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표
상태바
사랑의 이름표
  • 충북인뉴스
  • 승인 2004.07.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랑의 이름표’를 달아 주는 주역들. 최은봉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 회장(뒷줄 가운데)과 회원들이 서울 역삼동 미소로병원에서 미아방지 시술 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근 기자 "송혜교 입술 라인 만들어주세요." "전지현 눈썹처럼 그려주세요." 무슨 미장원에라도 온 듯 던지는 주문들 그래도 싫지는 않았습니다.

소중한 저의 '손님'이니까요. 제가 새겨준 눈썹, 바로잡아준 눈매와 입술로 그들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있게 남 앞에 나설 수 있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시대에 맞는 의술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견적 뽑는' 의사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이게 의술이냐 미용술이냐, 갈등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걸려온 문의 전화. "그 기술로 우리 아이에게 이름 좀 새겨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가 너무 극성이라 목걸이고 팔찌고 소용 없어요." 바로 이거다.

'전지현 눈썹'을 그리던 그 기술로 집 나가 길 잃기 쉬운 아이들의 발목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예쁘게 새겨주는 거야. 부모들도 조금은 마음 놓을 수 있겠지. 3년 후면 저절로 없어지니 평생 남는 낙인도 아니고. 스무살이 다 되도록 말을 못하는 그 아이는 문만 열고 나서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다녀 몸이 상처투성이. 정신연령이 4세도 안 돼서 언제 잃어버릴까, 부모는 항상 가슴을 태운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의 발목에 이름을 새겨주던 날, "고맙다"며 제 손을 부여잡는 보호자를 보는 순간 다시 한번'의술은 인술'이란 말을 곱씹었습니다.

수술칼 들고 오지로 떠나지 않아도 인술을 펼칠 수 있는 길은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지난 25일 전국 500여명의 의료인들이 모여 설립한 대한임상반영구화장협회는 길을 잃기 쉬운 장애아동들을 대상으로 몸에 이름과 연락처 등을 새겨주는 미아방지운동에 나섰다.

장기적으론 치매노인들에게도 시술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