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기 다른 가족사랑 내음 ‘물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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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각기 다른 가족사랑 내음 ‘물씬’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05.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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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여년 장애인무료결혼상담소 운영 김완종씨
아들위해 전기자전거 만든 번역가 황보석씨
가정의달 5월. 각기 다른분야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장애로 혼기를 놓친 이들에게 무료결혼상담을 통해 백년가약을 맺어주는가 하면 자전거를 타고 비탈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 자전거를 타기 싫어하는 중학생 아들을 생각해 전기동력 자전거를 고안해 만든이가 있어 만나 보았다.

“장애 입고 세상사는 방법 배워”
   
▲ 김완종씨
“세상을 살면서 장애우들에게 가장 큰 시련은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소외감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비장애우들보다 가정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지요. 걷지 못하는 지체장애 여성이 걸을수 있는 시각장애 남성의 등에 엎혀 세상속으로 씩씩하게 걸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혼기를 놓친 장애우들의 무료결혼상담소를 차리게 됐습니다”

40대 중반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왼쪽팔을 크게 다친 김완종씨(53·사진). 그는 벌써 6년째 청원군 부용면 부강리에서 장애인무료결혼상담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사무실이래야 부강면사무소에서 마련해 준 허름한 주택을 개량해 만든 9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 청주시 흥덕구 현암동에서 큰 슈퍼를 운영하던 김씨. 그는 지난 98년 4월15일 새벽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왼쪽팔을 잃을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의 나이 45세 때 일이다. 지역병원에서 “절단을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얘기를 들었지만 김씨는 당시 산재병원으로 유명한 서울 청량리 성심병원을 찾게 됐다. 성심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2년여 동안 병원신세를 지면서 김씨는 부자연스러운 팔이나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2년여 동안 신세를 진 병원이 산재병원이었습니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이 각종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잃고 술에 의지해 지내다 의사와 싸우는 일을 지켜 보면서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서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남이 하지 않는 보람된 일을 찾다 장애우들의 무료결혼상담소를 운영하게 됐다’는 김씨. 그는 지난 2000년말 퇴원이후 부강에서 무료결혼상담소를 개소했다. 하지만 마땅히 벌이수단이 없던 김씨는 처음부터 좋은취지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서부터 큰 어려움에 부딪혔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현인(賢人)의 말처럼 전국으로 발행되는 장애인 신문에 사흘동안 2∼3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자비를 털어 광고를 한 이후 장애우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그 덕택으로 6년여 동안 남성회원 300여명에 여성회원 50여명이 접수했고 8쌍이 백년가약을 맺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한쌍이 교제를 하고 있다.

“장애우부부 한쌍을 맺어주기가 정말 힘듭니다. 후천적 장애인의 경우는 조금 달라도 선천적 장애우들은 부모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자식이 장애를 갖게 됐다’고 생각해 모든 것을 책임져 주고 잘해주려 하다보니 조금은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후천적 장애우의 경우 부모들이 감싸고 키우기 때문에 모든일을 다해 주는 가정을 박차고 구지 사회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부작용이 있다”며 “부모들이 혼기를 놓친 자녀들에게 새로운 가정의 단꿈을 꿀수 있도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김씨는 “저도 처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결혼하기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결혼정년기를 훌쩍 지난 40대 초반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신혼생활 2년이 채 안돼 불의의 교통사고를 맞았습니다. 병수발을 마다하지 않은 지금의 아내에게 감사하고 퇴원한지 2년 만에 어렵게 얻은 우리 늦둥이 선영이가(5·여) 한글을 익히며 재롱을 떠는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행복하니 다른 장애우들에게도 행복한 가정을 선물하고 싶다’는 김씨는 ‘제가 연을 맺어준 부강에 사는 정신지체장애 3급 부부가 오토바이를 타고 부강시내를 웃으며 내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김씨에게도 요즘 고민이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월 60여만원의 정부보조금으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형편에 상담소 홍보를 위한 팸플릿과 신청서 등을 제작하다 보면 경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국에서 신청문의가 쇄도해도 교통비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어 적극 나설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역 인근에 가면 ‘하얀나무’란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있다. 이곳이 서울에서 신청한 장애우들이 선을 보는 자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 방송사에서 촬영을 나왔는데 2시간여 동안 영업에 방해가 되면서도 주인이 이해를 해줘 고맙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이면엔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경비가 만만치 않아 서울등지는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앞으로 “장애인날만 장애우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평소 장애 때문에 결혼정년기를 놓친 장애우들을 위해 정부와 독지가들이 나서 결혼이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 갈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3년동안 한자공부에도 남다른 관심을 쏟아 2급 자격증을 소지하는가 하면 서울을 오르내리며 훈장교육과정을 밟은 덕택으로 (사)한국서예협회 청주·청원지회에서 주최한 전국 단재서예대전에 입선해 9일 청원 대청호미술관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수익금 버림받은 아이들 위해 쓸터”
   
