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받으려고 축사, 돼지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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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받으려고 축사, 돼지 늘렸다”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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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죽이더니 이젠 사람까지 죽인다”
도덕성 흠집내기, “이원종지사에 제대로 보고됐나”

공사와 관련된 대개의 분쟁이 그렇듯 대산농장 피해건도 현재로선 전형적인 전례를 밟고 있다. 피해자는 생존의 기로에 섰다고 항변인 반면, 가해자측은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산농장은 올초 사육하던 돼지를 모두 3자에게 넘기고 축사 시설도 올 연말까지 시한으로 임대했다.

공사피해로 인한 자금압박을 견디기 어려워 특단의 조치를 쓸 수 밖에 없었다는게 농장측의 주장이다. 환경분쟁조정위 신청과 민사소송 제기에 따른 경비만도 이미 만만치 않게 나왔다. 사채에까지 손을 댔다고 볼멘 소리다. 장봉순대표는 본인의 다른 사업(주점업)에까지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돼지값이 최근 초강세를 보여 양돈농가들이 수익창출의 최대 호기를 누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값이 오르기 시작, 최고로 나갈 때는 지육 기준 ㎏당 4200원 선까지 오르는 등 평소의 두배로 급등한 것이다. 그러나 대산농장은 피해에 따른 자금압박 때문에 ‘한 달에 수억을 벌 수 있는’ 이런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농장으로선 당연히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상대를 깎아 내려야 소송에서 유리
그러나 농장이 밝히는 이러한 절박함이 충북도에 그대로 먹힐 리가 없다. 당연히 충북도는 피해액을 최소화하면서 농장측의 ‘정당성’을 깎아 내리려 한다. 만약 농장측의 고의성이 밝혀지면 소송에서 절대 유리할 수 있다. 충북도로선 어느정도 피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어쨌든 세금을 축내는 일이라 법원 판결같은 확실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한 보상에 선 뜻 나설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에 대한 책임추궁은 물론 발주처와 시공사간의 향후 구상권 논쟁도 지금으로선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충북도가 피해액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피해자 입장에선 ‘기만행위’로 비쳐지는 것이다. 결국 소송으로 비화된 대산농장 피해논란은 양측의 ‘도덕성’이 사태해결의 관건이 될 조짐이다. 피해액을 어느 정도 인정하느냐의 판단기준은 쌍방이 제기하는 주장의 사실여부에 달렸다.

당초 피해를 당하고도 그 규모를 산출하지 못했던 농장은 법원으로부터 의뢰받아 조사를 벌인 조성구박사의 용역결과를 근거로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판결전에 합의를 한다면 금액의 조율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힌다. 대산농장 장봉순대표는 “민사 소송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합당한 선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 만약 충북도가 끝까지 소송을 고집한다면 이에 응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럴 경우 하루하루 앉아서 피해를 입게될 농가의 입장을 고려, 재판부의 빠른 판결을 기대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박사는 돼지 사육의 특수성을 감안, 이미 발생한 피해뿐만 아니라 이 여파로 인한 손실, 그리고 추가공사로 인한 향후 피해예상치를 종합해 전체 피해규모를 추산했다. 대산농장은 단순한 비육이 아닌 새끼를 내는 종자사업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임신 돼지와 새끼돼지의 회전율을 고려하면 잠재적 피해가 크다는게 조박사의 주장이다. 그러나 충북도는 조박사의 용역결과를 원초적으로 불신한다. 한 관계자는 “전문가의 고유 권한과 영역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로선 산출된 피해액을 인정하기 어렵다. 우선 조사의 근거가 된 자료의 신빙성부터 의문스럽기 때문에 어차피 법정 공방을 통해 사실을 밝힐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폭설 피해 복구가 오해 불러
이와 관련 충북도가 의심을 품는 가장 핵심 사항은 농장측이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 시설과 돼지의 입식을 늘렸다는 것이다. 공사가 시작된 후 축사 3개동 정도가 더 지어졌고, 돼지도 이 시기에 집중 들어 왔다고 의문을 가지며 이미 관련 자료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 결과 서류상으론 축사가 새로 지어진 것이 맞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대산농장의 축사가 처음 지어진 것은 지난 1992년 쯤으로, 이 때 이미 현재의 축사 규모인 7개동이 지어진 것이다. 축사 7개동중 3개동은 정식 준공허가를 맡았고, 4개동은 무허가 건물인채 사용됐다. 이에 대해 대산농장 동업자 한준기씨는 “당시만 하더라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 양축, 양돈농가에 특히 무허가 축사가 많았다. 건물에 의심이 간다면 지금 당장 건물감정을 해 보면 될 게 아니냐.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봐도 금방 밝혀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도내에 폭설이 내린 2001년 1월에 벌어졌다. 당시 농장주가 부도난 지역업체 S건설의 보증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폭설 전에 돼지를 모두 처분했기 때문에 축사 피해만 났다. 정식 허가된 축사 3개동중 1개동과 미허가 축사 4개동중 2개동이 폭설로 내려 앉았고, 곧바로 보수에 나선 것이다. 이 때는 도로공사가 착공되기 전으로, 당시 피해에 따른 정부 지원이 추진됐는데 대산농장측은 무너진 축사중 정식허가된 1동 546㎡를 대상으로 연리 3%의 저리 정부자금 1억700만원을 지원받아 보수에 나섰다. 하지만 축사가 완파됨으로써 거의 신축에 가까운 보수를 하게 됐고, 결국 진천군의 건물소멸 절차를 거쳐 새로 준공허가를 얻게 된다.

