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비효과’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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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나비효과’ 일으킬까
  • 충북인뉴스
  • 승인 2012.04.1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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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거래처에 반도체 판매 ‘시너지 효과’ 기대

<한겨레신문>브라질 대평원을 날아오른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로 변해 미국 텍사스를 뒤흔든다는 나비효과. 에스케이(SK)의 날개를 단 하이닉스의 날개짓도 폭풍으로 변할 수 있을까.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에스케이하이닉스 출범식에서 “하이닉스는 애플, 에이치피(HP) 등에 잘 보여 물건을 팔아야 하지만, 반대로 에스케이텔레콤은 에이치피의 바이어”라고 ‘시너지 효과의 밑그림’을 설명했다. 이는 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사주는 기업을 에스케이텔레콤이 우대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장에서 탁월한 영향력을 발휘해온 에스케이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협력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을 만들 때 자체 생산한 반도체를 사용해 하이닉스와 거래 관계가 없다. 따라서 에스케이텔레콤으로선 하이닉스의 제품을 사주는 업체의 모바일 기기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국내에선 하이닉스 반도체를 이용하는 엘지(LG)전자와 팬택이 에스케이텔레콤 좋은 관계를 맺을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시너지의 예로 든 애플 등 역시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에스케이에 인수된 뒤 애플에서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예전엔 애플의 과장급이 하이닉스 관계자를 맞이했다면, 이젠 부장급이 나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 역시 삼성전자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 덕에 하이닉스와 거래처 간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면서, 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의 경쟁구도도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이닉스가 에스케이그룹 품에 안기자 마자, 도산한 일본 디(D)램 업체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새로운 모습이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도시바가 공동인수 제안에 나서면서 인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하이닉스가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반도체)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77%로 커졌다. 하이닉스의 지난해 비메모리 매출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해 3~4%까지 늘리고, 2015년에는 8~9%로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에스케이텔레콤은 퀄컴과 브로드밴드 등 통신칩 회사들과 관계가 긴밀해, 하이닉스가 파운드리(제조) 사업 진출 때 도움을 받을 여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에스케이텔레콤이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코스닥 상장사인 엠텍비젼과 합작으로 중국에 에스케이엠텍을 설립하고 휴대전화용 프로세서(AP) 등을 함께 개발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이처럼 이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사업에 발을 걸쳐놓았기에 에이피나 통신칩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진출이 충분히 가능하다.

아울러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던 충북 청주의 공장을 2009년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으로 전환해 반도체 위탁생산에 나선 바 있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에스케이엠텍이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를 맡고,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담당하는 형태로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며 “그림상으로는 반도체 전 부문에 대해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에스케이텔레콤이 또다시 스마트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디램, 낸드플래시, 에이피, 통신칩 제조체제를 갖춘다면 스마트폰 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강정원 애널리스트는 “과거 스카이 브랜드를 팬택에 넘긴 상황이라 휴대전화 사업 재진출은 미지수”라며 “충분히 그림은 그려질 수 있지만, 현실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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