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왕 상무 ‘갑질’, 우리는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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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왕 상무 ‘갑질’, 우리는 떳떳한가
  • 오옥균 기자
  • 승인 2013.05.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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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경제부 기자
요즘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말이 ‘갑’과 ‘을’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불거진 갑의 행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일명 ‘갑질’은 상식을 넘어서고 그로 인한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낳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 대기업 임원이 기내식으로 제공한 라면이 맛이 없다며 항공사 여승무원을 잡지책 모서리로 때린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그는 여러 패러디 물을 양산해내며 포스코 왕상무로 유명세를 치렀다.

왕 상무에 대한 분노가 채 가시기 전에 이번엔 프라임베이커리라는 중견 제과기업의 회장이 한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라고 말하는 지배인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자신의 장지갑으로 뺨을 때린 사실이 알려져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이어 터진 갑질에 시민들은 분노했고, 불매운동 등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응징으로 죄를 물었다.

결국 상무 승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왕상무는 해임됐고,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던 프라임베이커리는 문을 닫았다.

갑을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갑에 대해 공분하고 을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을의 모습으로 살아갈까?

27일 오후 떨리는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친분이 있는 A씨였다. 홈플러스 성안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어떻게 해야 하냐며 취재기자에게 물어왔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지하 식품점에서 근무하는 동료 B씨는 그날도 시식용 두부를 프라이팬 에 익히고 있었다. 이때 40대 초반의 부부가 나타나 두부를 시식하려 했고, B씨는 정중히 “아직 익지 않았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자고객은 자신이 행위를 막은 B씨에게 폭언을 쏟아 부으며 프라이팬을 내던졌다.

몇 분간 이 상황이 이어졌는지는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남자고객의 횡포에 B씨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남자 고객이 자리를 떠난 뒤 다급히 모여든 직원들은 놀란 B씨를 위해 바늘로 손을 따는 응급조치를 취하고, 때마침 달려온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B씨를 옮겼다.

그 광경을 지켜본 A씨는 B씨가 다시 일터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뒤늦게 알고 보니 그 남자 고객은 종종 그렇게 포악질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가 지난 지금 아직 홈플러스나 피해자는 남자 고객에게 어떻게 대응할지 방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마트에 부인과 함께 직접 장을 보러와 시식코너를 찾은 남자고객은 앞서 소개한 갑보다는 을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을이면서 마트 등 서비스업장에 가면 갑이 되고자 한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을 곡해해 왕 노릇을 하려드는 것이다. 취재기자 또한 자유롭지 않다.

평소에는 을을 자처하고 을의 편에서 분노하면서, 기회만 된다면 대접받고 싶어하는 갑의 근성을 가진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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