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명 대가족 이끄는 정창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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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명 대가족 이끄는 정창영씨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7.0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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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살 노모 극진히 모시는 6형제 맏이
가족행사용으로 옥상에 임시건물 지어
   
▲ 53명 대가족을 이끄는 가장 정창영씨가 30년전 만든 가훈을 들고 부인 임한순씨와 함께 웃고 있다. / 사진=육성준기자
<특별한 사람의 설맞이> 청주시 강서동 27-4번지에 사는 정창영(69)씨는 무려 53명에 이르는 대가족을 이끄는 가장이다. 무의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지역에서만 개업하도록 한 ‘한지의사’이자 한약사였던 선친(1984년 작고)을 따라 1950년 현재의 집으로 이사온 뒤, 6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았다.

먼지가 풀풀 날리던 편도 가로수길이 확장되고 드나들때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게 엎드려있던 초가집들이 양옥집으로 변했으며, 청원군 강서면 용정리 반송마을로 구분돼 있던 행정구역도 청주시로 편입됐지만 정씨의 주변엔 한결같은 것이 더 많다.

정씨가 직접 모시고 사는 91살 노모(이완수)가 그렇고, 맏이인 정씨를 시작으로 6형제의 우애 또한 여전하다. 충남 천안 북면이 고향인 정씨의 노모는 16살에 시집와 아들 6형제를 낳았으며, 강한 생활력으로 이들을 동량으로 키웠다.

맏이인 정씨는 1999년 초등학교 교감으로 정년퇴임했으며, 둘째, 셋째도 지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넷째는 경기도에서 대학교수, 다섯째는 자영업, 여섯째 산업자원부 이사관을 거쳐 건설회사 대표로 재직중이다.

정씨의 노모는 두 달 전 사고로 대퇴부가 골절돼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청주에 있는 세 아들이 정확히 3교대로 병상을 지키고 있다. 평소에도 정씨 집안의 효행과 우애는 동네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정씨는 “(어머니는 아들들이) 밖에 나가 싸움을 하더라도 지고 들어오면 혼낼 정도로 강하게 길렀다”며 “나뭇짐을 해올 때도 한꺼번에 두 단을 해서 한 단씩 교차로 옮겨올 정도로 억척스러운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 정씨의 노모로부터 파생된 직계는 증손에 이르기까지 53명이다. 그러나 올해 결혼을 앞둔 자손만 4명이어서 순식간에 6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증손 가운데 맏이인 정씨의 큰 손녀 지윤(19·경기도 고양시 거주)양이 현재 고 3이라서 10년 안에 ‘5대 가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씨는 “어머님이 백수(白壽)만 누리시면 고손을 보실텐데, 최근 부상으로 건강이 악화됐다”며 말끝을 흐렸다.

지금은 흩어져 살지만 정씨 집안의 단합력은 예사롭지 않다. 명절이나 제사에는 늘 ‘전원 소집’이 이뤄진다. 집이 좁아 6년전 행사장 용도로 옥상에 임시건물을 지었다. 제사를 지낼 때는 온 가족이 도열해 넷째 동생의 진행에 따라 의식을 진행해야 할 정도다.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1년에 한 차례 정도 가족여행을 갖는데 최근 몇 년 새 설악산, 안면도 등을 다녀왔다. 사정상 몇몇이 빠지더라도 45인승 관광버스가 비좁은 상황이다.

대가족을 이루다보니 부인 임한순(69)씨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엌은 대형 보온밥통 3개로 밥을 하고 군대용 식간에다 국을 끓이는 ‘취사장’ 수준이다.
임씨는 “젊었을 때에는 가족·친지들 먹이고 싸주는 재미로 일했는데, 오히려 지금이 힘들다”며 “큰일을 치르면 늘 몸살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동네에 ‘그릇 많고 이불 많은 집’으로 소문이 났다”며 “1년에 몇차례 열리는 가족행사에만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필수품들”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행사장 중앙에 걸린 가훈이다.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더라도 우애를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 1977년 6형제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것이다. 6년 전 부인 임한순씨가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써 새로 내걸었다. ‘서로 믿고 살자. 도우면서 살자. 배우면서 살자. 절약하며 살자’ 등 4개 항목으로 이뤄진 가훈은 글자수까지 맞췄을 정도로 신중을 기해 만들어졌다.

정씨는 “손자들까지도 가훈을 다 외우고 있다”며 “크게 가진 것은 없어도 화목하고 우애있는 집안의 가풍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 이재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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