봄(대성여상 경영과 졸)씨 농협 신입행원
청주 상당구청 농협출장소에는 벌써 6개월째 근무를 하고 있는 신입행원이 있다. 지난해 청주 대성여상을 졸업하고 고졸전형에 합격해 배치를 받은 바로 한봄(20)씨이다. 괴산 청안이 고향인 그는 아버지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성여상을 지원했었다. 여상을 졸업하고 나름 잘 살고 있는 고모를 보고 아버지가 강력히 추천했다.

한 씨는 "농협에서 신입행원 2명을 뽑는데 합격이 돼 영광이다"며 "후배들에게도 나와 같은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 내 출장소에서 일하다 보니 연세가 높은 공무원분들이 많이 이용하는데 아버지처럼 친숙하게 대해 주셔서 어려움은 없다. 보람이라면 인근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간혹 우리 농협 출장소를 이용하는데 공과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을 대 도와 드리면 고마워 할 때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번 도와 드리면 어른들이 이름을 기억했다가 '봄이는 이름도 예쁘고 밝아서 좋다'는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며 "다만 금융 실명제라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고 실수가 많아 죄송한 마음도 든다. 또 간혹 대학생들이 금융 업무를 보러와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면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곤 한다. 부럽긴 하지만 나름 사회경력을 먼저 쌓는데 대한 자부심도 있다. 앞으로 금융 분야에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대학공부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앉아서 배운 '일' 서서 하려니 힘들었다"
김건훈(대전 대덕전자기계고 卒) 준텍 신입사원

▲ 김건훈(대전 대덕전자기계고 졸) (주)준텍 신입사원
대전 대덕 전자기계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말 청원군 강내면 (주)준텍에 새로 입사한 김건훈(19)씨. 그는 로봇 제어과를 전공하고 기능부 활용 대회에서 입상해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생산자동화와 전자기계 제어 자격증까지 갖고 있어 입사 후 4개월여 만에 레이저를 다루다 기계를 고장 낸 일이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한다. 사실 LG산전 하청업체로 전자제어장치를 납품하고 있는 (주)준텍은 41명의 직원 중 90%가 특성화고 졸업자로 유명하다.

올해에도 지난해 3명에 이어 6명의 특성화고 졸업생을 신입사원으로 맞았다. 이는 3년 전부터 충남기계공고와 대덕전자기계고 등과 산학연을 통한 맞춤형 인재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청주공업고등학교와도 산학연을 맺은 상황이다. 김 씨도 이 과정에서 채용됐다. 5개월째 근무를 하고 있는 그는 "역시 남의 돈 벌기 힘들다"며 "학교에서 배울 때는 앉아서 진행하던 일도 실무에서는 하루 종일 서서 공정 라인을 경험하고 일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은 방위산업체로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며 "근속 3년이 지나면 '선 취업 후 대학진학'이란 꿈을 이룰 것이다. 주 5일제 근무로 주말도 쉴 수 있어 근무여건은 좋다. 빠른 사회경험은 장점인 듯 하지만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전공분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는 데는 대졸자에 비해 부족한 듯 해 안타깝다. 하지만 봉급을 받을 때 보람을 느끼고 가족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경제여건을 갖춰 가는 것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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