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상수리 서당골 도서관
영동 양강초교 도서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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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상수리 서당골 도서관
영동 양강초교 도서관의 ‘힘’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1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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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학부모·동문 한 뜻으로 만든 ‘재미있는 상수리 서당골’
영동군 양강면 묘동리에 자리 잡은 양강초등학교(교장 이은자)는 늦가을 어린 아이들의 독서 열기로 뜨겁다. 책 읽는 즐거움에 이른 아침, 서둘러 학교에 나온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독서삼매경에 빠져 좀처럼 집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책사랑은 어느 학교 부럽지 않은 도서관이 마련된 후 불붙기 시작됐다. 교목이기도 한 교정의 아름드리 상수리나무 이름을 따, ‘재미있는 상수리 서당골’이라고 칭한 도서관이 지난 11월 6일 개관식 해 아이들에게 마음 편히 책 읽을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이은자(57) 교장은 “5년 가까이 교육청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학교의 도서관 설립에 관여했었다. 많은 돈을 들여 학교마다 도서관이 건립됐지만 크게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의 눈높이가 아닌 어른들의 시각에서 도서관을 꾸민 것이 원인이었다. 사방을 둘러 숨 막힐 듯 빼곡히 정리된 책들과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놓여진 책상은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줘 쉽게 다가오지 못했던 것이다. 양강초에 부임하면서 도서관을 짓게 되면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 교장의 구상은 올 4월 영동교육청이 공모한 농·산·어촌용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양강초가 선정되면서 구체화됐다. 의욕에 찬 교사들은 도서관위원회를 만들고 다른 지역의 모범사례를 수집하는 등 아이들이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양강초에 도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년전 다목적 교실 한켠에 도서관을 만들었지만 아이들의 이용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김 교장은 “많지 않은 예산으로 도서관을 새롭게 꾸미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허락된 예산안에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 심지어 공사업체까지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틈틈이 시간을 내 모자라는 인력을 대신해 봉사 했고, 학습에 사용되는 벽걸이 TV 등 교육자재들을 기증했다. 또한 총동문회에서도 냉·난방기를 제공하는 등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했다. 공사업체인 (주)정원산업 김선겸 대표는 “교사, 학부모 너나 할 것 없이 열성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회사는 당연히 이익을 창출해야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모두가 원하는 모습의 도서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탄생한 ‘재미있는 상수리 서당골’은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공간이 되었다. “독서권장을 위해 그동안 수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아이들을 독려했지만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도서관 하나가 아이들 태도를 이렇게까지 바꿀지는 짐작하지 못했다”고 이 교장은 말했다.

기자가 찾아간 점심시간, 아이들은 밥 먹기가 무섭게 도서관으로 달려왔다. 아이들이 선점한 곳은 모태를 형상화했다는 ‘몸 튼튼 마음 튼튼’ 공간, 언뜻 다락방 같기도 한 이 곳을 차지하기 위한 아이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전교생 65명 중 이곳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수는 고작 여섯, 점심식사 후 제일 먼저 도서관은 찾은 장인욱(5학년) 어린이는 “집이나 교실에서 책을 보는 것보다 여기에서 책을 읽는 것이 훨씬 집중이 잘된다. 아침에도 여기에서 책을 읽으려고 한 시간은 일찍 집에서 나온다”며 인기 있는 자리를 차지한 것에 뿌듯해 했다.

컴퓨터실 등 특별활동실도 동반효과
‘몸튼튼 마음 튼튼’ 외에도 도서관은 여러 가지 테마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교육용 CD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작은 음악회’, 상수리나무가 기둥으로 서 있는 ‘책은 내 친구’, 영상 시청 및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자 미지의 세계로’, 벤치가 놓여있는 ‘작은 정원’ 등,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구성했다.

   
독서를 담당하는 박정원(43) 교사는 “컴퓨터실 등 특별활동실을 한데 묶어 교육자재 활용의 동반상승 효과를 기획했다. 또한 국어·사회·미술 등의 수업에도 3500여권의 도서를 이용해 학습효과를 보고 있다. 책 읽는 습관이 잡혀가면서 매주 월요일 발표와 독후표현활동(독후감, 책 속 주인공·장면 그리기 등)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귀농한 이 숙씨는 “귀농에 가장 큰 걸림돌이 아이들 학습문제다. 아이가 양강초 1학년에 다니고 있는데 아름다운 도서관이 생기면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였다. 지금과 같은 학교 분위기라면 시골의 여유로움 속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이에게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돼, 도시보다 오히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다른 학교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관리 등 여건만 허락한다면 도서관 시설을 학생뿐만 아니라 교동리·괴목리·신기리·남전리 등 인근마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할 생각이다. 이 교장은 “주변 학교 관계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서관 활용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해 타 학교 어린이들도 우리 아이들과 같은 독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영동= 오옥균기자 </P> < /P>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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