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에서 경유가···이게 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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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에서 경유가···이게 웬일?
  • 신용철 기자
  • 승인 2013.04.03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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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통경로 추적··· “경유 특성상 기화돼 들어갈 수도”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3일 오후 8시30분께 청주 흥덕구 모충동의 한 음식점에서 ‘소주병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신고를 한 이모씨는 당시 지인들과 함께 참이슬 소주를 마시던 중 소주병 겉면과 병 안에서 심한 경유 냄새를 느꼈다.

이씨는 곧바로 관할구역인 인근 청남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청남서는 이 음식점에서 참이슬 소주 15병(미개봉 11병, 개봉 4병)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이 다시 언론의 이슈가 된 것은 지난 1일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

국과수 조사 결과 이 가운데 8병의 제품에서 소량의 경유 성분이 검출됐고, 검출량은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다. 궁금증을 일으키는 것은 청남서에서 수거한, 이씨 일행이 개봉한 4병이 아닌 미개봉 4병에 대한 부분이다.

▲ 소주병이 만들어지고 있는 한 소주공장 내부 장면. 국내 소주시장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에서 생산하는 '참이슬'에서 경유 성분이 검출되면서 경찰이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현재 경찰은 왜, 어떤 경로로 경유가 제품 안에 들어갔는지 유통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청남서 강력 5팀 한 관계자는 “개봉하지 않은 소주에서도 경유 성분이 미량 검출됨에 따라 정확한 유입 경로 등의 확인을 위해 회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기 저기 알아보니까 휘발성 물질과 같이 보관을 하면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한다”며 제품 안에서 나온 소량의 경유 성분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주 제조사인 하이트진로 한 관계자도 “제조 과정 상 절대로 들어 갈 수가 없는 구조다. 공장에서는 경유 성분이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 소주, 청원공장서 제조

문제가 된 이 참이슬 소주는 지난 1월23일 밤 7시30분에 하이트진로 충북 청원공장에서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검출 문제가 불거지자 하이트진로에서는 해당 생산일자에 똑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든 참이슬 제품들을 수거해 자체적으로 경유 성분 여부를 검사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만들어진 다른 제품에서는 일절 경유가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여러 식당에 동시다발로 검출이 됐다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겠지만 유독 한 곳의 식당에서만 경유가 검출 됐다”며 "석유라는 것이 휘발성이 강해서 밀폐된 공간에서 같이 보관을 하면 기화된 석유가 병하고 병뚜껑 사이에 유입 되기도 한다. 일례로 몇 해전 겨울철에도 그런 사례가 한 차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류센터에서 도매상으로 이동 중인 차량을 통해서나 소매점 창고 등에서 경유가 흘러내리는 과정에서 유입이 될 수도 있다”며 “회사에서는 차량 트럭에 경유를 넣다가 들어가지는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제조과정에서 경유가 들어간 것처럼 기사가 나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휘발성이 강한 경유가 공기 중에서 기화하면 소주병 겉면은 물론 병 뚜껑 사이를 뚫고 병 속 원액에까지 침투 할 수 있는 말이다.

주류업체 관계자들은 소주를 경유 같은 석유류와 같이 창고에서 보관할 경우 병 겉면에 경유가 묻는 것은 물론 소주 원액에서도 석유 냄새가 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휘발성 강한 경유의 성질 뿐만 아니라 소주병 뚜껑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체가 통과 할 수 있도록 미세한 구멍이 나 있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공기 중으로 기화된 경유가 소주병 속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하이트진로 관계자도 “소주와 석유류는 서로의 특성에 혼합이 될 수 있는 물질들로 밀폐된 장소에서는 절대로 함께 보관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과연 이른바 ‘경유 소주’로 불리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유통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이기 때문인지 아님 경유 특유의 성질 때문에 일어난 단순 해프닝인지 경찰 수사 결과에 술 애호가를 비롯해 호사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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