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이후 충북의 정치 화두 2제(二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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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이후 충북의 정치 화두 2제(二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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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의원 역할론, 충북의 정치 지향점 논제

마지막까지 뚜껑을 열어 봐야 하겠지만 이번 5·31 지방선거의 결론은 충북에서도 이미 드러난 상태다. 한나라당 압승이 예고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가설이지만 만약 열린우리당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그 파장은 당장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미칠 공산이 크다. 당초 열린우리당은 도지사와 청주시장 선거의 승리를 장담했었다.

충북에서도 이번 선거전을 시종일관 관통한 것은 한나라당 강세현상이다. 때문에 여당의 입장에선 그동안의 고전을 전국적인 추세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충북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17대 총선을 통해 도내 전 지역구를 열린우리당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역에서 당을 대표하는 후보들조차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도에도 못미치는 지지도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소속 국회의원의 원죄론을 거론했다.

그는 “청주시장 후보 경선 때부터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상대인 한나라당은 도지사 후보 경선을 제대로 치러 내 여론에 결정적 힘을 실었지만 우리는 청주시장 후보 경선을 흉내만 낸 꼴이다. 당시 선거인단의 투표율도 고작 10% 대에 머물러 당장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의 역할에 의문점을 갖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이 도내 국회의석 아홉 개(비례 포함)를 독식하고 있으면 뭐 하나. 선거 내내 제대로 응집된 모습을 한번도 보이지 못했다. 더 한심한 것은 일부 국회의원의 경우 도지사나 자치단체장 선거보다는 자신과 관련(?)이 있는 기초의원 후보지원에 더 매달렸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고, 시기가 있는 게 아닌가. 지금 많은 당원들이 이에 대해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아마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국회의원 중에는 정말 당과 후보를 위해 소신을 다해 발로 뛴 경우도 있다. 이런 국회의원을 가려 내 앞으로 공조직을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열린우리당 내에서 일부 공감을 얻는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해 냉정하게 공적을 따지자는 여론이다. 도내 전 시군을 모두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결과도 시군별로 따져 해당 지역의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여론조사를 보면 도내 남부 지역의 시군은 열린우리당 강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반면 특정 지역에선 후보지지도가 정당지지도조차 따라잡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북의 민심 축은 역시 한나라당으로 쏠렸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에 보였던 ‘싹쓸이 몰표’ 현상과는 극명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때문에 5·31 지방선거 결과는 ‘과연 충북의 정치 지향점은 무엇인갗라는 의문을 필히 남길 수 밖에 없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충북의 민심은 ‘정치적 보수성향’이라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각각 김대중과 노무현에게 다수표를 안겼다. 때문에 충북의 민심이 곧 대선의 바로미터라는 싫지 않은 평가를 많이 받아 왔지만, 그렇더라도 충북의 보편적 정치성향을 단정짓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탄행풍에 휘둘린 17대 총선 땐 열린우리당에 몰표를 행사함으로써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지역정가에선 진보적 정치성향의 정착을 입에 올렸지만 이번 5·31 지방선거의 분위기는 이를 또 무색케 했다. 그동안 일련의 선거를 통해 지역적 특징, 즉 분명한 자기색깔을 드러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선 적어도 정당지지에 있어 정반대의 쏠림현상을 드러냄으로써 다시 궁금증을 안기게 된 것이다. 이는 영호남과는 분명 다른 현상으로 향후 충북의 정치 지향점에 대한 많은 억측을 낳게 한다.

충청도 연고를 자처하는 국민중심당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충북에서 기를 못 펴고 있는 것도 지역의 정치 정서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민중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체감온도는 같은 충청권이지만 충북과 충남이 다르다. 이는 충북의 정치 지향점이 적어도 ‘연고’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일관된 신념을 견지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번 지방선거 분위기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당 관계자는 “지역별 정치적 특색을 꼭 사시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다. 미국도 각 주마다 각각 다른 정치적 색깔을 드러낸다. 그동안 영호남이 정권을 주고받은 배경엔 이같은 지역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이것을 지역구도, 지역감정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말이다. 그동안 치러진 몇 번의 선거를 보면 우리 충북의 유권자도 뭔가 구체화된 표심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확실한 지향점은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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