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청주시 통장(統長)선출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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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청주시 통장(統長)선출 잡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5.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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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덕구 봉명 1동 사례는 “2년 후 전쟁의 예고편”

과거엔 애물단지였던 동네 통장이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 통장에 대한 각종 지원책이 활성화되면서 인기업종(?)으로 급부상하자 이에 따른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청주시가 지난 6일까지 2년 임기의 통장선출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경우 희망자간 치열한 경합을 빚는 바람에 파열음을 내기도 했다.(본보 10월 1일 398호) 청주시 흥덕구 봉명 1동의 사례는 지방자치 조직의 최말단인 통장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봉명 1동 역시 기존 통장 19명이 지난 10월 6일로 일괄 임기가 끝나게 되자 모집공고를 거쳐 5일까지 새로운 통장선출을 매듭지었다. 19개 통중 1통과 5통 두곳은 신청자가 경합해 심사를 거쳐 결정했고 나머지 지역에선 단독후보가 추대돼 청주시 조례에 의거, 동장 결정으로 선출을 끝냈다는 것. 그런데 심사를 거쳐 통장을 결정한 1통과 5통의 경우 탈락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동사무소는 물론 시청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통에선 3명이 신청해 강모씨로 최종 결정됐고, 5통에선 2명이 나와 심사를 거쳐 정모씨가 통장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1통에선 모집공고가 나가면서부터 잡음이 일었고, 그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간 혹은 동사무소와 주민간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져 동네 분위기를 크게 해친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 청주시 흥덕구 봉명 1동의 통장선출 잡음은 시청 홈페이지에서 시작됐다. 이곳 시장과의 대화방에 과거 모 통장이 반장에게 지급될 수당을 가로챘다는 실명의 제보가 접수되면서 언론보도까지 된 것이다. 사진은 청주시 홈페이지
서류 내라고 해놓고 배제시켜
주민들에 따르면 당초 1통에선 기존 통장인 이영순씨(58)와 사모씨가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는데 서류접수 마지막 날 시한에 임박해 강씨가 신청서를 내 3파전이 됐다. 이중 사씨는 자신과 관련된 부정적 내용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 논란을 빚자 중도사퇴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심사에서 떨어진 이씨측은 자신의 통장 탈락은 이곳 동장과 시의원이 합작한 결과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동사무소측과 시의원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배제시켰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두가지를 지적했다.

오모 시의원이 이씨 본인에게 “서류만 내면 통장을 시켜주겠다”고 말한 뒤 이를 번복한 것과, 심사를 거쳐 최종 낙점된 강씨의 경우 서류접수 기간(9월 12~26일) 내내 아무말도 없다가 마지막날인 26일 오후에 부랴부랴 주민추천서를 받아 동사무소에 서류를 접수시킨 것 등이다. 이는 처음부터 이씨 본인을 배제시키고 강씨를 선출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이다. 1, 5통장 심사에서 떨어진 이영순씨와 박모씨(57)는 오모 현 시의원 지지파가 아니다. 이, 박씨를 지지하는 주민들은 시장면담에 나섰다가 대신 구청장을 만나 항의하는 등 실력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심사 결정에 주민들은 “투표하자”
이에 대해 봉명 1동 사무소측은 “떨어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주장엔 아무런 근거가 없다. 1통과 5통에선 서로 경합했기 때문에 자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심사를 거쳤다. 심사로 결정하든, 주민투표로 결정하든 떨어진 사람은 당연히 불만스럽겠지만 이런 식으로 음해하면 곤란하다. 일단 결정된 사안을 번복할 의사는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사에서 떨어진 이씨와 박씨측은 선정위원회자체가 동장이나 시의원의 측근으로 이루어져 결과에 승복할 수가 없고, 자체적인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면서 끝까지 문제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초 선정의원은 6명으로 구성됐는데 지난 5일 면접심사엔 동장과 주민자치위원장, 노인회장, 선거관리위원장 등 4명만이 참석했다.

이를 전해들은 오모 시의원은 “저쪽에서 모든 것을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오의원은 “나는 선정위원회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내가 통장선출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면 그 증거를 내놓길 바란다. 이영순씨에게 서류를 내라고 한 것은 그 때까지 안 냈다고 하길래 한번 했던 사람이 아무래도 일머리를 잘 알 것같아 구관이 명관이라는 덕담차원에서 한 것인데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봉명 1동에선 2년전 통장선출 때도 주민들이 동사무소 결과에 반발하는 바람에 3곳에선 임명장까지 전달하고도 다시 선출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동장의 평일 산행은 시정홍보차원”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면서 동장의 처신과 이곳 산악회가 도마위에 올려졌다. 이곳 봉명 1동엔 동사무소를 중심으로 봉명산악회가 조직, 운영되는데 반대 주민들은 이 역시 현 시의원의 사조직과 다름없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의 입증과 관련해선 “평소 동사무소 관계자와 당사자인 시의원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가 전부여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재 등산회 회장은 주민자치위원장이 맡고 있고, 동장은 등반대장으로 역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장이 평일 등산에 동행하는 것을 놓고 반대파들이 집중 성토하는 분위기이다. 봉명산악회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마다 등반행사를 갖는데 평일임에도 불구, 동장이 거의 참가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동장 신모씨는 “한달에 한번씩 있는 행사에 동장이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시정홍보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사전에 본청(시청)에 알린 후 가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고 본다. 일부 주민들이 이런 식으로까지 나오는 것에 비애감마저 느낀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모 시의원은 일부에서 의심하는 자신과 산악회와의 관계에 대해 “사조직이라는 말 자체가 황당하다. 이곳을 지역구로 가진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가. 지방의원이 등반에 동행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사항이다. 매달 한번씩의 정기산행은 동이라는 단위에서 비교적 큰 행사에 속하기 때문에 동장이 동행하는 것도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주시의 책임 관계자는 “일상적인 산행에 평일 동장이 참가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내용을 파악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조직 최말단인 통장선출을 놓고 빚어지는 이런 현상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동네 일엔 원래 말이 많은 법이다. 통장의 경우 통상 주부들이 맡기 때문에 특히 말이 많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를 잘 조율하고 이끌어야 할 위치에 있는 인사들의 역할이다. 잘못하면 이번 일처럼 사생활까지 들춰지면서 조잡한 모양새로 흐르게 된다.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고주알 미주알 따져 봤자 서로 득될 게 없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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