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바이오 타령만 할래? 아니면 휘젓고 다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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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바이오 타령만 할래? 아니면 휘젓고 다닐래?”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6.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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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도지사가 성공하는 길, 그것은 ‘힘’

좌절 딛고 재기성공, 그러나 정치적 종착역은 아니다
관리형 도정은 이제 그만, “먼저 접시를 깨라” 주문


정우택 당선자는 선거전 내내 힘있는 도지사를 강조했다. 도지사와 힘의 상관관계는 특히 충북에서 그동안 자주 출몰했던 화두중에 하나다. 이는 도지사의 역할중 내치보다는 외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대외 관계에 있어 독자적인 위상을 확고히 하라는 의미가 강하다. 더 구체화시키면 항상 앉아서 당하지만 말고 충북이 먼저 치고 나가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충북을 짓눌렀던 각종 현안의 태반은 일이 벌어진 뒤의 사후 대응에 매달린 것들이다. 문장대 용화온천 문제가 그랬고, 오송분기역 논란과 중앙정부의 충북 홀대론이 그랬다. 남이 일을 저지른 후에 뒤늦게 비분강개하며 머리띠를 두르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무슨 개각이나 정부인사라도 있게 되면 지역 언론은 꼭 홀대론을 들먹이며 여론을 조성했다.

실제로 충북은 두 번의 대선과 지난 17대 총선에서 정권창출에 이어 집권당에 올인하고도 제대로 된 반대급부를 얻지 못했다. 최근 정권말기로 들어서면서 툭하면 정부나 청와대 인사가 단행되지만 충북출신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결국 이런 피해의식이 힘있는 정치인, 힘있는 도지사에 대한 갈증을 더욱 고조시켰고, 이번 정우택 당선에 대한 도민 반응은 바로 이런 점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정우택 당선자에 대한 시중 여론은 분명하다. 그가 정치인 출신인만큼 자칫 정도를 잃고 오버했다간 그나마 정치생명을 단축시킬 지도 모른다는 경고와 함께 과거 관료 출신 도백이 보이지 못한 근성을 발휘하라는 주문이 혼재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지만 정우택 당선자는 앞으로 이의 함수를 효과적으로 풀어 내며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야 도지사로서의 성공을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후자와 관련해선 “이젠 제발 중앙에 올라가 휘젓고 다니라”는 요구가 많다.

지역의 한 인사는 “사실 그동안의 도정은 너무 차분했다. 결코 무리수를 두지 않는 이원종지사의 관리형 도정수행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일을 저지르는데 용기가 없었다. 어휘사용이 다소 거칠지만 정우택 당선자는 중앙정부나 인근 광역자치단체와의 관계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설쳐댔으면 한다.

설령 일이 잘못돼 나중에 문제가 되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밀어 붙이겠다’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먼저 일을 저지르다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 지역정서를 무겁게 지배한 무슨 피해의식이니 박탈감이니 하는 것들은 없어질 게 아니냐. 접시도 아무나 깨는 게 아니다. 움직이며 설거지를 하는 사람이 깨는 것이다. 힘있는 도지사가 되겠다는 정우택 당선자의 말을 나는 이런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원종지사 체제를 시종일관 관통한 ‘바이오 충북건설’이 과연 정우택 시대에선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에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다. 흥미있는 사실은 정 당선자가 이원종지사 불출마선언이 있기 전 서로 대립각을 세울 당시 ‘바이오 충북’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는 충북도가 오랫동안 바이오를 천명해 왔지만 그 ‘실체’나 ‘실적’이 아직도 모호하다는 것, 즉 충북의 총체적 산업에 별로 기여하는 게 없다는 판단이다.

한 측근은 “물론 바이오 산업은 중요하고 그 효과를 보기 위해선 장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 충북만 바이오를 외치는 게 아니다. 다른 시도는 관련 인프라가 충북보다 훨씬 앞섰다. 국제 엑스포를 개최했다고 해서 바이오가 절로 충북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사견이지만 현재 오창이나 오송에 입주했거나 입주예정인 업체들이 과연 얼마나 바이오와 연관되는지도 궁금하다.

분명 미래 산업인 바이오에 대해선 정우택 체제에서도 우선적으로 중시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바이오 타령만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사가 바뀌면 충북도정의 지향점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고 말했다.


비록 17대 총선에서 좌절의 아픔을 겪었어도 정우택 당선자는 당시 JP를 대체할 중부권 리더가 되겠다고 자신있게 공언했었다. 실제로 그가 3선에 성공했다면 이런 원대한 꿈이 가시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했던 선거에서 졸지에 탄핵풍을 맞고 떨어졌고, 한동안 정치적 야인의 쓰라림을 맛보다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성공적으로 재기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도지사는 정우택 역정의 종착역이 아니다.

본인도 이를 잘 안다. 때문에 그는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충북도지사라는 새로운 직함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최초 정치인 출신으로 만약 실패한 도지사로 남게 된다면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그의 정치적 외도(?)는 자칫 본인의 정치생명에 아예 종언을 고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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