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는 울고, 주유소는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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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는 울고, 주유소는 웃고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4.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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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사업법 개정 세녹스 등 사용자도 단속
탈세 차단이냐 경제성이냐 논란 계속될 듯

세녹스 등 유사휘발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정부가 ‘석유사업법’을 개정, 세녹스, LP파워 등 유사휘발유를 사용하는 운전자까지 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지난 23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된 석유사업법 26조는 ‘누구든지 유사 석유제품을 제조, 판매 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전에는 제조, 판매자만 처벌 대상이었으며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었다.
‘석유사업법’ 개정에 따라 경찰이 유사휘발유 제조 판매자와 사용자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충북에서도 사용자 입건

   
▲ 정부의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유사휘발유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지만 법 개정의 배경 등을 두고 운전자들 사이의 세녹스 찬반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유사휘발유 제조, 판매자 뿐 아니라 사용자도 경찰에 속속 입건되고 있으며 충북도내에서도 지난 7일 청원군 오창면 중부고속도로 톨게이트 입구에서 유사휘발유를 판매하던 사람과 이를 구입해 주입하던 운전자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유사휘발유 강력 단속 지시에 따라 평소 판매가 자주 이뤄지던 장소에서 잠복까지 하며 건수(?)를 올린 것이다.
“유사휘발유 단속 방침에 따라 본보기로 입건했다”고 밝힐 정도로 경찰은 유사휘발유의 제조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정부가 ‘석유사업법’을 개정, 유사휘발유 유통을 원천봉쇄키로 한 것은 유류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탈루를 막으려는 것이다.
현재 판매되는 휘발유에는 원가의 6배에 달하는 세금이 매겨진다. 소비자 가격이 1200원인 휘발유 1리터는 교통세, 교육세, 부가가치세와 유통수수료, 유통수수료의 부가세 등 993원이 세금이며 원가는 207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녹스 등 유사휘발유에는 이런 세금을 부과할 수 없어 세금을 거둬들일 수 없다.

주유소 매출 증가 기대
이에따라 그동안 유사휘발유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던 정유업계도 서서히 주름살이 펴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유사휘발유 유통 단속이 시작된 5월 부터 주유소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 정유 회사 관계자는 “유사휘발유 판매업자들이 많았던 도심 지역의 경우 많게는 40% 가까이 매출이 급감 했다”며 “6월 이후 에야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할 수 있을 것이지만 매출이 상당부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환영했다.실제로 일부 주유소에서는 단속 열흘만에 눈에 띄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한 주유소 소장은 “세녹스 등이 유통되면서 최고 30% 이상 줄었던 매출이 서서히 늘고 있다. 유류가격이 자율화된 이후 주유소간 가격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는데 유사휘발유 까지 유통되면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반기면서도 “아직도 음성적으로 유사휘발유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보다 지속적으로 단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 휴업까지 결의할 정도로 정유업계의 유사휘발유 단속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난방수요가 많은 겨울철은 등유의 판매로 그런대로 버티지만 여름철에는 휘발유 판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올 여름이 오기전에 뭔가 대책이 서지 않을 경우 주유소 문을 닫을 생각이었다”는 한 주유소 사장의 말은 그간의 업계 사정을 실감케 했다.

운전자들은 씁쓸
정부의 ‘석유사업법’ 개정으로 유사휘발유 유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지만 법 개정의 배경 등을 두고 운전자들 사이의 세녹스 찬반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세녹스 등의 안전성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단속 보다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령 등을 만들어 양성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박모씨(36·청주시 흥덕구 복대동)는 “세녹스 등이 리터당 900원 안팎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여기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휘발유 보다 훨씬 비싸진다. 그렇게 되면 누가 사용하겠는가?”라고 반문하고 “법을 바꾼 진짜 이유는 세금탈루 방지 보다는 정유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유사휘발유 단속에 찬성하는 측은 그동안 유사휘발유 제조업체가 세금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등 법의 틈새를 악용해 폭리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또다른 박모씨(42·청주시 흥덕구 사창동)는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많은 운전자들이 유사휘발유를 사용하고 있지만 제조업체만 배불리는 것”이라며 “당장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줄지 몰라도 전체 경제 측면에서는 손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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