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어야 기업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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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어야 기업이 온다
  • 김진오 기자
  • 승인 2006.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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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 청주공장 부지 개발사업을 취재하면서 70~80년대 대농에 근무했던 할아버지 몇분을 만난적이 있다.

그분들은 두 집 건너 한집꼴로 대농과 인연을 맺고 있었고 봉명동 식당도 대부분 대농직원들이 먹여 살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어렸을적 동네 누나들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방직공장에 취직해 생활비를 보태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달 월급이 6~7만원쯤이었는데 친구들은 우리 누나 OO방직에 다닌다고 자랑하며 월급날 받은 과자 봉지를 꺼내보이기도 했다. 기업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웅장한 건물이나 매출이 얼마냐도 중요하지만 큰 공장이 들어서면 그 지역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생계수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청주 제2공장 유치를 위해 충북도나 정치권이나 지역 경제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국회의원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 불가와 국토균형발전, 상수원보호구역인 경기도 이천공장 문제 등을 거론하며 청주공장 증설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충북도 또한 부지마련과 행정적 지원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하이닉스에 대한 구애작전에 전념하고 있다. 하지만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 보자.
지자체 시책으로 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공장설립 등 실무선에서는 막히는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튀어 나온다.

실례로 몇 년전 모 지역의 한 기업은 공장 증설을 계획했는데 그 면적이 기준을 넘어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몇 달간 지자체와 씨름을 하기도 했다.

또 얼마전에는 또다른 기업이 같은 이유로 지자체와 민원을 처리하다가 막히자 아예 공장을 팔고 인근 지역 산업단지로 옮겨 버린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한 공기업이 도내에 휴양시설과 정보센터, 체험관을 건립하기 위해 토지확보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지자체의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 경기도 파주에 LG전자와 필립스사가 절반씩 25조원을 투자해 건립한 LG필립스 LCD라는 회사가 있다. 110만평의 부지에 3개단지가 조성되며 3만5000여명의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가 부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충북에도 ‘노크’를 했었다는 사실을 회사 관계자를 통해 확인했다.

물론 객관적인 입지조건이 뒤쳐졌을 수도 있지만 당장 이슈화 해 유치작전을 폈어야 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기업 유치는 단체장의 치적도 전시행정의 대상도 아니다. 오로지 고용창출과 세수확대, 관련산업과 관련한 소득증가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적극나서야 하는 것이다.

충북도가 최근 기업유치단을 발족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한편으로 기업유치를 위해 각종 장밋빛 약속을 하면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융통성 없는 법규의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울산의 현대, 파주의 LG-필립스, 아산의 삼성-쏘니를 부러워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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