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출마” 지방선거 공천과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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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출마” 지방선거 공천과열 조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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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방의원 사람넘쳐 돈선거 우려도

최근 사석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얘기중의 하나가 ‘누구누구가 출마한다더라’이다. 각종 계모임에서도 지인들의 출마소식은 단골 화제가 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광역·기초 등 지방의회 진출을 꿈꾸는 인사들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내년부터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전환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초·광역의원 모두 부단체장에 버금가는 연봉을 받기 때문에 일단 당선되면 큰 경제적 부담없이 역할수행이 가능한데다 돈 안드는 선거가 정착됨에 따라 새로운 인물들의 도전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전혀 뜻밖의 인물까지 속속 속내를 드러냄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하고 있다.

   
▲ 내년 지방선거의 한가지 특징은 지방의원 유급제로 출마자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미 물밑에선 공천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002년 지방선거 개표 장면.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시골 중학교 동창이 부모상을 당해 빈소에 여러 동창이 모였고 자연히 화제는 내년 선거로 흘렀다. 한 20여명이 모였는데 그중에서 출마하겠다는 동창이 서너명이나 되더라. 물론 이들은 지역에 확실한 연고를 가졌거나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경우인데도 뜻밖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동창까지 나섰으니 말이다. 후원회라도 조직해 십시일반 선거비용을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론이 없었다. 한두명도 아닌데 어떻게 그 돈을 다 대냐는 반론이 컸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엔 기초의원의 경우 중선거구제 도입이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을 촉발시킨 결정적 계기가 된것같다. 한 선거구당 두명 이상이 당선되기 때문에 1차적으로 수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현상을 고무적으로 바라 본다. 과거엔 재산가나 명망가들이 우선 후보 물망에 올랐는데 그렇게 잘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까지 지방의원에 도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과열조짐에 대해선 우려가 앞서지만 토호세력보다는 이처럼 순수한 인물들이 많이 나선다면 지방정치는 그만큼 더 깨끗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K씨)

“처음부터 출마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의 권유가 있었고 나 스스로도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의원 출마를 작정했다. 경선에 대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솔직히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많이 당에 가입시켰다. 그 과정에서 현실정치의 모순(?)을 몸으로 체험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시의원선거는 중선거구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관여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각종 모임이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안다. 이 모임만 제대로 움직인다면 당선은 안 되더라도 적어도 망신은 안 당할 것이라고 확신한 후 출마를 결심했다.”(한나라당 소속 P출마예상자)

“첫째는 돈 안드는 선거가 가능하다고 판단, 출마를 결심했다. 물론 기본적인 경비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의원유급제가 결정적 배경이 됐다. 그 정도의 급여라면 돈에 신경안쓰고 소신껏 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물론 집안의 반대가 있었지만 30대 후반의 나이로 여러 고민이 많던 차에 지방선거 도전으로 스스로를 시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전문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계속 일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원을 겸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같다. 평소 직업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유권자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 깨끗하게 심판받겠다.”(자동차 딜러 L씨)

“복수공천 욕심냈다간 자칫 다 망해”
이들 출마예상자들이 느끼는 최대 관건은 어차피 정당공천이다. 지지도가 높은 정당일수록 찾는 발걸음이 상대적으로 많다. 공천권을 쥔 소속 정당이나 핵심 관계자에 대한 청탁이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 와중에 정당 핵심관계자를 잘 아는 제 3자까지 출마 예상자들의 구애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공천을 따내려면 일단 당내 경선부터 거쳐야 하는데 후보가 많으면 당연히 경선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의 후보 ‘러시 현상’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정당측에도 많은 고민을 안긴다. 출마 예상자들은 경선 탈락시 원천적으로 출마를 못하게 하는 개정 선거법에 부담이 크고 당은 당대로 출마 예상자 사이의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조짐이다.

이의 대안으로 현재 각 정당들이 암중 모색하고 있는 것은 복수공천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게 뻔하기 때문에 2, 3명까지 복수공천해 당선자를 여러명 낸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아무리 중선구제를 채택하는 기초의원 선거라도 복수공천은 위험부담이 따른다. 이에 대해 정당의 한 관계자는 “인물 경쟁력이 확실하다면 복수공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더라도 3명은 불가능할 것이다. 표가 분산되면 자칫 다른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 기초의원 도전자가 넘쳐날 조짐이기 때문에 당연히 후보는 난립한다. 지금으로선 출마예상자들이 아예 부담이 큰 정당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나설 개연성도 많다. 이럴 경우 당연히 후보는 여럿일테고 복수공천하는 정당은 손해를 보게 된다. 정당의 입장에서야 한 사람이라도 더 잡아 놓거나 출마시키고 싶겠지만 머리를 잘못 썼다간 다 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선을 치르지 않고 당선가능한 인물을 당이 후보로 점지하는 이른바 전략공천도 대안이라면 대안이다. 당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자치단체장 선거에 한해 전략공천을 모색했지만 지방의원 도전자가 많아지면서 기초·광역의원에도 전략공천을 시도할 조짐이다. 하지만 여기엔 역시 부담이 따른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선거는 어차피 후보 대상자가 한정돼 전략공천의 잡음이 덜하겠지만 지방의원선거는 다르다. 후보자의 출신지역별로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릴 게 뻔하기 때문에 만약 특정인만 선택되고 나머지가 배척된다면 지역별 표심이 요동을 치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당으로선 복수공천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전략공천은 자칫 한 지역을 빼고는 모든 지역의 표를 잃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선은 무늬, 내용은 돈과 인맥
지방의원 선거에 사람들이 몰릴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선 돈선거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주변의 감시 때문에 과거처럼 돈살포는 어렵더라도 공천헌금 등 은밀한 거래가 성행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한 출마예상자(기초)는 “돈안드는 선거는 이상에 불과한 것같다. 막상 움직이다보니 많은 돈이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정당의 입장은 다르다.

열린우리당 충북도당관계자는 “공천은 원칙적으로 당원들이 참여하는 경선에 의해 결정된다. 비록 공천 대상자로 결정되더라도 과거와같은 무슨 헌금이니 보험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 현행 선거법이나 정당의 절차상 공천과 관련해 돈이 개입할 소지는 없다. 오로지 후보자의 자질과 경쟁력으로만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뿐이다. 이는 여야가 똑같다. 당내 경선시 투표권을 행사할 기간당원들에 대해선 엄정한 심사를 적용, 최종 선별과정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당내 경선의 결정적 키를 쥔 기간당원 대부분이 근자에 출마예상자들에 의해 동원됐다는 점은 내년 지방선거의 파행을 예고하고도 남는다. 지난 17대 총선처럼 경선은 무늬에 불과하고 그 속내용은 결국 ‘돈과 인맥’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이미 지역정가에선 지방의원 후보자가 난립하는 지금의 현상을 ‘돈잔캄의 예고편 쯤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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