축사는 2001년 4월에 건축됐지만 군청의 준공허가는 도로공사가 시작된(2001년 4월) 이후인 10월 16일에 떨어졌다. 이 때 함께 보수됐던 무허가 축사 1개동도 정식 허가를 득한 것이다. 농장측은 건물이 새로 들어 선 2001년 5월 쯤 다시 돼지 입식에 들어 가 본격적으로 비육및 종돈, 종자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상으론 축사 신축과 돼지 입식이 공사 이후로 나타나지만 속 내용은 이처럼 전혀 다르다.

“언론과 학자는 농장 입장?”
대산농장은 “도로공사 계획을 처음 안 것은 실제공사가 이뤄지기 훨씬 이전인 토지보상금 통지서를 받았을 때다. 만약 보상을 노리고 축사를 새로 짓고 입식을 늘렸다면 그 때 이미 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의심한다면 2001년 폭설도 우리가 유도한 꼴이 된다. 행정기관이 농민들을 그런식으로 다뤄도 되는지 묻고 싶다. 돼지를 죽이더니 이젠 사람까지 죽이려 한다. 법원이 조사를 의뢰한 전문가도 우리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 우리도 결과가 나 온 뒤에야 실상을 알게 됐다. 만약 용역결과가 의심스럽다면 충북도 스스로 자체 용역을 실시해라. 그게 떳떳하지 않은갚라고 반문했다.

7개동의 축사중 가장 피해가 심했던 곳은 출산을 앞둔 어미돼지가 따로 격리돼 집단 사육되는 임신사와 분만사다. 돼지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워낙 좁아 갑작스런 소음과 진동시엔 놀란 돼지가 요동치거나 철제 시설물에 충돌하기 일쑤여서 유·사산이 빈발한다. 취재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평소와는 다른 소음이 나자 모든 돼지가 일제히 놀라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충북도는 폐수 무단방류 사실을 들며 농장주의 도덕성을 깎아 내리지만 이 역시 호도된 내용이다. 지난 여름 이미 시설을 임대해 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단순히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이번 돼지소송건은 워낙 금액이 큰데다 일단 시공상의 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에 충북도로선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관계로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이원종지사에게도 보고가 되고 또한 해결을 위한 ‘선처’가 주문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지사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장주의 도덕성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농장측에선 이지사의 농민관을 한번 지켜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언론이나 학계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일단 농장측을 두둔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하지만 행정기관이라고 해서 꼭 수동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잘못이 있더라도 그 경중을 정확히 따져 사실 관계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지금 문제의 소송도 그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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