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에 빠진 속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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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의 늪에 빠진 속리산
  • 이형모 기자
  • 승인 2005.05.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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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죽을 맛’ 아우성에 지자체 ‘책임’ 떠넘기기만
15년새 관광객 절반 추락, 관광코스 개발해야

국내 최대의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속리산이 관광객 감소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는 낙후된 시설, 위락시설 부족, 연계관광 미개발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자체 차원의 현실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속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속리산을 찾은 입장객은 23만26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인 4만5200명이 줄었다. 이는 1970년 국립공원 개장이래 사상 최저치 기록이다. 1990년 183만6000명으로 절정을 이루던 속리산 입장객은 지난해 98만92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대가 무너졌다.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속리산 지역은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주말에만 관광객들이 조금 있을 뿐 평일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가게 문을 닫고 속리산을 떠나는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숙박업소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 년전까지만 해도 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용할 수 없었지만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다. 이 때문에 가게를 팔려고 내놓아도 새로운 인수자마저 없는 실정이다.

영업부진으로 43개 숙박업소 가운데 호텔과 모텔 몇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소가 경영에 타격을 받고 있다. 10여개 업소는 이미 문을 닫고 영업을 포기한 상태다. 문을 닫은 건물은 잡초가 무성한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상인들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받은 것으로 알려진 60여억원의 부채에 대한 이자도 갚기 힘들다는 점이다. 관광객이 늘어나 영업이 호전되지 않으면 자칫 줄도산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상인 H씨(56)는 “상인들끼리 맞보증 서주고 대출을 받아 농협이나 새마을금고에 보증이 얽히고 설켜 있다. 만약 한집에서 부도가 나면 보증선 사람들 모두 부도가 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노후된 시설과 단조로운 관광코스로 경쟁력 상실
속리산 산외리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것은 1997년이다. 상가와 숙박시설은 건물주와 토지주가 다르고 국립공원지역으로 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여기에다 그동안 이렇다할 시설투자나 관광활성화 대책이 없어 관광객들로부터 속리산이 외면받고 있다. 문제는 노후된 시설과 단조로운 관광코스로 속리산이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속리산 관광 쇠락의 가장 큰 원인은 30년전 국립공원 개원때나 지금이나 관광코스가 법주사와 문장대에 의존해 식상하고 단조롭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관광객 유치에 중요한 숙박시설 역시 30년전에 지어진 시설을 부분 보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광객들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속리산 숙박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숙박업자 Q씨(65)는 “손님이 줄어들어 시설보수를 하고 싶어도 투자할 여력도 없을뿐더러 투자를 해도 손님이 든다는 보장도 없다. 개?보수를 하고 싶어도 법주사와 관리공단의 허가를 받기도 만만치 않아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속리산 주변에 관광객들이 머물고 즐길 대형 콘도나 위락시설이 없다는 것도 관광객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속리산 관광이 법주사 관람의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특히 관광패턴이 직장에서 가족중심으로 변하고 있지만 속리산은 이런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속리산과 연계한 주변 관광지 코스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속리산과 인접한 수안보와 청남대를 연계한 새로운 관광코스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인 C씨(50)는 “작년 가을 경기가 잠시 좋아진 적이 있었다. 당시 청남대가 일반에 개방된 시기라 관광객들이 속리산까지 들렀던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청남대 관광도 시들해서 그런지 관광객이 다시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속리산 관광객 감소의 원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비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음식값이 비싸고 식단이 단조로워 직접 음식을 싸가지고 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광객 이모씨(41)은 “속리산에 한번 오면 주차료 4000원에다 입장료 3800원까지 1만원은 가져야 하는데 비싸다는 생각이다. 입장료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분리 징수해야 한다. 식당메뉴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인들 지자체에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 높여
속리산의 관광객이 급감하자 상인들의 위기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인들과 지자체는 관광객 감소의 원인에 대해서는 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관광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현격한 입장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상인들은 속리산관광 활성화에 지자체가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위락시설을 유치하고 연계 관광코스 개발이 시급하지만 지자체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보은군은 상인들 스스로가 시설투자나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는 자치단체의 지원만 바라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인 H씨는 “관광객이 줄어 상인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지자체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상인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은군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민자유치를 위해 기업들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유치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수익성이 떨어져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교통여건이 좋아져 민자유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은군은 속리산 관광활성화를 위해 58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말티재 주변 명소화 사업과 소나무 숲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 급감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대책이 미흡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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