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고전 ‘일리아스’ 읽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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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고전 ‘일리아스’ 읽는다고?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7.09.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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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함께 같은 책 읽고, 고민하는 아이들

우리는 공동체를 꿈꾼다
배움이 싹트는 도서관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낭성면 인경리 작은 도서관에서 미원아이들이 모여 고전읽기 모임을 한다. 일리아스의 책 15장 ‘아키이오이족이 함선들에서 다시 밀려온다’ 을 읽고 온 아이들은 자신만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한다. “까르르~.” 정제되지 않은 웃음이 넘쳐날 때 이를 지혜롭게 조율하는 이는 임성재 충북참여연대 대표다.

마을의 어른과 아이들이 모여 두꺼운 고전을 함께 읽는다. 똑같은 책을 부모님과도 함께 읽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 거리가 생긴다.

미원에서 10분 남짓한 낭성면 전원주택단지에 그의 집이자 작은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낭성 사람이 미원교육공동체와 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이승범 미원중 교사의 압박(?)때문이었다고. 올해 초부터 어른과 아이들은 각기 다른 시간대에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읽는 것이다. 임성재 대표는 “아이들이 고전을 읽고 나서 핵심을 잘 짚어낼 때 놀랍다”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모으다

 

미원교육공동체에서 아동청소년 분과 대표를 맡고 있는 김한표(미원중2)군은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다”라고 수줍어했다. 평소 영상 만드는 게 취미인 그는 이번 출범식 영상도 직접 만들었다. 혜진이는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그렸다. 미원교육공동체 로고도 아이들의 작품이다. 어른들이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감당했던 것처럼 아이들도 그랬다. 고전읽기 모임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10여명의 아이들이 있다.

김지담 학생(서전고 2)은 “평소에 이런 책은 잘 안 읽지만, 이렇게 읽어서 함께 얘기하다보면 생각보다 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다는 추연태(미원중 2)군은 “한표가 중재역할을 참 잘한다. 애들끼리 하고 싶은 건 여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동청소년분과 회원들은 각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섭다는 중2 생활을 고전과 함께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동네 PC방이 생기는 것이라고. 미원에 PC방이 없어 청주까지 버스타고 다녀오는 게 힘들다는 이유다.

이를 지켜보던 김명숙 씨는 “시골에 아이들이 정말 갈 곳이 없긴 하다.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야 한다”라고 말을 거들었다.

미원교육공동체의 배움의 고리는 촘촘히 연결되고 있다. 도서관,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장소가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다. 마을의 어른이 있고, 교사, 학부모, 아이들이 함께 같은 꿈을 꾸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시, 미원’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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