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마지막 비상구’ 외부인사 새 총장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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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대 ‘마지막 비상구’ 외부인사 새 총장 영입
  • 권혁상 기자
  • 승인 2015.04.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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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동문회, 4개항 ‘마지막 중재안’ 제시하며 비대위 탈퇴 배수진 쳐

장기화 국면에 빠져있던 청주대 사태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됐다. 황신모 총장에 대한 불신으로 학내구성원들의 반발이 격한 상황에서 총동문회가 사실상 ‘마지막 중재안’을 제시했다. 총동문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윤배 이사가 총동문회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대학 구성원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재단 운영권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안내용은 ▲공동설립자 중 한 축인 석정계(석정 김영근 선생의) 후손의 이사 참여 ▲황신모 ‘지명총장’ 사퇴 ▲민주적 방식에 의한 덕망있는 외부 인사 총장 초빙 ▲교수단체 학칙화·직원 임단협 타결 등 현안문제 조속한 해결 등 4개항이다.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이하 범비대위)에 참여한 교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의 요구사항 중 하나씩을 선정한 셈이다. 사실상 재단측의 수용 부담을 대폭 경감한 대신 ‘사회적 동의’를 전제한 총장영입에 방점을 찍었다.

▲ 청주대 총동문회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중재안을 제안했다.

이같은 총동문회의 제안은 새 총장 선임이 이사회 전면교체보다 ‘수월한’ 카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신뢰를 담보한 총장선임으로 재단-대학이 소유-운영을 분리하는 민주적 관리체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청호 총동문회장은 ‘마지막 중재안’이라고 강조하며 “(교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이)이유없이 이런 제안을 거부한다면 총동문회는 범비상대책위에서 빠질 생각”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일부에선 사태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총동문회의 ‘출구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청주대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해 4월 사상 첫 경선으로 치러진 총동문회장 투표였다. 그동안 친재단 ‘어용’으로 비쳤던 총동문회가 경쟁 투표를 하는 자체가 파격이었다. 특히 재단 사무실 직원의 선거개입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청호 후보(749표)가 조철호 후보(205표)를 압도하는 승리를 거뒀다. 청주대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문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총동문회가 제안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참여한 대화채널을 김윤배 전 총장은 거부했다. 대학 교수회를 공식단체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거부 이유였다.

양측의 대화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지난해 8월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발표가 발화점이 됐다. 대학 적립금(3천억원) 규모가 지방 사립대 1위인 대학이 전체 하위 15%의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것이다. 10여년에 걸친 김 전 총장의 ‘기업형’ 대학경영이 빚어낸 대참사였다. 최악이 위기상황을 맞아 교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총동문회는 범비대위를 구성했다. 우선적으로 김 전 총장의 즉각 사퇴와 대대적인 대학 개혁을 주문했다.

‘선 정상화 후 사퇴’로 버티던 김 전 총장은 4개월만인 작년 12월 24일 전격 사퇴했다. 비대위로 모르는 ‘비밀’이사회를 통해 황신모 부총장을 후임 총장으로 내세웠다. 김 전 총장 퇴임=외부 총장 영입으로 기대했던 대학 구성원들이 뒷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김 전 총장의 최장수 보직교수로 공동책임을 져야할 당사자가 해결사를 자처한 것이었다. ‘꼭두각시’ 총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셌지만 비대위는 일단 대화채널로 인정하기로 했다.

▲ 황신모 총장은 청주공고 총동문회장(왼쪽)과 청주경실련 공동대표(오른쪽)를 맡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비대위와 황 총장의 첫 공개토론회에서 사회학과 폐과 재검토, 교수회 학칙 기구화, 등록금 심의위원회 학생참여 등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하지만 재단주에게 가장 예민한 ‘법정전입금 교비지출 금지’는 한치도 나가지 못했다. 등록금 심의위 학생참여도 참여인원을 놓고 줄다리기 하다 일방적으로 인상율을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김윤배 이사의 ‘섭정’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3월 직원 승진인사가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고참 직원을 제끼고 승진하는 사례가 숱했다. 알고보니 노조원은 대거 승진에서 제외되고, 탈퇴했거나 노조활동에 적극 가담하지 않는 직원들이 뽑혔다.

비대위는 “황 총장이 1차 토론회때와는 달리 2차 토론회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재단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성봉 이사장은 1차 토론회 이후 황 총장과 수차례 만나 비대위 요구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현재 법적으로 보장된 직원노조와의 단체협약을 가로막고, 교원 임용 심사권을 행사하려는 작태까지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총장도 주변의 우려에 대해 “말 못할 여러가지 주문이 있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단호히 배척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혀 일부 외압이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취임 4개월이 지나도록 황 총장은 청주대 사태를 한발짝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총학생회장의 12일 단식농성과 이사진 총사퇴 요구 등 반발수위가 더 높아졌다. 김윤배 전 총장의 ‘깜짝 쇼’같은 ‘아바타 총장’ 선임은 실패한 실험으로 굳어지고 있다. 황 총장의 학자적 양심과 비대위의 총체적 성찰이 청주대의 새 희망에 밑거름이 되야할 시점이다.

<독배 든 황신모 총장, 4개월 실험은 끝났다 >

청주대 총동문회가 ‘마지막 중재안’으로 새 총장 선임을 제안하면서 황신모 총장의 거취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말 김윤배 이사는 벼랑끝에서 구원투수로 황 총장을 내세웠다. 물론 이사회가 외부 총장 영입을 거부한다면 황 총장 체제는 존속될 것이다. 하지만 총장 불신임과 이사회 퇴진요구가 이미 교문밖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6월로 예정된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 발표가 또다른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다시금 부실대학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학내는 물론 지역사회 전반의 압력이 김윤배 총장 퇴임 직전 이상으로 심화될 수 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내 분규를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 전 총장은 교육부 특별감사설이 나돈 시점에 전격사퇴해 급한 불을 껐다. 황 총장도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개선하기 위한 ‘방탄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김윤배 이사의 의중과 상관없이 황 총장이 거취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도 더이상 학내인사 추천을 강행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범비대위가 기대하는 최선의 상황은 같은 청주대 동문인 황 총장의 자진사퇴다.

하지만 황 총장의 이력을 살펴보면 자리 욕심이 남다르다. 지난 2013 청주공고 총동문회장을 맡았고 그 무렵 청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도 맡았다. 고교 총동문회장은 재정적 후원능력이 있는 사업가 또는 정치인이 맡는 것이 상례였다. 평소 보수적 관점을 가진 황 총장이 진보적인 시민단체에 오랜 기간 몸담고 활동한 것도 뜻밖이다. 이런 점을 들어 일부에서는 총장직을 염두에 둔 지역사회 ‘사전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위기속에 출발한 청주대 ‘황신모호’는 4개월만에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른바 ‘초군(총동문회)’에서는 선장만 바꾸면 곧장 진로를 열어주겠다고 제안한 셈이다. 황 총장은 자신의 말처럼 ‘학교사정을 잘알고 모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독배를 받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드러난 이상 이젠 독배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학교정상화에 백의종군한다면 한때의 오명(?)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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