▲ 황보석씨.
서울대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황보석씨(54·사진). 그에겐 요즘 ‘발명가란 또다른 애칭이 붙었다. 지금은 훌쩍 커버려 군복무중인 아들 준수(23·전경)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98년.

비탈진 길을 오르기 실어 자전거 타기를 꺼리자 아들의 건강을 생각해 “자전거를 꼭 타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고안해 낸 것이 전기동력 자전거다.

황씨는 8년여 동안의 시행착오끝에 최근 이지바이크(Easy bike)란 전기동력 자전거 시제품을 출시하고 5월중 기념회를 준비중이다. 황씨에 따르면 이지바이크는 기존 자전거의 80%에 탈부착이 자유롭고 고장률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제너레이터(Generator)기능이 있어 3시간 한번 충전에 평지 주행 30km까지 가능하며 언덕을 오르며 소모된 에너지를 내리막길에서 보충해 10여km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황씨는 “보통의 전기자전거가 전자제어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습기에 약하다 보니 비가올 때는 타기 힘들지만 ‘이지바이크’는 플렉시블 샤프트(Flexible shaft) 구동방식을 채택해 잔고장이 적다”며 “허브모터를 사용하는 기존의 전기자전거가 충전된 모터이상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주행중 자가발전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과전압이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전압조절장치까지 구비하고 있어 기존의 제품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씨에게 구입비용이 18만원에 이르고 본제품 출시에 앞서 세련된 디자인 개선이 과제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황씨는 “기존제품에 탈부착이 자유롭고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인하할수 있는데다 비교적 가벼워 이용이 간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씨는 사실 지난 53년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소설가 ‘폴오스터’작 전문번역가로 유명하다. 옮긴 책으론 ‘거대한 괴물’ ‘달의 궁전’ ‘공중 곡예사’ ‘동방 박사’ ‘백년보다 긴 하루’ 등 150여편이나 된다. 또 황씨는 오디오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인터넷 실용오디오(www.enjoyaudio.com)에서 벌써 수년간 국산 오디오를 이용해 ‘100% 즐음(음악 즐기기)하기’로 다양한 펜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황씨는 “스피커마다 제각각 다양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며 다양한 민속음악을 소개하는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보석같은 삶’을 살고 있는 황씨는 “아들을 위해 개발한 전기동력 자전거에 대한 수익금을 버림받고 학대받는 아동들을 위해 쓰겠다”는 남다른 이웃사랑도 간직하고 있다. 이런 황씨의 뜻을 기려 자전거 타기 동호회원들과 오디오 마니아들이 그의 ‘이지바이크’시제품 출시기념회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또 충북체육회 최동식 전 부회장이 사업주체로 법인설립을 추진중에 있다. 황씨는 “비탈진 길에서 자전거를 타기 꺼려하던 아들을 위해 만든 자전거인 만큼 수많은 어린이들이 보다쉽게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해 졌으면 한다”며 “특히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절약은 물론 보름정도의 유류비 절약을 통해 청정연료인 전기자전거를 구입해 이용하는 시대가 도래했으면 한다”고 그의 바람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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