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연수원’ ‘바르게 살자’ 볼 때마다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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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연수원’ ‘바르게 살자’ 볼 때마다 불편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1.2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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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내 4개 ‘바르게 살자’ 표지석, 도로점용 허가기간 만료돼
“공원내 동상·기념탑 정리해 온전한 공원 역할 하도록” 시민들 요구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상리 교차로의 ‘바르게 살자’ 표지석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상리 교차로의 ‘바르게 살자’ 표지석

이런 표지석 왜 필요하지?
청주시내 곳곳 살펴보니

급기야 청렴연수원의 표지석 ‘청렴이 대한민국을 바꾼다’가 전국적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 표지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청주시 수곡동에 청렴연수원 개관기념으로 세웠다. 국민권익위 산하기관인 청렴연수원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청렴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뇌물수수 및 횡령 등으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이 확정된 뒤 재수감되자 철거여론이 일고 있다. 표지석이 매우 큰데다 이 전 대통령이 청렴과는 거리가 먼 뇌물수수 및 횡령으로 구속되자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충북참여연대는 “청렴교육기관의 이미지를 갉아먹고 청렴교육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표지석은 지속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는 하루빨리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 현명하게 판단해 논란을 종식시켜라”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건물이 완공되거나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면 주최측 대표의 이름을 넣어 으레 표지석을 세웠다. 하지만 공간의 질을 따지는 요즘에는 시민들이 이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청렴연수원 표지석처럼 나중에 철거해야 할 상황에 처하기도 해 불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표지석 세우는데 세금 몇 천만원

오랫동안 시민들로부터 지적을 받아온 대표적인 표지석은 ‘바르게 살자’라는 것이다. 전국의 바르게살기협의회가 도처에 세웠다. 지금은 많이 세우지 않고 뜸한 편이나 과거에 세운 표지석들이 전국 곳곳에 기립해 있다.

청주시내에는 청주시 바르게살기협의회가 세운 4개의 ‘바르게 살자’ 표지석이 있다. 그런데 알고보니 도로점용 허가기간이 만료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 표지석은 상당구 지북동, 흥덕구 가경동, 청원구 사천동과 율량동 상리 교차로 등지에 있다. 이런 표지석을 세우려면 청주시에 점용허가 신청을 해야 된다. 그러나 이미 한참 전에 허용기간이 끝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 바르게살기협의회에 따르면 가경동 표지석은 지난 2011년, 사천동과 지북동 표지석은 2012년에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됐다. 율량동 상리 교차로 표지석은 언제 끝났는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 협의회 이명숙 사무국장은 “허가기간이 끝났으면 재허가를 받았어야 했는데 미처 챙기지 못했다. 2006년 무렵에 전국적으로 건전한 생활 홍보차원에서 많이 세웠다. 앞으로 표지석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바르게 살자’라고 훈계하는 투의 문구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고 이미 도로 점용허가 기간이 끝났으니 철거 계획은 없느냐고 묻자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상의해 보겠다”고 답변했다.

청주시 바르게살기협의회는 청주시로부터 매년 1억8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인건비 포함 운영비로 절반을 사용하고 나머지를 사업비에 쓴다. 그런데 이 표지석을 세우는데도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을 사용해 예산낭비 지적도 일고 있다. 청주시에 의하면 가경동과 사천동 표지석에 총 1400만원, 율량동 상리 교차로 표지석에는 1300만원이 들어갔다. 또 지북동 표지석 건립비와 위 3개를 현 위치로 이전하는 데는 총 2380만원이 투입됐다. 청주시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한데다 세금을 낭비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주간경향’에 ‘정윤수의 도시 이미지 읽기’를 연재하는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지난 2013년 7월 ‘조폭이 떠오르는 바르게 살자…시대착오적 조형물’이라는 글을 썼다. 그는 “산자수명하여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서있고, 교통의 중심이라 차륜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길목마다 기립해 있다. 낙향처사의 안빈낙도가 기품 있게 펼쳐져 있다는 담양군 제월리의 그 유명한 면앙정 앞에도 있고, 산세 그윽하여 선풍이 드높다는 해남군 두륜산 입구에도 있으며, 콩밭 매는 아낙네가 고개 한 번 돌리면 볼 수 있는 청양군 칠갑산의 휴게소 꼭대기에도 있다. 다름 아닌 ‘바르게 살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도시 공간에 대해 주목할 만한 글을 써온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이미 수 년 전에 ‘경관을 망치는 흉물이며 시민을 계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유치하고 시대착오적인 조형물’이라고 말했다. 흡사 ‘차카게 살자’라고 새긴 조폭의 문신 같다”고 비판했다. 이 표지석은 전국 도처에 1000개를 목표로 세워지고 있는 중이라고 그는 말했다.
 

청주시 수곡동 청렴연수원 내 표지석,
청주시 수곡동 청렴연수원 내 표지석,

 

청주시내 공원 정비 시급

그런가하면 충북지구 청년회의소는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 사거리에 ‘한국의 중심, 청원JC가 뜬다’, 청주중앙라이온스클럽은 청주시 주성동 사거리에 ‘직지의 본향 청주’라는 표지석을 세웠다. 이 또한 특정단체를 홍보하는 것으로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청주시내 공원내에는 동상, 기념탑이 많다. 그러나 공원 역할을 온전히 하려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당공원에는 한봉수의병장 동상과 충북 4·19 학생혁명기념탑, 중앙공원에는 조헌 전장기적비·영규대사 전장기록비·의병장 한공봉수 송공비 등이 있다.

또 청원구 오창읍 중앙공원 앞에는 무공수훈자 공적비가 있고, 이 공원 안에는 베트남참전 기념탑이 서있다. 흥덕구 진재공원 안에는 6·25참전 유공자 기념탑이 있고, 서원구 사직동 중앙도서관 근처에는 충혼탑이 서있다.

특히 청주시는 앞으로 사직동 중앙도서관-시립미술관-충혼탑 일대를 공간재생하여 시민들이 모여 즐기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추후에는 옛 국정원부지와 사직2공원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거대한 충혼탑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외국의 도심 공원을 보면 나무와 벤치, 몇 가지 놀이시설 외에는 없다. 청주시도 이런 식으로 공원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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