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을 자처한 한대수시장의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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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을 자처한 한대수시장의 ‘깊은 뜻’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4.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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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논란속 차기 도지사 구도는 이미 “꿈틀”

한대수시장이 청주시장에 재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 초쯤부터 주변에 간간이 불출마의사를 비침으로써 사실 많은 사람들한테 궁금증을 안겼다. 4년 임기중 절반이나 남은 시점에서의 이같은 처신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설령 소문대로 한시장이 도지사출마에 뜻을 굳혔다고 하더라도 굳이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는 없었다.

   
어찌보면 선출직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레임덕’을 스스로 앞당긴 꼴이다. 이 때문에 지방 정계에선 한시장이 모종의 ‘획기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그 속내에 대해선 각종 억측들만 분분할 뿐 확실한 지향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한시장을 만난 인사들의 분위기 진맥(?)도 천차만별이라서 혼선을 부추긴다.

한 정치인은 “한시장이 이원종지사의 거취, 다시 말해 당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더라”라며 비교적 구체적인 얘기를 하는 반면 다른 정당 관계자는 “본인이 가타부타 말은 안 하지만 도지사 쪽을 염두에 두는 것같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 출마를 정말 안 할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이지사가 한번 더 한다는데...’라며 다시 시장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전혀 상반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실 한시장의 향후 정치적 선택엔 어차피 이원종지사의 운신이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어서 만약 한시장이 도지사를 원한다면 먼저 이지사와 치열한 전초전을 치러야 할 판이고, 시장 재출마를 한다고 해도 도지사와 청주시장후보로서 어떤 형태든 역학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지사는 최근 한나라당 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으로부터 ‘역할부재’에 따른 따가운 시선을 받아 온 이지사는 지난 여름 한나라당 핵심관계자와의 골프회동에 이어 최근엔 청주시내 M횟집으로 역시 도내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초청해 회식 자리를 갖고 그간의 서운한 감정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자리는 신행정수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 마련된 것이라서 한나라당 입장에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지사가 한나라당에 완전히 뿌리를 박는게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지사가 한나라당 소속임에도 불구, 그동안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는데 지금은 다르다. 태권도로 말하면 기마자세를 취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당적 고민을 끝내고 마음을 다잡은 것같다”고 말했다.

이지사와 한시장 ‘머리싸움’ 가능성
이지사가 더 이상 한나라당을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는 현실적이기도 하다. 아직은 가설이지만 한대수시장이 도지사출마를 선언한다면 둘은 어차피 경선을 치러야 한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중앙당의 ‘무조건 공천’으로 재선까지 거머쥔 이지사로선 지방 공조직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고 이 차원에서 먼저 당쪽에 손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이지사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예의 주시’이다. 한나라당으로 당선되고서도 말 그대로 과일만 똑 따 먹고 나 몰라라 했기 때문이다.

당내 분위기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지사가 당을 위한 구체적 ‘성의’를 보이지 않고 과거처럼 립서비스로 지나친다면 반발은 분문가지다. 지금 한나라당 내에서 도청의 정무직(정무부지사)에 대해 욕심을 내는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이런 기대감을 어느정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이지사는 향후 경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도내에서 당소속 현역의원이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위상이 높아진 지구당위원장들의 입김이 지금으로선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이지사가 이런 명분 구축에서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청주시정의 성과를 떠나 2000년 16대 총선부터 ‘오로지 한나라당’ 외길을 견지해 당성(黨性)을 인정받은 한대수시장에게 분위기가 쏠릴 개연성이 큰 것이다. 결국 이지사와 한시장의 머리싸움도 지금으로선 무시할 수 없다. 

한시장이 가장 적극적인 여론을 탄 것은 이른바 개 파문과 우진교통 사태 때였다. 이들 현안은 상대성이 강한 정치적 이슈였던데다 지역에 미친 파문이 커 시민들의 평가 역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불거진 한시장과 연영석부시장의 불화설은 호사가들의 만만한 호재가 됐다. 연부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원종지사 라인임을 굳이 거론치 않더라도 둘 사이를 놓고 벌어지는 시중의 입방아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충북도청의 연말이나 연초 인사를 앞두고 연부시장이 확실한 도장을 찍기 위해 작심했다는 억측은 물론, 한시장이 비로소 ‘컴잉아웃’하기 위해 본색을 드러냈다는 얘기까지 다양했다. 분명한 것은 연부시장이 청주시를 떠난다면 그 귀착지는 충북도청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급(이사관)상 도청으로 간다해도 기획관리실장 이상이거나 도의회 사무처장 등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데 이미 의회사무처장을 거친데다 고위직들의 필수코스인 국방대학원까지 나왔기 때문에 연부시장으로선 이지사의 ‘선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당원 우습게 보면 당한다
그러나 정작 궁금한 것은 역시 한대수시장의 속내다. 왜 일찌감치 불출마를 공언했고, 또 최근 일련의 사태와 관련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가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부호로 남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한시장의 향후 진로는 대략 세 방향으로 압축된다. 청주시장에 재출마하거나 도지사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그리고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에 복귀하는 것 등이다.

이중에서 시장 재출마는 여론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수 차례 불출마를 공언한데다 현재로선 재출마에 대한 시민여론도 탐탁치가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 계속 정치적 입신을 꾀하려면 단수를 높이는 게 한 방법이다. 이런 맥락에서 도지사 출마가 점쳐지는데 본인의 정확한 의중을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구당위원장으로의 복귀는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본인이 당초 원했던 국회진출이 목표라면 2006년 퇴임 후 전직 시장의 프리미엄을 한 껏 활용해 18대 총선(2008년)에서 승부를 걸 수도 있다. 당장 남상우 전 정무부지사의 정계은퇴와 탈당으로 공석이 된 청주 흥덕 을구가 대상으로 떠 오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한시장이 퇴임후 정치에 복귀한다면 당장 경쟁력을 인정받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당내 인물이 고갈된 상황인지라 그만한 경력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이런 문제를 따지는 건 어리석다. 차기 지방선거가 1년 반이나 남았고 정국이 어떻게 풀릴지도 모르지 않는가. 지난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들이 불과 한달 남기고 출마해 당선된 것을 보면 지금의 정치담론은 참으로 무의미하다. 모르긴 몰라도 한시장이 불출마를 공언하고 주변에 아리송한 얘기를 건네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전략일 수도 있다. 18대 총선 문제도 그렇다. 나이가 들대로 든 사람에게 4년을 대비하고 준비하라는 것은 황당하지 않은가. 뭐가 되었든 2년후 차기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어쨌든 한시장이 좀 더 큰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시장의 시장 불출마 발언에 대해 색다른 해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시정 책임자로서 청내 이해관계(?)의 고리를 끊으려는 선언적 발언일 수도 있고, 그동안 재임하면서 느꼈을 의사결정 과정의 난맥상에 대한 경고 내지 자학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우진교통 사태후 간부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다. 어쨌든 요즘 시중의 논란이 되고 있는 한시장의 조직장악 능력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답이 나올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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