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창업, 서쪽에서는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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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창업, 서쪽에서는 폐업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4.1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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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편의점당 수익 135만원이 최근 40만원으로 급감
대학 기숙사 안까지 편의점 입점…새로운 브랜드 계속 생겨

한 집 건너 하나가 편의점이다. 아파트단지, 학교, 원룸촌, 병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예외 없이 편의점이 입점해 있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동네에 있던 20년 지기 슈퍼, 30년 지기 문구점은 사라졌다. 도시의 풍경이 바뀌었다. 편의점은 동네사람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풍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새롭게 생기는 경쟁업체들에 밀려 오래된 편의점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대한민국은 편의점공화국이다. 2018년 3월 현재 전국의 편의점은 4만216개. 1300명당 1개꼴로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은 특별한 기술 없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은퇴자들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근래들어 폐업하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청주의 한 매매거래사이트에는 10건의 매물이 올라왔다. 한 부동산중개인은 “편의점은 인기점포라 매물이 거의 없었고 나와도 금방 팔렸다. 그런데 2017년부터 문을 닫거나 업종을 바꾸는 편의점주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도 청주의 한쪽에서는 창업하고, 한 쪽에서는 문 닫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청주시내 학교, 병원, 아파트단지를 낀 사거리 주변에서는 3~4개의 편의점이 밀집해 있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제까지 있던 편의점이 순식간에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다른 업체의 편의점이 생기는 것도 볼 수 있다.

한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올해 운영상 수지타산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2017년에는 편의점당 월평균 수익이 135만원이었지만 올해 들어 수익이 40만원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수익감소는 영업시간 단축으로 이어졌고 24시간 영업에서 19시간 영업으로 전환하는 점포도 늘었다. 이와 관련해서 ‘이마트24’ 가맹본부의 이 모 팀장은 “지난해는 24시간 영업하는 점포가 최고 28.7%였는데, 올 3월 들어 13.6%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별편의점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영업시간 단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산업통상부 자료를 보면 꼭 최저임금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개별편의점 당 매출은 2017년 들어서면서부터 감소세를 이어갔다. 점포당 매출은 2016년 평균 5617만원에서 2017년 평균 5450만원으로 3%정도 감소했다. 전체매출 성장률도 줄었다. 2015년 24.2%, 2016년 18.2%, 그리고 지난해 8.2%로 매출성장률이 감소했다.

‘이마트24’의 이 팀장은 “편의점의 개수가 한계상황까지 왔다. 5년 전만해도 편의점 사업은 다른 사업들에 비해 수익성이 작아도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내실 있는 사업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2개 이상의 다점포운영 점주가 전체의 30%정도였지만 올해 들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다점포 비율이 약 4%p 감소했다고 한다.

 

매물로 나오는 편의점 급증

편의점간 경쟁뿐 아니라 외부경쟁요인도 치열하다. 일반의약품, 화장품, 식품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드러그 스토어 올리브영과 GS왓슨스, 기업형슈퍼마켓(SSM), ‘노브랜드 스토어’, 다이소는 편의점의 잠재적 경쟁자다. 이들은 입점을 하면서 주변 편의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서 이마트24관계자는 “‘노브랜드 스토어‘와 이마트24는 같은 계열사지만 ‘노브랜드 스토어‘ 직원들과 정보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이마트24와 불과 2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노브랜드 스토어가 들어서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청주시 하복대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편의점 매물은 업체에서 관리한다. 지난 몇 년 간 부동산중개인을 통해 편의점을 거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요즘엔 매물이 한 두개씩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을 내놓은 한 업주는 인건비는커녕 대출이자도 못내는 상황까지 와서 위약금을 내고라도 팔겠다며 중개의뢰 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미니스톱’의 정 과장은 “지금 섣불리 창업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그는 “기존의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라면 해도 괜찮지만 노하우가 없이 새롭게 뛰어드는 것은 실패할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편의점을 차려서 알바를 돌려가며 영업하는 업주들이 많았고, 그런 방식을 꿈꾸지만 요즘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청주지역은 편의점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대학 기숙사 내부까지 편의점이 입점했다”며 “새로 원룸촌이 구성되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이젠 신규점포를 낼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요즘 점포를 내놓겠다고 문의하는 업주들이 많다. 편의점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금 사업을 시작하려면 실패할 수 있다는 각오로 해야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편의점은 한 때 은퇴자들의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섣불리 창업하면 은퇴자의 무덤이 되는 시대가 됐다. /권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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