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과 충북의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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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과 충북의 주식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9.0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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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삼오오 모이면 주식얘기, 관심사 따라 사는 종목 달라
충북 기업 주식 상승세…코로나19 테마주↑ 반도체주↓

 

동학개미들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 주식을 넘어 해외주식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국내 개미 투자자들이 지난 두 달 새에 해외주식을 약 6.3조원 구매했다고 밝혔다. 4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이제는 너도나도 주식얘기 뿐이다.

다들 주식을 사는 시대이지만 연령별로 관심사는 조금씩 다르다. 덕분에 특정 계층을 겨냥한 건강, 정치 등을 주제로 한 테마주들도 각광받고 있다.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보다 여론이나 시장의 상황에 더 영향을 받는 주식을 지칭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테마주, 신재생에너지 테마주 등이 강세를 보였다.

누군가는 초짜들이 기존 시장의 틀을 뒤엎는다고 우려하지만 현재 개미 투자자들의 행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외국투자자들의 자본유출이 심해지던 3월 중순부터 개미 투자자들의 선전으로 1500선까지 내려갔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2300선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주가가 올랐다고 기업들이 당장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액면가를 기준으로 주식을 발행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값이 상승하는 것은 모두 투자자들의 몫이다. 다만 주가 상승은 기업의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지표로 해석돼 향후 기업이 자금조달, 신규 사업 등을 시도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파는 지역에까지 미쳤다. 최근 충북에 연고를 둔 몇몇 상장기업들은 주가상승으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제약, 에코프로비엠 등이 기업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반도체↓ 소형가전 관련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충북에는 81개 상장기업이 있다. 전통적으로 충북은 반도체 기업들이 강세였다.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심텍’, ‘네패스’, ‘일진디스플레이’, ‘써니전자’ 등의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 ‘SK하이닉스’는 3월 2일 대비 현재 주가가 18%정도 감소했다. 반도체 패키징 전문업체 ‘네페스’는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주가가 6% 하락했다.

다만 반도체 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콕문화’의 확산으로 밥솥 등 소형가전의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체들이 각광받았다. 대표적으로 밥솥에 들어가는 리모컨 MCU(제어장치)를 만드는 ‘어보브반도체’는 3월 대비 주가가 약 15% 상승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 대표 제품인 D램 반도체의 가격은 하락세다. 업계에서는 올 4분기에도 약 10%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코로나19 테마주로 분류되는 의약,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은 호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된 주식들은 주가가 수직상승했다.

 

‘셀트리온 제약’은 3월 2일 이후 8월 31일까지 가격이 약 7만원 상승하면서 충북기업들 가운데는 가장 높은 수익률(172%)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소식들을 쏟아냈고 지난달 26일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가 환자 대상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고 알리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나이벡’도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소식으로 3월 2일 대비 주가가 약 138% 상승했다. ‘나이벡’은 각종 신약에 기초물질이 되는 ‘펩타이드’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가 발표되지 않으면서 면역력을 올려주는 건강기능식품에도 관심이 커졌다. 건강기능식품의 필수재료인 알약캡슐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서흥’의 주가도 3월 2일 대비 약 47% 상승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호황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태양광·풍력·전기차·배터리 등도 각광받고 있다. ‘에코프로’는 배터리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 전구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코프로지이엠’, 리튬 가공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등의 지주회사다.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에코프로’ 자회사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많은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주식이다. 3월 2일부터 지금까지 수익률은 약 82%다.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자화전자’도 전기자동차 모터용 자석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소폭 올랐다. 다만 개성공단 폐쇄와 공장가동 중단 등의 여파로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1년에는 실적이 개선돼 4년 만에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도 충북을 대표하는 상장사들의 실적이 개선됐다. 식품주의 대표주자인 ‘풀무원’, 청주에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인 배터리 대표 주자 ‘LG화학’, 생활용품의 대명사 ‘LG생활건강’ 등이다.

동학개미들의 활약으로 금융시장도 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과거의 묻지마식 투자가 아닌 저평가 우량주 발굴, 해외주식 투자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실현 중이다. 덕분에 그동안 저평가 되었던 우리 지역의 상장사들도 재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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