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물질적 모두 배고픈 충주
상태바
심리적 물질적 모두 배고픈 충주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07.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라리 남한강도(南漢江道) 만들자!!
  1908년 6월 5일 충북의 수부(首府)가 충주에서 청주로 옮기기 전만 해도 충주는 충북, 더 나아가 중부권의 중심이었다. 충주가 청주의 그늘에 가리기 시작한 결정적 단초는 바로 도청의 이전이다. 조선 태조 4년(1395) 충주에 관찰사를 두어 이곳을 도청 소재지로 정한 이후 충주는 줄곧 충북을 대표했다. 그러나 도청이 충주로 옮겨지고, 경부철도와 경부고속도로라는 개발축이 청주쪽으로 쏠림으로써 충주의 쇠락은 급물살(?)을 탔다. 최근 들어서도 고속철도 오송유치와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 등의 조성으로 충주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데다 행정수도마저 청주 인근인 공주 연기로 결정되자 충주쪽의 볼멘 소리가 극에 달했다. 이곳 자치단체장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기간 교통망 확충을 외치는 이유는 바로 이에 근거한다. 우선 도로라도 뻥뻥 뚫려야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용이하고 궁극적으로 사람이 꼬인다는 발상인 것이다.


시군통합 명분은 청주 견제

 청주에 대한 충주의 서운함은 지난 6월 19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충북협회 정기총회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날 충주지역 혹은 충주출신 인사들이 대거 몰려와 행사 내내 야유 내지 빈정거림을 숨기지 않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청주 지역의 한 인사가 신행정수도 입지와 관련, 충북도민들의 결집된 의지를 강조하자 "너희들 청주X들이나 잘해..."라는 식의 노골적 비아냥마저 터져 나왔다. 최근 청주비행장 이전문제와 관련, 청주 및 충주지역 인사간 논란을 빚은 것도 충주쪽의 박탈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지역 숙원인 청주비행장 이전이 충주와 결부돼 거론되는 자체가 충주로선 못마땅한 것이다. "비행장 이전은 사실 청주보다도 충주에서 더 급한데도 충북도의 논란에선 항상 충주가 밀려 났다. 이것도 억울한데 과거 정권이 청주비행장의 충주이전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해서 만약 누가 이것을 거론한다면 차라리 자폭하겠다"는 충주환경련측의 말대로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고 충주호에 발목이 잡힌 이곳 주민들의 문제의식은 클 수 밖에 없다.

 충주 시민들의 상대적 서운함은 인구 산업 등 도시규모의 외형적 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측면이 크다. 청주에 앞서 도청의 소재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정서적 뒤틀림이라고 해도 부인할 수 없지만 그 보다도 90년대 초 단행된 시군통합이 안기는 피해의식이 더 크다.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 보자. "당시 통합이 국가적 대세였는데 지금 변두리 지역인 중원군쪽은 처음 반대 여론이 강했다. 그러나 워낙 행정기관을 동원한 설득이 강하다 보니 결국 통합으로 결정난 것이다. 문제는 그 때 중원군 주민들을 설득한 명분이다. 다른 지역에선 도시화의 효율성, 예를 들어 농촌지역이 시와 통합되면 얻는 이득이 많다는 논리로 밀어 부쳤지만 우리는 다소 달랐다. 충주시와 중원군이 통합해야 청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가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인구는 되레 줄어 들었고, 산업 금융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청주와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시민들은 이를 규탄하는 것이고, 그 분명한 타깃이 어쩔 수없이 충북도와 청주가 됐다."

행정수도가 충북 정체성 위협?

 신행정수도 후보지가 4개로 발표된 상황에서 충북도와 이지사가 복수후보지인 진천 음성을 도외시하고 연기 공주를 두둔한 것도 북부권 특히 충주의 신경을 건드렸다. 충주시민들이 충북도정의 지향점에 결정적 의혹을 품은 계기가 된 셈이다. "빈말이라도 진천 음성이 최종 후보지로 결정돼 도내 북부권이 발전해야 한다는 정도의 제스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눈앞에 펼쳐진 것은 후보지가 발표되기도 전에 나타난 연기 공주에 대한 예찬이었다. 오직 청주권만 의식한 이러한 처사는 도정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갖게 했다. 실제로 그동안 충북과 관련된 대외 논의에 있어서 청주만 있었지 충주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서 화가 나는 것이다"고 말하는 지방의원 출신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 의장을 충주사람이 한다고 해서 기대도 해 보지만 청주와 충주 사이의 왜곡된 역학구도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고선 현재의 불평등 구조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8일 충주환경운동연합은 남한강도(南漢江道) 설립추진을 제안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언론사를 놀라게(?) 했다. 며칠 전에 있은 도지사의 시군순방시 제시된 자료가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과학사업단지, 청주공항, 고속전철 등 오로지 청주권 현안만을 핵심 과제로 선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정부에 대해 지역차별을 질타하는 충북도가 내부적으론 도내 북부권을 더 차별한다는 게 충주쪽의 시각이다.

 신행정수도와 관련해서도 충주에선 자체적으로 유치위원회를 발족, 여론화를 시도했으나 도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충북도와 언론의 무관심 때문이다. 이곳 시민사회단체들은 충주전투비행장을 이전 내지 폐쇄하고 그 자리에 신행정수도를 유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충주만의 마스터베이션으로 끝났다. 도정의 안테나를 충주에 맞추기는 여전히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